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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김현정의>제주 강정마을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이렇게 3관왕에 등극한 제주에서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천연기념물 군락이 있는 문화재보호구역이고 제주 올레코스 중 가장 멋진 7코스가 지나는 길목이다. 그런데 왜 이곳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것으로 결정되었을까?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기로 제주도가 받아들였고, 강정마을도 주민들이 받아들이니 그렇다는 것 이외에는 이유가 없다. 더 이상의 설명도 없다.
2002년 해군이 제주에 해군기지 자리를 찾겠다고 논의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꼽은 곳은 화순항이다. 그러나 ''여기가 최적지''라고 하더니 주민 반대에 부딪히자 2005년엔 제주 위미로 바꿔 ''여기도 좋겠다''고 했다. 이곳도 반대여론이 일자 처음에는 생각도 안했던 강정마을로 급선회했다. 결국 강정마을은 1차에도 2차에도 고려도 안했고 최적지도 아닌 곳이다.
◈ 강정마을 주민들이 기지 건설을 받아들였다?
2007년 4월 26일, 강정마을 주민 1,900명 중 80명을 모아 놓고 임시총회를 열어 만장일치 박수로 결정한 게 주민동의 과정이다. 그리고 나서 제주도는 보름 뒤인 5월 14일 부리나케 확정발표를 해버렸다.
군 당국과 제주도에 협력해 임시총회를 주관한 마을회장은 주민들에 의해 해임됐고, 제대로 된 주민투표에는 725명이 참가해 94%가 해군기지 유치 반대에 표를 던졌다. 형식적인 절차를 밟으려고 회유와 날치기 공작을 한 냄새가 짙다.
지난 주말 강정마을 주민 자살기도 소식이 전해졌다. 이것은 어쩌다 한 사람이 아니다. 2009년 주민 110명을 대상으로 한 정신심리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강박증 등 이상을 호소한 사람이 75.5%, 자살충동을 느낀 사람이 43.9%, 실제 자살 계획을 짜거나 시도한 사람이 34.7%로 나타났다. 공동체가 깨지고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 어떻게 ''절대보전지역''을 먼저 파헤치는가?
강정마을, 이 지역은 특별법에 의해 절대보전지역으로 묶인 곳이었다. 절대보전지역이 어찌 암벽을 부수고 바다를 메워 해군기지로 바꾸도록 허가되었을까?
2009년 한나라당이 제주도 의회 다수당이던 시절 강정마을을 절대보전지역에서 해제해 버림으로써 가능했다. 생태계 1등급, 자연경관으로도 1등급인 절대보전지역을 토목건설에서 생기는 수익만 보고 팽개쳐버린 것이다.
올해 2월, 제주도 의회는 잘못을 시인하고 도의회의 절대보전지역 해제 의결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야5당은 국회진상조사단을 만들고, 새로 선출된 도지사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고 기다려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미 시작된 공사라며 해군은 거절했고, 삼성과 대림 등 공사를 맡은 기업은 하루 하루가 돈이라며 공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는 중이다.
제주 해군기지가 경제적 이득을 가져 올 거라는 홍보에 제주도민들은 은근 기대를 했던 모양이다. 제주도민 여론조사에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지으라고 지지를 보냈으니 말이다. 내 동네 내 집 마당만 아니면 된다는 제주도민의 무관심이 이제야 깨어나고 있다.
공사를 맡은 대기업이나 하청을 맡는 토목업체야 우선 이득을 챙길 것이다. 그러나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내준 제주도민에게 무슨 이득이 돌아가겠나? 평화와 멋진 자연경관의 섬에서 군사기지와 국제분쟁의 한가운데 놓인 섬으로 이미지가 바뀌면 관광객이 줄면 줄었지 그것 때문에 늘 까닭은 없다. 정말 근시안적인 사고이다.
근시안은 법원도 마찬가지이다. 주민들이 절대보전지역을 파헤치지 않도록 해달라고 행정소송을 냈더니 1심도 항소심도 똑 같은 결정을 내렸다. <파헤치는 게="" 잘하는="" 건지="" 잘못하는="" 건지="" 따지기="" 전에,="" 그="" 바다가="" 마을="" 주민들="" 소유냐?="" 마을="" 주민들은="" 소송을="" 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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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해결책이 눈에 보인다 제주도와 제주도 의회가 <절대보전지역 변경(해제)처분="" 취소="" 효력정지="" 및="" 무효확인="" 소송="">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환경부 장관이 증인으로 나서서 세계적인 자연유산을 파헤칠 수 없다는 참고인 진술을 하고, 국방부 장관은 대양해군 계획이 먼 미래로 연기된 마당에 해군기지 건설은 불요불급하다고 참고인 진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여야 정당은 상임위 차원에서 현지 조사를 실시하고 청문회를 열어 국방장관과 환경장관으로부터 진정한 답변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발 벗고 뛸 사람은 물론 제주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이다. 분발하기 바란다. 기업에 물어 줄 위약금을 생각하면 빠르면 빠를 수록 제주 도민에게 돌아갈 손실이 적어진다.
◈ 큰 지혜는 어수룩해 보인다. (대교약졸 大巧若拙)스웨덴은 과거 바이킹의 전통을 이어받아 가장 강력한 해군을 보유했던 나라 중 하나이다. 그런데 1980년 스웨덴 해군에 스웨덴 산림청으로부터 발송된 공문이 전달됐다. ''군함용 목재 준비가 끝났으니 인수하시오!''
해군 당국은 "군함용 목재라니 20세기 스웨덴 해군이 바이킹 해적인 줄 아는 거냐?"며 황당했지만 과거 기록을 뒤진 결과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다.
그때로부터 150년을 거슬러 올라가 1829년 스웨덴 의회에서는 바다로 진출하는 국가정책을 논의하다가 군함을 보강하는데 필요한 목재의 수급 문제를 다루게 되었다. 결정된 내용은 ''군함 만드는 질기고 튼튼한 삼나무를 확보하자, 지금이라도 심자, 삼나무가 다 자라는데 걸리는 기간은 150년, 그럼 1829년 올해 심어 1980년에 베어 쓰자.''
의회로부터 이런 결의사항을 통보 받은 스웨덴 산림당국은 베테른 호수 한가운데 있는 비욘세 섬을 최적지로 결정하고 삼나무를 심어 가꾸고 보호하는데 150년을 보냈고 때가 되어 해군에 인수를 통보한 것이다. 오늘 우리로 치면 조선 조 철종 임금 때 2010년에 쓸 목재를 준비한 셈이다, 얼마나 멍청한 일인가? 1829년 당시 스웨덴 의회에서도 ''명철한 사람''이(단 1 명) 있어 어리석은 일이라고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비욘세 섬에 150년 동안 군함용 삼나무를 심어 가꾸자는 우스꽝스런 정책은 우직하게 실천되었다. 덕분에 비욘세 섬은 세계에서 최고로 울울창창한 삼나무 숲을 뽐내며 국가적 보물이 되었다. 나무가 필요하면 미리 심어 잘 길러 베어 쓰자는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지극히 상식적인 논리가 실천되면서 실패했어도 성공한 정책이 된 것이다. 또한 150년 앞의 미래를 ''내 알게 뭐냐''가 아니라 자신들의 일로 보고 조급할 것도 서두를 것도 없이 실천에 옮긴 순진무구함이 성공을 가져 온 것이다. 우리 시화호, 새만금, 4대강, 제주강정마을 등과 비교하면 까마득한 차이이다.
◈ 환경부는 환장부?2 킬로미터가 한 판의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구럼비 해안, 거기서 폭포를 타고 강정천으로 뛰어오르는 은어 떼, 요즘 바다에서 올라 온 녀석들은 살이 통통 올랐을 것이다. 강정 앞 바다의 고래 떼, 멸종 위기 생물인 붉은발말똥게... 모두 만나보자.
이미 바위는 깨어지고 흙이 파헤쳐 지고 콘크리트로 덮이기 시작했고 바다는 출입금지 팻말로 막혀 있다. 제주도가 요즘 국제적인 봉이 김선달 단체가 ''세계 7대 자연경관''을 뽑는다고 하니까 홍보비를 쏟아 붓고 공무원들과 시민단체를 동원해 국제전화로 1인당 열 번이고 백 번이고 투표하기 운동을 벌인다. 그러면서 제주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자 유네스코 자연 보전 부문에서 3관왕을 차지한 강정마을을 파헤치라 해놓고 손을 놓고 있으니 우스운 일이다.
환경부는 정말 뭐하는 곳인가? 4대강, 강정마을... 지금껏 국토를 유린하는 그 어느 사업에도 목을 걸고 반대해 본 적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국토해양부나 국방부에게 삿대질이라도 하며 싸워보라. 환경부를 환경부라 부를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환장부''라 부르기도 한다. 알고는 있는지....절대보전지역>파헤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