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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김현정의>제주도 강정마을이 지난 주말 떠들썩했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원들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부산, 대구, 울산, 인천 등지에서 제주로 모여 들었다.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강정''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기 위한 주민 격려방문이다.
또 전국 10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로 구성된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 대책회의="">는 지난 17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촉구했고, 충남 계룡시 해군본부 앞에서도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지난 17일 새벽 강정마을 주민 K 씨가 제초제를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강정마을>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고 어찌 되어가는 것인지 정리를 해보자.
제주 해군기지 논의는 2002년부터 시작되었다.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목적은 두 가지이다. 첫 째, 태평양으로 뻗어나갈 대양해군 육성의 전초기지. 둘 째, 제주 남부바다의 뱃길과 자원을 보호이다.
◈제주 해군기지는 지금 서둘러야할 현안인가? 미국과 중국이 군사력 팽창으로 태평양을 놓고 팽팽한 긴장을 보이자 우리도 태평양 해군 시대를 위해 제주에 커다란 해군기지 하나 가져보자는 순진한 포부가 제주 해군기지의 시작이다. 그러나 시급한 현안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제주 해군기지가 없으면 국가안보에 문제라도 생기는 것처럼 군 당국이 홍보했지만 2002년부터 9년 동안 제주 해군기지가 없어 문제가 생긴 일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등 서해연안바다에서 줄줄이 사고가 터졌다. 결국 국방부는 북한의 국지적 도발과 비대칭 위협에 대비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이것이 국방개혁 307호에 등장한 내용이다.
태평양으로 뻗어나가는 대양해군, 멀리 우주로 치솟는 항공우주군 등 먼 미래의 안보전략과 사업은 뒤로 미뤄졌다. 제주 해군기지의 기반이던 대양해군론이 유보되고 연안해군론이 채택되었으므로 제주해군기지는 시기와 방법이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
◈제주 해군기지는 꼭 필요한가?김황식 총리는 지난 4월 제주에 가 "제주해군기지는 국가안보에 꼭 필요하다"고 연설했다. 해군기지야 여러 곳에 넉넉히 있으면 활용하는 것이지만 꼭 필요한가는 따져보자.
1. 제주해군기지는 미 해군과의 연계작전 계획이 전혀 없다. 미국과 아무런 논의가 없이 태평양에서 우리 해군 단독으로 대단위 군사작전을 편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실현 가능성이 적다 .
우리 형편은 제주도 밑 마라도를 벗어나 조금만 더 내려가면 중국과 일본에 의해 막혀 버린다. 해군이 작전수역을 넓히려 한다면 중국, 일본이 주장하는 영역과 겹치면서 갈등의 소지가 크다. 제주해군기지를 세우면 당연히 우리 해군은 작전인가구역을 넓히려 할 텐데, 그럴 경우 일본 작전인가구역과 겹쳐 버릴 가능성도 크다. 그것을 피해갈 방법이 마땅치 않다.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 규정에 따르면 바다 위 하늘에서도 일본과 바로 겹쳐버린다. 해양경찰의 항공기가 초계비행으로 수색작업이나 감시작업을 하려고 해도 합참에 통보한 뒤 이를 거쳐 일본의 승인절차를 밟아야만 제주 남쪽 먼 바다로 나갈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까닭에 미국과 연계도 논의도 없는 태평양 해군 진출과 해군 작전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고 미국이 한미일 삼각동맹체계를 흔들어 가면서까지 한국 해군의 편을 들어줄 리도 만무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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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북아시아 바다에서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 갈등을 빚는다면 다음의 경우이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놓고 직접 부딪힐 경우, 그리고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가 분쟁으로 본격화돼 미국이 개입할 경우이다. 이 때 한국이 미국을 도와 제주에 마련한 해군기지를 미 해군 발진기지나 중간기지로 내어준다면 한국은 중국에게 적대행위를 한 셈이다. 당연히 중국은 군사적 보복에 들어가 대만해협을 막고 우리 어선이나 상선까지 통제할 것이고 제주를 공격의 대상으로 조준할 것이다.
제주해군기지를 중립지역으로 주장하고 싶어도 그럴 수는 없다. 한미일 삼각동맹체제 내에서는 이미 불가능하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미국의 육해공군을 대한민국 영토 내와 그 주변에 배치하는 권리를 한국은 허여하고 미국은 수락한다''고 되어있다. 미국이 자기들 군사력과 무기를 배치하는데 한국과 사전에 협의해 동의를 얻을 의무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이다.
또 오키나와 미군 기지는 미 공군기지와 해병대 기지 위주로 건설돼 있어 제주 해군기지는 미 해군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딱 좋은 욕심낼만한 기지이다. 제주를 대단위 해군 주둔지역으로 바꾸고 나서 한·미·일·중 간의 갈등이 커지면 제주도는 갈등과 분쟁의 섬으로 바뀌게 된다.
제주 해군기지를 거점으로 하는 제주 남방해역에서 우리 해군이 작전을 펴려면 주변국과의 논의가 필요하고, 특히 일본과는 긴밀한 협의를 통하여 구체적인 합의점을 도출해내야 한다. 이것이 안 되면 제주 해군기지가 생겨도 지금의 작전범위를 벗어나 멀리 나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만약 해군기지 만든 김에 한 번 밀어붙여보자고 한다면 제주 해군기지는 남방해역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쟁과 충돌의 불씨가 될 수 있고, 그렇게 남쪽 바다에서의 충돌과 그로 인한 해군력 집중은 당연히 서해바다에서의 북한 도발을 불러일으킬 게 뻔한 상황이므로 제주 해군기지의 실익은 별로 없어 보인다.
3. 제주 해역 남방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자원을 보호하고 선박의 수송로를 보호하는 역할은 해양경찰 담당이지 해군 담당이 아니다. 이 지역은 국제법상 평상시에 해양경찰이 아닌 해군이 직접 작전을 펴기는 곤란한 지역이다. 어로분쟁이 벌어져도, 학술조사단을 보호한다 해도 모두 해양경찰이 담당할 몫이고 제주 화순항에 해양경찰 전용부두를 짓겠다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물론 갈등이 커져 전쟁도 불사한다는 상황이면 군경을 따지고 말고 할 것도 없지만 평상시에 다른 나라들과의 형평이나 관행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유사시에 대비해 해군 전력을 강화하고 철저히 훈련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까지 무시하며 바다 자원과 항로 보호에 나서겠다고 하는 것은 기지 건설을 위한 핑계로 들린다.
즉 제주 남쪽 바다는 이미 일본과 중국에 둘러싸인 채 강대국들이 기득권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우리가 후발주자로서 군사적 영향력을 키우는 것은 몹시 어렵고 강대국들의 협력을 구해야 한다. 설마 우리 해군이 이런 것도 모르겠나.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그럼에도 해군이 제주를 원하는 이유는 먼 미래를 위한 기반 조성이라고 좋게 봐줄 수 있겠지만 해군 몸집 불리기 야심이라는 측면도 간과할 수는 없다고 본다.
우리는 이미 제주를 ''세계 속에 빛나는 평화의 섬''으로 가꾸어가자고 결의한 바 있다. 물론 국가안보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고려해도 제주 해군기지는 해군에게 그다지 소용이 없는 속빈 강정이다. 이건 마치 ''하우스푸어''(house poor)나 비슷하다. 집만 요란하게 크게 갖고 있지 유지하느라 돈만 들어가고 효과적으로 써먹을 곳은 사실상 없는데다 지역주민, 국민의 여망과는 달라 국민적 지지를 잃는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최근 국방개혁안에서 태평양으로 멀리 나가 휘젓고 다니는 대양해군 전략을 포기했다. 천안함이 침몰하고 그 원인마저 아직 설명이 명확히 안 되는 허술한 연안바다 방어체계,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조차 제대로 받아치지 못하고 민항 여객기에 총이나 쏘는 허술한 체제를 정비하는 게 지금 필요한 일이다. 이런데도 서해 방어와는 너무 거리가 먼 제주 해군기지를 해군이 포기 못하는 것은 미련과 욕심 외에는 설명이 마땅치 않다.강정마을>제주해군기지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