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측과의 베이징 접촉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구걸하고 북측인사들에게 돈봉투까지 내놨다는 북측의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가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남북 접촉사실을 전격 공개하면서 우리측의 협상태와 자세가 그대로 드러났다.
북한 국방위 대변인은 "(남측이)말레이시아에서 다시 만나 이 문제를 결속하자, 그리고 정상회담 개최를 빨리 추진시키자고 하면서 돈봉투까지 거리낌 없이 내놓고 유혹하려다가 망신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북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측 대표로 참석했던 통일부 김천식 정책실장과 국가정보원 홍창화 국장, 청와대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이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북측에 돈봉투를 건넸다는 얘기로 믿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명박정부는 정부 출범초부터 퍼주기식 대북관계를 지양하는 대신 북한이 체제를 개방하고 비핵화하면 국제사회와 함께 경제지원에 나서 북한의 자생력을 키워주겠다는 대북정책기조를 유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임기초부터 이런 기조의 대북정책이 유지되면서 심지어 북한주민들의 식량문제해결을 위한 인도적 지원 조차 대폭 줄어든 것이 남북관계의 현실인 점을 감안할 때 남북 당국자들의 이같은 행태는 어떤 설명으로도 납득이 어렵다.
특히, 무고한 수백명의 젊은이들과 주민들의 희생을 불러온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포격 사건에 대한 북측의 ''선 사과''는 어떤 조건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 정부가 내세운 절대 선결조건이었다.
하지만, 이번 접촉에서 우리 대표단은 북측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비굴한 자세로 일관한 흔적들이 북측의 주장에서 드러났다.
국방위 대변인은 "우리측이(북한) 우리와 무관한 사건과 정정당당한 자위적 조치를 두고 사과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되지 않는다고 박아주자 ''(남측이) 제발 북측에서 볼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때는 사과 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어 세상에 내놓자''고 하면서 우리측에서 제발 좀 양보해 달라고 애걸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임기말로 치달으면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고자하는 정부가 정상회담 성사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원칙도 버릴 수 있음을 내비친 것에 다름아니란 지적이다.
북측은 또,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으니 제발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을 가지자고 간청했다"고 폭로해 남북당국간 비밀 접촉은 남쪽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북측이 남측과 비밀접촉 사실을 공개하면서 서로간에 오간 민감한 내용들을 공개함에 따라 진실공방은 물론 청와대가 이에 따른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