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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김현정의>◈모래시계가 아니라 BBK''''물방울 다이아'''', ''''모래시계 검사들'''' ...... 오래 전 사건들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물방울 다이아는 꼭지를 뾰족하게 깎아 낸 것이 서양 배처럼 생겼다고 해 ''pear brilliant cut'' 이 공식이름이지만 우리는 그저 ''''물방울 다이아''''라고 부르며 권력부패의 상징물로 여긴다. 그런데 이번 ''''물방울 다이아''''의 주인공은 투기꾼이나 큰손, 그것을 훔친 도둑이 아니라 도둑을 잡는 검사 출신이자 국가기관의 비리를 감독하는 감사위원이어서 온 나라가 술렁.
모래시계 검사팀은 199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슬롯머신 비리가 터졌을 때 슬롯머신계의 대부를 끝까지 추적.심문해 정관계 유력인사 14명을 줄줄이 낙마시킨 검찰수사팀이다. 모두 6명의 검사가 있었는데 주임검사는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 검사 정선태는 현 법제처장, 검사 김홍일은 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그 6명 검사 가운데 당시 2년 차 막내로 겁 없이 뛰었던 검사가 이번엔 비리의 주인공이 된 은진수 감사위원. 젊은 검사 시절 대검중앙수사부, 서울지검 특수부의 검사. 변호사 시절엔 부패방지위원, 국가청렴위원이었으니 뇌물이나 청탁과는 거리가 가장 멀었을 사람인데 이제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으니 인생역전이요, 김홍일 대검 중수부장은 모래시계 팀에서 함께 고생했던 후배를 불러다 낱낱이 비리를 파헤쳐야 하니 인생 난감한 처지가 됐다.
은진수 감사위원 사건을 모래시계와 관련지어 보면 흥미롭기는 하나 초점이 빗나가고 있다고 하겠다. 모래시계 검사팀이 아닌 BBK 변호팀으로 사건을 들여다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승패에 있어 결정적인 변수가 당시 BBK 사건이었고 그 대책팀에 변호사들이 포진했는데 홍준표, 이범래, 강용석, 박준선, 오세경, 권성동, 김재수, 은진수, 김명곤 등이 그 멤버. 홍준표, 고승덕, 이범래, 강용석, 박준선, 권성동 모두 6명이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공천 받아 선거에 나갔으나 낙선한 사람이 오세경 현 기획재정부 위원, 공천에서 탈락해 감사위원으로 나간 사람이 은진수, 김재수 변호사는 미국 로스엔젤레스 총영사, 김명곤 씨는 법무법인 대표.
BBK가 대선 때 가장 핫이슈였기 때문에 이 대책팀은 곧 대통령 최측근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권력의 남용도 가능했고 로비와 향응이 집중되기도 했을 것이다.
◈타이어와 다이아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에서 호남의 한 고등학교 출신들에 얽힌 전 정권 비리 운운 하는 이야기가 번지는 것은 다음과 같은 연유에서다.
오래 전 광주여객이라는 회사가 있었는데 이것이 오늘의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공신이자 창업주의 조카가 바로 부산저축은행 박상구 명예회장. 광주에 있을 박상구 회장이 왜 부산으로 갔는가? 박상구 회장은 목포상고 출신, 그 때 경영하던 회사가 삼양타이어이다. 그런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어렵던 시절 도와준 것이 화근이 돼 전두환 정권에게 미움을 사고 자기가 갖고 있던 삼양타이어를 헐값에 사촌인 금호그룹에 넘기게 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지금의 금호타이어. 타이어 회사를 강압에 의해 사촌에게 넘기고 삼양타이어에서 함께 쫓겨난 수하들을 데리고 공장 판 돈을 들고 곳곳을 떠돌다 정착한 곳이 부산, 여기서 30년 전 1982년 당시 부산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해 키워 온 것이다. 호남지역 인맥이 부산에 모이게 된 사연이다.
그런 연유로 이번 검찰 수사과정도 3가지 방향을 염두에 두고 지켜볼 수 있다. 1.부산저축은행을 인수해 키우는 과정에서 김대중 정권 당시의 특혜비리가 드러나는 게 있을까?2. 부산지역에서 전국권으로 영업망을 넓히는 과정에서 노무현 정권 당시 부산 여권과 관련된 비리가 터지는 게 있을까? 3. 아니면 현 정권의 부실감독과 은폐비리가 터져 나올까?
그런데 막상 검찰이 정관계 로비를 담당한 윤여성이란 인물을 구속해 조사했더니 은진수 감사위원이 튀어나왔다. 물방울 다이어와 수억 원대 금품, 은 씨 형에게는 제주도 카지노 감사 자리가 주어졌다는 게 지금 주목받는 혐의들이다. 은 씨는 부산상고 출신, 2003년 한나라당 입당해 부대변인, 2007년 대선 BBK 대책팀장, 2008년 한나라당 공천 탈락, 그리고 감사원 낙하산 입성. 2005년부터 2년간 부산저축은행 고문변호사로 자문 역할을 맡았다. 2007, 2008년 이 무렵 부산저축은행이 가파른 상승을 하면서 결국 대전저축은행, 전주저축은행까지 인수해 업계 1위로 뛰어 오른다.
여권으로서는 총선을 앞두고 좌향좌 한다는 보수층의 비난까지 들으며 방향을 틀었는데 상당히 당혹스러운 일이다. 그러게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가장 절실한 곳에 왜 최측근 낙하산이 가느냐 말이다. 특히 BBK 전문가들. 방송통신위원회의 수장도 그렇고, 공영방송 사장 역시 BBK 언론 보도를 막아내는 데 눈부신 공을 세웠다고 해서 낙점 받았다. 여기저기 BBK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시대현실을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쓰는 사람들은 그의 자유를 포기하게 될 거다. 스스로 도구와 노예가 될 거다. 남을 앞서기도 하겠지만 영혼을 잃고 말 거다. 기자는 그 첫째가 될 거고 그 다음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