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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과 관련해 STX그룹 측에서 관련 자료를 모두 확보하면서, 공정위 조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10월 "STX건설의 매출과 이익이 계열사 거래를 통해 급성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가 의심된다"며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STX건설의 전체 매출 규모는 2005년 883억 원에서 2009년 3,010억 원으로 241%나 증가했는데, 이는 계열사 물량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이 48억원에서 541억으로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실제 STX건설의 5년간(2005년~2009년) 전체 매출 대비 STX조선해양, STX엔진, STX중공업, STX메탈, STX리조트 등 계열사 매출 비중은 평균 89%나 됐다.
경제개혁연대는 "STX건설이 설립 이후 그룹 내 물량을 기반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계열사들이 STX건설에 건설 용역을 몰아줌으로써 부당하게 지원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특히 STX건설은 설립 직후부터 지배주주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여서, 계열사의 지원이 집중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STX건설은 2005년 2월 STX엔파코(현 STX메탈)의 건설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2005년 1분기에 STX엔파코는 보유하고 있던 STX건설 지분 100%를 강덕수 STX그룹 회장(사진)이 86.75%의 지분을 갖고 있던 포스아이(현 포스텍)에 24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STX건설이 2005년~2007년 4차례 실시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포스아이가 실권을 해, 강덕수 회장과 두 딸이 각 25%씩 모두 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강 회장의 두 딸은 하루 아침에 STX건설의 대주주가 될 수 있었다. 포스텍은 25%의 지분을 갖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STX엔파코의 경우 2005사업연도 매출액이 4,053억원, 순이익은 42억원을 기록했다"며 "향후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STX건설 지분 100%를 24억원에 그룹 총수가 지배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포스아이에 매각할 합리적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STX엔파코가 자금 사정이 어렵지도 않은 상황에서 알짜 사업부를 헐값에 넘겼다는 얘기이다.
특히 "포스아이가 향후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STX건설의 유상 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그 지분을 강 회장과 자녀에게 넘겨야 할 합리적 이유도 발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러한 정황들은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STX건설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가 사전에 치밀하게 짜여진 기획의 결과일 수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경제개혁연대의 조사 요청에 따라 ''착수 보고'' 이후, STX그룹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현황조사를 벌였다. 착수보고는 법위반이 의심될 때 이뤄지는 절차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STX건설이 어느 업체와 어떤 거래를 했는 지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였다.
공정위는 또한 사건 조사에 필요한 각종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며, STX그룹은 지난달 말에 소명자료를 모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STX그룹은 이 과정에서 담당자의 해외출장 등을 핑계로 자료 제출을 미뤄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STX그룹 측에서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모두 확보하면서, 공정위 조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는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보고 있는 단계"라며 "조사 진행 사항에 대해서는 어느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는 통상 1년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건은 올해 말쯤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경제개혁연대에 이번 사건을 올해 말까지 마무리짓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개혁연대는 한 달 단위로 공정위의 조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23조에 따르면, 사업자가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해 인력·부동산·상품·용역 등을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부당지원행위로 간주한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조사는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위법 사실이 발견될 경우 엄정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TX건설에 대한 계열사들의 부당지원 혐의가 인정될 경우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