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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사태와 영어수업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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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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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CUTBIZ
80년대 후반 일본에 유학 가서 놀란 것은 일본은 거의 모든 전공분야에서 일본어로 된 전공서적이 단계별로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굳이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기 스스로 독학을 해도 될 정도로 일본어로 된 기초서적과 전문서적들이 골고루 잘 갖추어져 있었다.

실제로 일본 사람들이 영어 못한다고 해서 학문적 수준이나 기업들의 경쟁력이 뒤쳐진 것도 아니다.

한국의 학문 수준은 미국 등 서양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기 때문에 선진학문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영어를 해야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앞으로 30년 후나 50년 후 내지는 100년 후까지도 한국어로 된 학문체계를 구축하지 않고 그런 식으로 해갈 것이냐 하는 것이다.

코미디 같은 영어 수업의 현실을 보자. 광주과기원과 울산과기원은 국가의 과학 인재와 동량들을 키워내기 위해 국가가 설립한 대학원 중심 대학이다.

이들 대학은 설립 당시부터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하도록 했다. 카이스트도 나중에 이를 따랐던 모양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수들과 학생들이 영어로 수업하는 바람에 질문이나 토론이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왜냐하면 미국 사람이나 영국 사람들처럼 영어 원어민이 아닌 이상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고 해도 한국 사람이 자신의 전문적인 생각이나 추상적인 생각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수업은 학문적 내용에 관한 논쟁이나 토론이 아니라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느냐 못하느냐가 더 주가 되어버린다.

머리 속에서는 한국말로 질문이나 말하고 싶은 전문적이고 날카로운 생각들이 맴도는데 영어로는 순발력 있게 설명할 수가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교수들과 학생들이 머리 속에서 영어 문장 구성하는데 정신이 팔려 있다. 결국 수업시간에 학문적 토론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업이 끝난 후에 한국말로 이야기를 주고받게 된다.

명색이 국가의 과학 인재 동량을 키워낸다는 과기원의 영어수업의 실상인 것이다. 학문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언어로 먼저 기반이 구축되어야 한다.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 한들 태어날 때부터 습득해온 자기 언어로 학문적 탐구를 하는 것만큼 효율적이며 생산적인 것도 없다. 이는 폐쇄성을 주장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먼저 자기 것이 확실하게 갖추어져 있는 다음에 영어수업이든 뭐든 해야 효과가 훨씬 더 커지는 것이다.

자기 것이 없거나 자기 것을 확실하게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맹목적인 세계화를 하게 되면 양극화의 부작용만 극대화되다가 결국에는 학문적 경제적 종속과 착취만이 남게 될 뿐이다. 남 뒤쫓아가고 들러리만 서다가 끝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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