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강진군은 지난 2005년 4월 강진군수를 이사장으로 둔 강진군민장학재단을 조례 등에 근거도 마련하지 않은 채 설립해 지난 2009년까지 총 63억 원의 예산을 부당 출연했다.
강진군수는 소속된 5급 이상 공무원별로 1억 원의 장학기금 모금 목표액을 설정해 실적이 우수한 공무원에게 일본 여행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공무원들의 기부 실적을 인사에 참고하겠다며 기부를 유인하기도 했다.
그 결과 강진군과 공사, 용역, 물품 등의 계약을 맺은 324개 업체는 총 645차례에 걸쳐 14억여 원을 장학재단에 기부했으며, 5급 이상 승진자 17명은 평균 495만 원씩 기부하는 등 6급 이상 승진자 총 61명이 도합 1억 1,288만 원을 기부했다.
강진군은 특히 이렇게 모아진 기부금을 관할 교육지원청의 사용 승인이 필요한 ''기본재산''으로 편입하는 대신 ''보통재산''으로 관리하면서 명문학교 육성사업비 등으로 부당 유용했으며, 이마저도 교사들의 자율학습 지도 수당, 해외연수비 등으로 쓰이는 등 사후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원이 지난해 3월부터 한달여간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을 출연해 설립 운영 중인 145개 장학재단을 전수조사한 결과 강진군과 같은 위법 부당 행위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감사원에 따르면 현재 139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 운영 중인 145개 장학재단에 대해 2009년 말 현재까지 총 6,167억 원이 출연됐다.
그러나 139개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6%에 불과해 장학재단이 지방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감사원은 "민선 지방자치제도 도입 이후 선거를 의식한 상당수 지자체장들이 치적 쌓기 일환으로 장학재단을 경쟁적으로 설립해 무리하게 예산을 출연하거나 위법.부당행위가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방재정법 등에 따르면 지자체는 그 목적과 설립이 법령 또는 조례로 정해진 공공기관에 대해서만 출연금 지급이 가능하지만, 2006년 이후 양평군 등 8개 지자체는 조례 등에 근거도 없이 장학재단을 설립해 총 54억여 원을 출연했다.
달성군 등 66개 지자체는 단순 재정지원 조례 등을 근거로 공공기관이 아닌 장학재단에 1,697억여 원을 출연했다.
특히 예천군을 비롯한 12개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평균 10.9%에 머무는 등 자체수입으로 소속 공무원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할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2005년 이후 장학재단에 총 344억 원을 출연하기까지 했다.
강제 기부를 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당진군의 경우 2005년부터 ''장학기금 100억 원 확충''을 군수 현안 사항으로 관리하면서 공무원들에 기부금품 모집을 독려하는 한편 업체 관계자들에게서 47억여 원을 모집하기도 했다.
재선에 실패한 일부 단체장은 낙선 이후에도 자신이 설립한 장학재단의 이사장직을 유지하면서 장학기금을 자의적으로 운영했다.
특히 용도 외 목적으로 장학기금을 사용한 사례는 비일비재했으며, 광주광역시 광산장학회의 경우 장학기금을 위험자산에 투자해 수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은 장학재단을 민간재단이라고 주장하면서 지자체의 지도, 감독 등도 거부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와 같은 감사결과에 따라 조례 등에 근거없이 예산을 출연한 지자체에 대해 지방교부세를 삭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행정안전부에 통보했으며, 불법 기부금을 모집한 강진군수 등에 대해서는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장학재단을 비롯해 지자체에서 예산을 출연해 설립 운영되는 문화재단, 복지재단 등 이른바 ''준공공부문''이 지방재정 악화의 주요인의 하나라고 판단, 앞으로 지방재정 건전성 진단감사에서 이들 기관의 설립 운영 등도 심도있게 점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