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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8일 이후 여의도 일대에 무용담이 난무하고 있다.
예산안이 강행처리되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과 보좌진들 간에 벌어진 ''''대전투''''에 대한 ''''평가반성 세미나''''가 열린 것.
"내가 출구를 뚫었다" "우리 방 보좌진들이 스크럼을 짜서 야당 의원들을 밀어냈다" "한나라당 의원 혁대를 잡고 물고 늘어졌다" "두 사람 목덜미를 한꺼번에 잡고 눌러버리니까 힘도 못쓰더라"는 등 각종 무용담이 난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화제는 ''''괴력의 사나이''''로 불리는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이다.
김성회 의원은 지난해말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여야 간에 충돌이 있을 때도홀로 앞장서 야당 보좌진들이 쳐놓은 인의 장막을 뚫고 본회의장 출입구를 확보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단순한 화제를 넘어 영웅이 됐다.
일부 언론은 김성회 의원의 무용담을 기사화해 김 의원은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헤라클레스가 됐다.
장사 김성회 의원의 활극은 올해에도 재연됐다.
지난 8일 새해 예산안을 강행처리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진입하기 위해 야당측과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결국 한방을 날린 것이다.
김성회 의원은 몸싸움 과정에서 분이 덜 풀린 듯 민주당 강기정 의원을 쫓아가 정면에서 한방을 제대로 날렸다.
나름 한 체격 한다는 강기정 의원도 김 의원의 ''''선빵''''에 나가 떨어졌다.
입 안을 여덟 바늘 꿰매고 턱이 흔들릴 정도의 인피(인적피해)를 입었다.
입 주변과 와이셔츠에는 선혈이 낭자했다.(동영상 캡쳐화면 참조)
김성회 의원은 자신이 먼저 누군가로부터 7대를 맞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동영상을 본 국민들은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모습에 아연실색했다. 마치 영화의 액션장면 같았지만 실제상황이었다.
국회의원은 조폭이 아니다. 더구나 깡패도 아니다.
법을 만들고 법을 앞장서 시행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깝다''''라는 말이 있다. 김 의원은 딱 그 말대로 했다.
올해 54살인 김성회 의원은 군 대령 출신으로 육사시절 럭비 선수였다.
박근혜 전 대표의 동생인 박지만씨와 육사 36기 동기로 친박에 가까운 인사이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때 김 전 대통령의 비밀 경호원으로 수행하기도 했다.
짙은 숱검댕이 눈썹에 기골이 장대하고 호탕한 성격으로 힘으로는 당할 사람이 없다고 자타가 공인한다.
그러나, 정치는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구 주민들이 김 의원의 힘과 주먹을 보고 뽑아준 것은 아닐 것이다.
국회 주변에서는 ''''김성회와 마주치지 말아라'''' ''''복도에서 만나면 무조건 눈을 깔아라''''라는 농담이 회자되고 있다.
참으로 슬픈일이다. 국민이 뽑아준 이른바 선량이 조폭이나 깡패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정치가 조폭정치가 되버렸다는 한탄과 함께 대한민국 국회는 언젠가부터 해외토픽의 단골 소재가 되버렸다.
초등학생들 눈에 국회의원은 매일 싸움박질이나 하는 사람들로 희화화된지 오래이다.
이런 마당에 조폭들의 최대무기인 주먹질이 국회에서 난무했으니 어떤 말로도 해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정의''''라고 말했다.
물론 예산안 처리 자체가 정의로운 것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말로 들린다.
그러나, 정치라는 것이 타협과 절충이라는 과정을 절대가치로 삼는다는 점에서 참으로 부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여당 만의 단독처리를 유감으로 생각하며 처리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빚어진데 대해 사과드린다''''는 말 정도였으면 오히려 좋았을 것이다.
''누구를 위한 정의인가''를 한번쯤 생각해보았어야 했다.
지난해 국회 통과가 안되면 무슨 대단한 난리라도 날 것 처럼 하며 국회를 사상 초유의 난장판을 만들어버린 끝에 통과된 미디어법은 지금 국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정작 법안을 통과시켜놓고 1년 이상이 지났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로지 남은 것은 활극과 조폭정치·조폭의원 뿐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는 조롱만 남아 있다.
혹시라도 김성회 의원이 이번 주먹질 사건으로 스스로 다시 영웅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한나라당도 김 의원의 주먹을 ''''정의의 주먹''''이었다거나 ''''서부소년 차돌이'''' 정도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특히, 예산안의 적절성과 정치가 갖는 존재의 의미를 외면하고 숫적 우위와 이를 바탕으로 한 완력의 승리를 민주주의로 쉽게 결론내려버리는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는 국민을 한번 더 슬프게 한다.
김성회 의원은 결코 영웅이 아니다. 어찌 보면 그도 피해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