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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 1,214kg, 무려 550억 원 상당을 일본으로 밀수출한 국내 최대의 금괴 밀수 조직이 세관에 적발됐다. 이들이 밀수출한 금괴 1.2톤은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 보유분 14.3톤의 10분의 1에 가까운 엄청난 물량이다.
지난 3일, 부산경남본부세관 단속팀은 부산국제여객선 터미널에서 여객선에 승선하려던 모 한일 여객선 승선원 A(43)씨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A씨의 몸을 수색하자 A씨가 입고 있던 하늘색 조끼에서 금괴 1kg(시가 약5천만 원)짜리 24개가 쏟아져 나왔다.
A씨가 입고 있었던 조끼는 둘레에 금괴가 2개씩 들어가는 호주머니가 12개씩 제작돼 있었고, 이 특수제작된 조끼를 이용해 검색에 들키지 않고 여객선을 타고 우리나라와 일본을 왕래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관이 현장에서 붙잡힌 A씨를 집중 추궁하기 시작하면서 조직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A씨와 같이 운반책을 맡았던 또 다른 여객선 선원 B(37) 씨와 금괴 밀수출 총책 C(55) 씨, 그리고 금괴를 판매한 돈을 국내로 들여오는 보따리상과 연락책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세관에 따르면 이들은 밀수출 총책 C씨가 서울 종로 등지의 금은방을 돌며 수집한 고금을 녹여 금괴를 만든 뒤 KTX로 부산에 운반하면, 운반책인 A씨와 B씨가 금괴를 몸에 숨겨 여객선에 승선했다.
부산경남본부세관 정순열 조사국장은 "승선원들은 수시로 여객선에서 승하선을 반복하기 때문에 검색통로도 승객과는 따로 떨어져 있고, 승선원을 검색하는 직원들과도 안면이 있어 검색이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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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를 밀반입한 승선원들은 일본 현지의 밀수입책을 접촉해 금괴를 팔아치운 뒤 유유히 국내로 돌아왔으며, 판매한 대금은 일본을 오가는 보따리상 D씨 등이 따로 국내로 들여오는 수법을 썼다.
그동안 금괴는 국내수요가 높아 주로 밀반입되는 경향을 보여왔는데, 올 초에는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금괴를 밀반출하다 적발되는 등 2008년부터 금괴 밀수출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금값이 1돈당 20만 원이 넘어가면서 돌반지 등 금 수요가 오히려 급감한데다, 엔화 강세로 인해 환차익이 상당해 일본으로 밀수출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11월 1일 기준으로 금 1돈당 가격은 일본이 191,736원, 한국은 180,000원으로 일본이 약 1만2천원가량 단가가 더 높아 금괴 1kg을 일본으로 밀반출해 판매할 경우 3백만 원 정도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부산경남본부세관은 관세법 위반 혐의로 밀수총책 C씨와 운반책인 여객선 선원 A, B씨 등 모두 3명을 구속하고, 금괴 판매대금을 국내로 가져온 보따리상과 연락책 등 3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부산세관은 또 국제 금시세의 고공행진과 엔고의 영향으로 앞으로도 금괴 밀수출 시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그동안 G20 개최로 보안에 집중됐던 인력을 돌려 금괴 밀수출 등 여객선 휴대품 조사 단속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