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고령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노인들의 성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전혀 없어 각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고령인구 증가로 성 관련 범죄 발생 빈도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지역에 노인들의 억압된 ''성''을 양지로 끌어내는 상담소가 문을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아내와 사별하고 10년째 홀로 지낸 김 모(72)할아버지는 노인정에서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하철역에 있는 이른바 ''가방 아줌마''에게 3만원 만 주면 성매매를 할 수 있다는 것.
김 할아버지는 외롭기도 하고 호기심이 들어 자갈치 지하철역에서 ''가방 아줌마''와 만나 성관계를 맺었고, 한 열흘이 지나서야 성병에 걸린 사실을 알아챘다.
부부간의 성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고민하던 이 모(68)할아버지는 노인정에 찾아온 한 남자의 말에 혹해 먹기만 하면 ''원기가 회복된''다는 정체불명의 약을 쌈짓돈 20만 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약을 먹고 건강이 좋아지기는커녕 피부발진을 일으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부산이 빠르게 고령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노인들의 성문제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이 이처럼 각종 폐해를 낳고 있다. 심하게는 성 범죄로 이뤄지기도 한다.
지난해 7월에는 김 모(73)할아버지가 금정구 온천천에서 운동을 하던 한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자신의 집에 끌고가 5차례나 성폭행했다가 1년이 거의 지나서야 혐의가 밝혀져 경찰에 입건되는 등 크고 작은 노인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금정경찰서 관계자는 "노인도 젊은이들과 같은 똑같은 성욕구를 갖고 있고, 성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자식들의 눈치를 본다고 억제하고 있다가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되기도 한다"면서 "김 씨 사례처럼 성관련 범죄는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주지만 정작 피의자는 고령이어서 경찰에 입건되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9년 한해 서울, 인천 등지에 개설된 노인성상담소에서 이뤄진 상담 853건.
이 가운데 성기능과 부부간 성갈등이 각각 34%, 27%로 가장 많은 고민거리를 차지한 만큼, 부산지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산재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노인들의 성문제를 여전히 ''주책스럽다"거나 ''망측하다''고 치부하는 사회분위기 탓에 이렇다할 공감대가 전혀 없어, 노인들의 성문제가 사회적 관심과 보살핌에서 방치된 상황이다.
이같은 노인 성문제를 공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인구보건복지협회 부산지회가 노인성상담소를 개설해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문을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노인성상담소는 성교육 상담 교육을 이수한 60대 노인들이 직접 상담에 나서, 노인들이 당면한 문제를 상담하게 된다.
인구보건복지협회 부산지회 부태환 실장은 "노인들의 성문제가 음지로 숨어들면서 노인들이 잘못된 정보를 듣고 성매매, 성관계에 나서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상담소는 이같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인들을 대상으로 익명을 보장한 성상담과 성교육을 실시하게 된다"면서 "부산지역은 65세 이상 노인인구비율이 전에 인구의 10.78%로 빠르게 고령사회로 향하고 있는 만큼, 노인 ''성''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과 상담소뿐 아니라 각 기관 차원에서 노인들에게 제대로된 성교육을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