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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분에 1건씩 강간 발생···한국은 ''강간 왕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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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에 멍든 대한민국①] 일상을 점령한 강간 범죄

김길태 사건으로 성폭행(강간)을 비롯한 성폭력 범죄의 잔혹함이 새삼 조명 받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성폭력 범죄가 해마다 증가할 뿐 아니라 해외와 비교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성폭행 범죄의 경우 왜곡된 성문화와 미미한 처벌로 인해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특히 심각하다. CBS는 3회에 걸쳐 갈수록 만연해 지고 있는 성폭행 범죄의 실태와 원인, 대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주]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 피의자인 김길태에 대한 현장검증이 있던 16일. 서울 서부 경찰서에서는 여조카 2명을 2년 넘게 성폭행해 온 인면수심의 외삼촌 B씨가 붙잡혀 들어왔다.

부부관계에 불만을 가져오던 끝에 집에 놀러온 조카들을 욕보인 40대의 남자였다.

이날 인천 계양경찰서에서는 혼자 사는 여성들만 골라 성폭행을 일삼아 온 K씨가 구속됐다.

보안업체 직원인 이 남자는 여성 혼자 있는 집을 미리 확인해 둔 뒤 새벽시간을 이용해 집에 침입, 성폭행을 저질렀다.

이처럼 우리주변에서 하루에도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발생하는 것이 성폭행 범죄다.

법무연수원이 발간한 ''2009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강간 범죄 사건은 15,094건 이었다.

하루에 41건씩, 다시 말해 35분에 1건씩의 강간범죄가 발생하는 꼴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평소에 잘 알던 남자로부터 혹은 생면부지의 남성에게 몸을 강탈당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얘기다.

특히 강간범죄 발생 건수는 강력범죄 가운데 가장 발생빈도가 높다.

15,094건의 강간범죄가 발생한 2008년 살인사건은 1120건, 방화 1946건이었고, 강도는 4827건 발생한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우리나라는 이미 1994년 성폭력범죄자의 가중 처벌을 담은 ''성폭력특별법''을 제정한데 이어 2001년에는 전국의 경찰서에 성폭력사건을 전담하는 ''여성청소년계''를 설치해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폭행범죄는 되레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09 범죄백서''의 강간범죄 발생건수를 보면 11,757건(2005년), 13,573건(2006년), 13,634건(2007년)으로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이만하면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극중 박두진 형사(송강호 분)가 외친 것처럼 우리나라는 ''강간의 왕국''이라 할 수 있다.

▲ 서울 인구 10만명당 강간 24건 ''빙산의 일각''

그러면 한국은 진짜 ''강간의 왕국''인가?

지난 2004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최인섭 연구원이 조사한 ''세계 주요도시의 범죄발생 추세 비교분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불행히도 그렇다.

이에 따르면 2002년 서울의 인구 10만명당 강간 발생률은 24.1건으로 뉴욕 (20.9건), 도쿄 (2.2건) 보다 높았다.

심각한 것은 다른 도시는 줄어드는데 서울은 강간 발생률이 늘고 있다는 사실.

뉴욕의 경우 1992년 38.2건에서 20.9건으로 줄어들었지만, 서울은 10.1건에서 24.1건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는 별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이 수치는 경찰서를 통해 접수된 수면위로 드러난 강간범죄 건수일 뿐 실생활에서 은폐되는 성범죄 비율을 따져 보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한국 여성의 전화에 따르면 1년에 들어오는 600여건의 강간 등 성폭력 상담 건수 중에 실제 경찰에 고소하는 경우는 10% 미만이다.

여성의 전화 현정 활동가는 "성폭행의 경우 피해 여성들이 신고를 꺼리는 것을 감안할 때, 드러나지 않고 은폐돼 있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 활동가는 이어 "친족, 애인 등 아는 사이에서 발생하는 성폭행이 전체 상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면서 "지인의 경우에는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강간범죄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호신용품 판매가 급증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등하교를 하는 엄마부대 등의 신풍속도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되어 가고 있다.

도입당시 인권침해 등의 논란을 빚었던 전자발찌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성폭행범죄 예방 수단이 돼 버렸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성범죄 신고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낮은데도 불구하고 빈도가 높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적으로 병들었다는 잣대"라며 "심리학적으로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이나 쟁취의 대상으로 비하하면서 그것을 성폭력으로 풀어가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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