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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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콤 회사들 "우린 전화 회사가 아니다?"지난주 데이콤과 파워콤을 합병한 통합 LG텔레콤 대표로 취임한 이상철 부회장이 든 깃발이 바로 ''탈통신''이다. 이에 앞서 SK텔레콤 정만원 사장도 지난해 10월 IPE(산업 생산성 증대) 사업으로 돈을 벌겠다고 했다. 기업들의 사업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하겠다는 거다.
KT는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모바일 오피스(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느 때, 아무 곳에서나 회사 업무를 처리하는 시스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말 뿐이 아니라 이들 회사들은 이런 새로운 사업을 위해서 회사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탈통신''은 먹고살기 힘든 때문?
지난해 통신업계의 큰 이슈중의 하나가 통신요금이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통신요금이 비싸다고 해서 정부가 강력한 행정지도를 벌였고 결국 통신업계가 백기투항을 했다. 그만큼 통신사들의 수익이 좋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텔레콤 회사들의 실적을 보면 전반적으로 영업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SK텔레콤은 영업이익만 2조를 훨씬 넘겼고 KT도 마찬가지로 영업이익이 2조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텔레콤 역시 통합전 옛 데이콤, 파워콤 사업을 뺀 순수 무선사업에서만 3~4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텔레콤 3사 모두 재작년에 비해서도 큰 폭의 영업이익 상승률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전화 아닌 다른 사업을 하겠다는 이유는?무엇보다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후지이 코이치로''가 쓴 ''''통신붕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을 보면 통신회사들은 자멸할 수밖에 없다고 돼 있다. 통신기술 혁신은 매우 빨라서 투자금액을 뽑기 전에 다른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이익을 내기 어려운 High Risk Low Return 사업이라는 얘기다.
일례로 일본의 유수 통신회사인 NTT도 ISDN으로 돈을 벌어보려고 대규모의 투자를 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이보다 빠른 ADSL이라는 통신망이 개발돼 기존 ISDN 설비를 몽땅 버린 일이 있었다고 한다. LG텔레콤의 이상철 부회장도 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이런 통신 상황을 두고 빨랫줄 통신이라고 했다. 누군가 빨랫줄을 설치하면 너도나도 와서 빨래를 말려서 빨랫줄을 만든 사람은 별로 이익을 보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 것이다.
◈국내 통신업계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통신시장이 매우 포화돼 있는 상황이 우리나라 통신업계의 또 다른 난관이다. 이를 통신업계에서는 ''S라인''으로 설명한다. 매출이 S자 곡선의 위쪽 정점에 도달해 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휴대폰 가입자 수는 우리 국민보다 더 많은 상황이다.
이 말은 다른 말로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휴대폰을 손에 쥐고 나온다는 얘기가 된다. 더 이상 새 손님은 없기 때문에 옆집 손님을 빼앗아 와야 우리가게가 사는 ''''제로섬게임''''이 횡행하는 ''''레드오션''''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다.
◈텔레콤 회사들, 도대체 무슨 사업을?
최근 SK텔레콤은 모 어학원과 손잡고 어학 교육 사업에 참여 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강의실 내에서 소통을 강화해 학생과 강사간 1대 1 학습 환경을 만들고 이 학습 현장을 학부모들이 볼 수 있게 하는 거다. 또 언제 어디서든 영어 공부를 할 수 있게 환경을 구축하는 거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새로운 사업 8개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LG텔레콤의 경우도 올해 상반기까지 탈통신 20개 프로젝트를 만들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LG CNS 고현진 부사장을 새 본부장으로 영입한 것을 보면 기업고객 대상의 비즈니스솔루션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IBM · 애플 같은 회사 나오나?텔레콤 회사들이 앞으로 하겠다는 사업은 기존 SI(시스템 통합) 기업들이 하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삼성 SDS LG CNS, SK C&C 같은 회사들이 정보처리, 소프트웨어 개발, 부가가치 통신망 사업, 컨설팅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결국에는 텔레콤 회사와 SI 회사들간 사업영역이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IBM도 컴퓨터 제조 회사에서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로 탈바꿈했고 애플 역시 컴퓨터 제조사에서 지금은 아이팟, 아이폰으로 제2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앞으로는 정보통신 분야의 업체들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그 과정에서 어느 회사는 없어질 수도 있다. 이런 큰 흐름 속에서 앞으로 텔레콤 회사들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