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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서상 수상 한국계 시인의 분단…최돈미 'DMZ 콜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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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후명 마지막 시집 '모루도서관'
최은영 첫 산문집 '백지 앞에서'

문학사상 제공문학사상 제공
'DMZ 콜로니'는 2020년 한국계 시인 최초로 전미도서상을 받은 작품이다. 김혜순, 최승자, 이상 등 한국 시를 영어권에 소개해 온 번역가이자 시인인 최돈미가 전쟁과 분단, 국가폭력의 기억을 시와 산문, 사진, 드로잉, 수기 등 여러 형식으로 엮어낸 시집이다.

책은 DMZ로 허리가 잘린 한반도의 시간을 따라간다. 시인은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을 피해 흩어진 가족사와 이방인으로 돌아온 자신의 감각을 겹쳐 놓고, 세계 최장 비전향 장기수 안학섭, 인권 활동가 안김정애, 한국전쟁 고아들의 증언과 산청·함양 학살의 기록 등을 불러낸다.

이 시집의 문장은 귀환의 주문처럼 반복된다. "…돌아오라…돌아오라…돌아오라…"라는 첫머리의 호명은 지워진 사람들, 말해지지 못한 기억들을 다시 부르는 방식이다. 시인은 "겹쳐진 기억은 늘 귀환을 갈망한다. 기억의 귀환을"이라고 쓴다.

최돈미에게 번역은 단순히 언어를 옮기는 일이 아니다. "포획, 고문, 학살의 언어는 해독하기 어렵다. 거의 외국어 수준"이라는 문장처럼, 그는 폭력의 언어를 다시 읽고, 증언과 이미지 사이의 빈틈을 시의 형식으로 번역한다.

전미도서상 심사위원회는 이 작품에 대해 "생존자들의 증언, 그림, 사진, 손으로 쓴 글들을 짜깁기하여 사실과 비판적 상상력 사이의 진실을 파헤친다"고 평가했다.

최돈미 지음 | 정은귀 옮김 | 문학사상


문학과지성사 제공문학과지성사 제공
시인·소설가·화가로 활동한 작가 윤후명의 마지막 시집 '모루도서관'은 작가 타계 1주기를 맞아 출간된 작품집이다. 모두 미발표 시편으로 구성됐다. 첫 시집 '명궁' 이후 약 반세기 만에 같은 출판사에서 펴낸 마지막 시집으로, 고인의 제자이자 소설가 정태언이 원고를 정리했다.

시집 제목 '모루도서관'은 강릉에 있는 도서관 이름이다. 한국전쟁 당시 고향 강릉을 떠나야 했던 윤후명이 고희에 이르러 돌아와 명예 관장으로 지낸 장소이기도 하다. 그의 소설이 둔황, 로울란, 몽골, 러시아, 유럽 등을 떠도는 인물들의 이산을 그렸다면, 이번 시집은 고향으로 돌아오는 귀환의 정서를 품고 있다.
 
책 속 시인은 여전히 길 위에 있다. "몽골에서 나귀를 타고 간 풀밭 길", "중국에서 열차를 타고 간 돌사막 길", "멕시코에서 숲속으로 간 마야 언덕길"을 지나 "강릉에서 아픈 발을 끌고 간 강문 뒷길 냇가 길"에 이른다. 그는 "나는 늙고 낡았는데도/아직은 밝았다"고 쓴다.

고향과 어머니의 기억도 시집의 중심을 이룬다. "어머니는 새벽마다/뒤란 정화수 속 대관령에 기도하며/나를 바라본다"는 구절처럼, 강릉은 떠난 곳이면서도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장소로 되살아난다.

마지막 시집에는 당대의 슬픔도 스며 있다. 2024년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를 다룬 '가창오리 깃털'에서 시인은 "179명이 목숨을 잃은/큰 비행기 참사"를 떠올리며, "엔진에 가창오리 깃털"이 "전서구처럼/생명을 전하고 있다"고 적는다.

윤후명 지음 |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 제공문학동네 제공
소설가 최은영의 '백지 앞에서'는 '밝은 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등을 통해 섬세한 관계의 윤리를 그려온 최은영이 데뷔 13년 만에 선보이는 첫 산문집이다. 2024년 가을부터 2025년까지 쓴 새 원고 6편에 기존 발표 원고 4편을 고쳐 더했다.
 
책에는 작가가 처음 꺼내놓는 이야기들이 담겼다. 버려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착취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시간, 갑상선암 진단 이후 병원을 오가던 지난겨울,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외모에 대한 강박, 동물권과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마음까지 한 사람의 삶을 이루는 상처와 질문을 숨기지 않고 펼쳐 보인다.
 
표제작 '백지 앞에서'에서 작가는 다시 쓰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나를 추동하고 나아가게 하는 내 안의 이야기,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삶의 방식, 쓰지 않으면 어째서인지 약해지고 마는 나의 존재. 그 모든 것이 나를 다시 백지 앞에 서게 한다."

이 책에서 글쓰기는 자신을 보호하는 가면을 벗는 일에 가깝다. 작가는 "글쓰기는 나 자신을 계속 대면하게 하여 나의 취약성을 인정하게 했다"며 "나는 진짜가 되고 싶었다. 그게 어떤 모습이라고 할지라도"라고 쓴다.

상처에 대한 시선도 단단하다. 작가는 "내가 경험한 고통은 나를 죽이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나를 강하게 하지도 않았다"고 고백한다. 어떤 상처는 사람을 덜 믿게 만들고, 사랑할 힘을 앗아가기도 한다는 문장은 이 산문집의 결을 보여준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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