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불법 웹툰 사이트불법 웹툰 사이트가 문을 닫자 합법 플랫폼 앱 설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저작권 침해 사이트에 대한 '긴급차단' 제도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시장이 먼저 반응한 모습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1일부터 개정 저작권법에 따라 불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에 대한 긴급차단·접속차단 제도를 시행한다.
그동안 불법 사이트는 신고가 들어와도 심의와 차단 절차에 시간이 걸리는 틈을 이용해 주소를 바꾸거나 미러 사이트를 열며 이용자를 다시 끌어모았다. 불법 유통의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다. 새 제도는 저작권 침해가 명백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예상되는 경우 우선 차단하고, 이후 심의를 거치는 방식으로 대응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먼저 체감된 곳은 웹툰 시장이다. 국내 최대 불법 웹툰·웹소설 사이트로 꼽혀온 '뉴토끼'는 긴급차단제 시행을 2주 앞둔 지난달 27일 '뉴토끼·마나토끼·북토끼' 서비스 종료를 공지했다. 운영자는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정부 단속 강화와 긴급차단제 시행을 앞둔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만화가협회는 당시 "운영자 처벌이 남았다"는 취지로 후속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피해 규모도 작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웹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웹툰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 규모는 약 4465억원으로 추산됐다. 전년보다 533억원, 13.6% 증가한 수치다. 불법복제 이용률은 2022년 21.5%에서 2023년 20.4%로 소폭 낮아졌지만, 웹툰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피해액은 오히려 늘었다.
불법 콘텐츠 복제 사이트 뉴토끼 폐쇄 안내문
불법 플랫폼 폐쇄 직후 합법 플랫폼에는 변화가 감지됐다.
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뉴토끼·마나토끼가 서비스를 종료한 4월 27일부터 5월 1일 사이 네이버웹툰의 일간 신규 설치 건수는 평균 1만5537건으로, 직전 주 평균 1만1853건보다 약 31% 늘었다. 같은 기간 카카오페이지는 하루 평균 신규 설치 건수가 4119건에서 7305건으로 77% 증가했다. 불법 사이트 이용자 일부가 정식 플랫폼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창작자들이 긴급차단제에 거는 기대는 '속도'에 있다. 웹툰과 웹소설은 신작 공개 초반 독자를 모으는 흐름이 중요하다. 이 시기에 최신 회차가 불법 사이트에 먼저 퍼지면 유료 결제 전환이 끊긴다. 나중에 차단이 이뤄져도 이미 빠져나간 독자와 매출은 되돌리기 어렵다. 영화와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개봉 당일 또는 공개 직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올라가면 극장과 OTT 유료 이용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불법 유통 사이트를 조기에 발견하고 신속하게 차단할 경우 정상적인 콘텐츠 유통 구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최근 사례도 주목된다.
네이버웹툰은 불법 복제 사이트를 빠르게 찾아내 형사 고발을 추진하고, 복제 유출을 지연시키는 전략이 자사 앱 유료 결제 전환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급차단 제도와 처벌 강화가 맞물리면 불법 유통 조직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도 시행이 곧바로 불법 유통 근절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뉴토끼·마나토끼·북토끼는 폐쇄를 공지했지만, 며칠 뒤 텔레그램 등을 통해 우회 접속 주소가 유포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부 유사 사이트가 같은 이름을 달고 다시 등장했다는 사례도 확인됐다. 불법 사이트가 폐쇄와 재개설을 반복해온 만큼, 긴급차단제가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변종 사이트까지 막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해외 서버를 이용하거나 주소를 바꿔 다시 등장하는 사이트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적 모니터링과 국제 공조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차단 절차와 함께 처벌도 강화했다. 고의적인 저작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는 실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됐다. 영리 목적의 불법 복제물 링크 사이트 운영과 링크 게시도 저작권 침해 행위로 본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열린 불법사이트 긴급차단 및 접속차단 제도 시행 성공 다짐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중소·중견 웹툰 플랫폼들도 이번 제도 시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카카오페이지 같은 대형 플랫폼은 글로벌 서비스와 광고, IP 확장 사업을 함께 가져가지만, 중소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플랫폼 내 유료 결제 의존도가 높다. 불법 사이트에 머물던 이용자 일부만 돌아와도 체감 효과가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사례는 한 가지 가능성을 보여준다. 불법 접근이 어려워질 때, 독자와 시청자는 다시 합법 플랫폼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