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가정의 보호아동입양한 것도, 직접 낳은 것도 아니다. 제도상으로는 '임시 보호'에 가깝지만, 한 번 품으면 내 자식이 된다. 배은희의 신간 '위탁된 가족'은 언제 떠날지 모르는 아이를 품고 살아가는 위탁부모들의 현실을 기록한 논픽션이다.
'위탁된 가족'은 저자가 11년간 위탁엄마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비혈연 위탁가정의 삶과 제도적 한계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2015년 생후 11개월 된 아이를 만나 위탁부모가 됐고, 이후 신문 연재와 방송 등을 통해 가정위탁제도의 현실을 알려왔다.
책은 모두 아홉 가정의 위탁엄마들을 인터뷰해 구성됐다. 베이비박스 아기를 위탁한 가정, 입양가족이면서 위탁가족인 가정, 새터민 가정, 장애 아동을 위탁한 가정, 장기 위탁으로 아이를 키우는 가정 등 서로 다른 사연을 통해 위탁가정의 일상과 어려움을 보여준다.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부모가 있어야 할 자리에 부모가 없다면, 아이는 어떻게 자라야 하는가. 그는 "아이에게는 부모가 필요하다. 부모가 없다면 안정적인 양육자가 필요하다"며,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라는 것은 모든 아동의 권리이자 국가가 보장해야 할 책무라고 강조한다.
책은 위탁부모를 '천사'로 포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의 휴대전화 개통, 여권 발급, 전학 같은 일상적 업무에서도 '친권'의 장벽에 부딪히는 현실을 드러낸다. 주민등록등본상 아이가 '자녀'가 아니라 '동거인'으로 표시되는 문제도 짚는다.
그래서 저자는 '위탁자녀'라는 법적 지위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아이가 법적으로도 위탁가정의 자녀로 인정될 때, 위탁부모와 아이 모두 안정감 속에서 필요한 보호와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각 제공 가정위탁은 '임시 보호'로 시작되지만, 현실에서는 장기 보호가 되기도 한다. 원가정의 상황과 행정 절차, 위탁가정의 사정이 얽히면서 '잠시'가 길어진다. 저자는 위탁부모의 삶을 "함께 지내다 보면 깊은 정이 들어 헤어지는 순간이 두려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책의 결론은 개인의 선의만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데 닿아 있다. 가정위탁은 자선이나 봉사가 아니라 국가가 져야 할 책임을 사회와 나누는 제도라는 것이다. 저자는 "국가가 부모 없는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위탁된 가족'은 낯선 제도를 설명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가족의 의미를 다시 묻는 책이다. 피보다 진한 것은 무엇인지, 아이를 키우는 책임은 어디까지 개인에게 맡겨도 되는지, 이 책은 위탁부모와 아이들의 목소리로 조용히 묻는다.
배은희 지음 | 다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