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두 번째 단독 콘서트 '언필터드'를 연 데이식스 원필.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시 한번 인사드립니다. 댄스 천재 김원필입니다."
몰아치는 춤 구간을 마치고 "잘 봤나요? 제 몸짓 잘 봤나요?"라고 웃었던 원필은 앙코르 무대 후 첫 멘트 시간에 본인을 '댄스 천재'라고 소개했다. "한 번 더!"를 연호하는 관객석을 향해 "진짜 마이데이(공식 팬덤명)는 욕심쟁이!"라며 저절로 움직이려는 다리를 스스로 찰싹 치고는 "발이 (알아서) 막 움직이려 해! 발이 가려고 하지 않나"라고 능청을 떨었다.
그러고는 새 앨범 발매 전 인터뷰에서 취재진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은 수록곡으로 꼽았던 '업 올 나잇'(Up All Night)을 무반주 라이브로 소화하며 춤을 췄다. 퍼포먼스의 킥이라고 할 수 있는 '한 손만 주머니에 넣고 스텝 밟기'는 재차 등장해도 비명에 가까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환호를 끌어냈다.
꾸며낸 거만한 표정으로 "춤이란 게 사실 별거 없다"라며 "뭐 그냥… 조금만 연습하면 된다, 조금. 별로 노력 안 들여도 된다"라고 하고는 "너무 많이 크게 웃으시는데?"라며 이내 자세를 낮춘 원필은 "진짜 열심히 연습했다"라고 털어놨다. "근데 진짜 웃긴 게 뭔지 알아요? 연습생 때 연습했던 게 진짜 도움이 되더라고요. 진짜 너무 웃겼어! (일동 폭소)"
원필은 지난 3월 30일 발매한 미니 1집의 첫 번째 곡 '톡식 러브'로 공연을 시작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있는 그대로의 김원필(원필의 본명)을 담아내고 싶다"라는 데서 시작한 원필의 두 번째 솔로 콘서트 '언필터드'(Unpiltered)의 마지막 날 공연이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속한 밴드 데이식스(DAY6)로는 전국 투어와 월드 투어로 국내외를 바삐 누비고 있는 그이지만, '솔로'로는 무려 4년 2개월 만의 단독 콘서트였다.
2022년 3월 열린 첫 솔로 콘서트 '필모그래피'(Pilmography) 때는 지금과 많은 것이 달랐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가 길어지고 있었고, 원필 개인적으로는 입대로 인해 긴 여백기(데이식스-마이데이가 공백기를 이르는 말)를 앞두고 있었다.
박수와 함성을 대신한 클래퍼 소리만 듣고 마이데이 목소리는 듣지 못한 채 머리 깎고 진해 해군훈련소로 갔던 기억이 너무 선명하다는 원필은, 이번 '언필터드' 공연으로 '아픈 손가락'이었던 '필모그래피'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냈다. "그때는 조금 슬펐는데 지금은 전혀 슬프지가 않아요. 너무 후련하고요."
공연 중 "너무 재미있다. 저 진짜 너무 즐기고 있다"라고 한 기저에는 '소심하지 않기'가 있었다. "나 김원필 안 소심해요. 오늘 소심함 따윈 없어! (…) 분명히 말했어요. 소심하지 말기! 옆 사람 눈치 보지 말기!" 댄스 퍼레이드도 이런 마음가짐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원필은 이날 총 24곡의 무대를 선보였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걸러지지 않은, 모든 것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콘서트를 지향했기에, '언필터드'는 지루할 틈 없이 다채로움을 자랑했다. 우선, 지난 3월 30일 발매한 동명의 미니 1집, 첫 정규앨범 '필모그래피'는 물론, 데이식스 단체곡, 원필이 속한 유닛 이븐 오브 데이(Even of Day) 앨범 수록곡을 아우르는 세트 리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언필터드' 작업할 때부터 "첫 번째 트랙으로 너무너무 잘 맞겠다" 싶었던 '톡식 러브'(Toxic Love)는 앨범명과 같은 이번 콘서트에서도 똑같이 첫머리를 장식하게 됐다. 최애곡이 항상 바뀌는 편이지만, "항상 고민하던 생각"을 녹인 노래여서 "아직까지 최애곡인 것 같다"라고 고백한 '어른이 되어 버렸다'까지 두 곡을 오프닝에서 소화했다.
'휴지조각' '지우게' '그러다 보면' '우리 더 걸을까' '언젠가 봄은 찾아올 거야'까지 '필모그래피' 수록곡이 연달아 나온 구간 후, "가장 자신 있는 모습"을 "증명하는 자리"로 만든 댄스 타임이 시작됐다. 마이데이와 손잡고 걷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카메라를 응시하며 손을 내밀었던 '우리 더 걸을까'에서 시동을 걸었던 '재롱'은 댄스 타임에서 본격화됐다.
데이식스 유닛 이븐 오브 데이 곡인 '그렇게 너에게 도착하였다'(Landed) 때부터 여섯 명의 댄서가 올라와 함께 퍼포먼스를 꾸몄다. 원필은 "마이데이가 날아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은 말이에요"라고 하고는 이내 "사랑일 수 있을 것 같아!"라는 가사를 불러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앙코르 첫 곡으로 '업 올 나잇' 무대를 선보인 원필. JYP엔터테인먼트 제공신남이 느껴지는 피아노 연주가 돋보이는 '나 홀로 집에' 때는 "나 혼자 기쁨의 춤을 추지"라는 가사에 맞춰서 몸을 흔들거나, 뒷머리를 쓸어 넘기는 동작을 선보인 원필은 "제대로 즐기고 있는 거 맞냐?"라며 '더 놀기'를 유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원필이 피처링했던 그_냥 원곡의 '축가'는 댄서들과 꾸민 아기자기한 춤만큼이나, 편안한 음역과 달콤한 음색이 어우러진 '가창' 자체에도 절로 귀 기울이게 됐다. 처음부터 "마이데이, 우리 오늘부터 1일?"이라고 선언한 원필은 볼과 입술을 톡톡 두드리며 매력 발산에 여념이 없었다. 이처럼 '축가'는 원필만의 깜찍함이 담뿍 담긴 세레나데였다.
또한 댄스 타임은 원필은 아낌없는 '팬 서비스'를 만끽하는 구간이었다. 새 앨범 수록곡 '백만송이는 아니지만'에서 원필은 볼에 바람을 넣는가 하면 꽃받침을 했고, 흰색 장미를 입에 무는 퍼포먼스로 눈부시게 마무리했다. '사랑, 이게 맞나 봐' 때는 응원차 공연장을 방문한 데이식스 도운에게 "도운아 불러라!"라며 마이크를 넘겼다. 도운은 마데워치(공식 응원 도구)를 들고 본인 파트를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콘서트에서 춤추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원필의 의지는 앙코르 대기 시간 나온 VCR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마이데이가 가장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 뭘까" 고민한 끝에 "결국 답은 하나"라는 답을 내린 원필은 "춤은 저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언어다. 마이데이를 위해서라면 저는 언제나 준비돼 있다"라며 '필터링되지 않은 이야기' 버전 영상을 별도로 준비해, '댄스 천재'가 되고자 애쓴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원필은 첫 콘서트 '필모그래피' 이후 4년 2개월 만에 두 번째 콘서트 '언필터드'를 개최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공연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원필이 가장 집중한 것 역시 '춤'과 '퍼포먼스'였다. "머슬 메모리라고 할까. 몸이 먼저 반응해 버리는… 무대에 있어서는 몸이 좀 예민한 편이라"라고 너스레를 떠는 원필에 이어, 모자이크의 의미가 없는 화면 처리로 등장한 박모씨(성진)는 "(원필이) 그냥 춤췄으면 댄스계의 판도가 많이 바뀌지 않았을까"라고 한술 더 떠 폭소를 유발했다.
데이식스에서 건반을 담당하는 원필의 '본업 모먼트'는 중반부에 등장했다. 팬들의 휴대전화 플래시 이벤트로 장관을 연출한 '피아노' 무대 때, 원필은 공중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다. 데이식스 곡 '마치 흘러가는 바람처럼'과 '예뻤어'에서도 그의 연주는 계속됐다. '예뻤어'와 '안녕, 잘 가' 등 따라 부르기를 요청한 곡은 마이데이와 함께 마무리했다.
댄스 타임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깨끗하게, 분명한 감성을 동반해 관객석까지 전달되는 '가창'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었다. 라이브로 맛보고 나서 더 좋게 들린 곡이 여럿 생겼다. 애절함이 묻어있는 도입부의 호소력과 단단한 고음 처리가 호소력을 견인한 '지우게'나, 곡에 스민 따뜻한 정서가 잘 다가왔던 '그리다 보면', 단출한 구성으로 미성이 잘 담긴 '늦은 끝', 기타 연주가 잘 어울렸던 '위시'(Wish)가 그랬다.
원필은 공연 중반부 '피아노' 무대부터 직접 피아노를 연주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좀비'(Zombie) '장난 아닌데' '놓아 놓아 놓아' 등 데이식스 대표곡의 작사가이기도 한 원필의 '가사'가 더 잘 보이고 들리도록, '외딴섬의 외톨이' '소설 속의 작가가 되어' 무대에서는 가사를 자막으로 띄우기도 했다. 본공연의 마지막은 미니 1집의 타이틀곡 '사랑병동'이 장식했다. 붉은 레이저를 쏘며 심상치 않게 출발한 '사랑병동' 라이브는 이 곡의 장르가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경험을 선사했다.
특히 이번 원필의 공연에는 청각에 제약이 있는 관객을 위해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인프라가 마련돼 있었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사단법인 히어사이클과 협업해 공간의 한계 없이 오디오를 수신기로 전송할 수 있는 청취보조시스템(오라캐스트) 송수신기를 도입해 공연 접근성을 높였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사로는 최초다.
라이브 세션의 연주는 공연을 더 생동감 있게 해 줬다. 흥에 겨운 원필이 '백만송이는 아니지만'과 '업 올 나잇'을 무반주로 라이브 하면 재빨리 반주를 얹기도 했다. 원필은 "이번에도 조금씩 새로운 편곡도 하면서 조금 더 좋은 사운드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너무너무 잘해주셨다"라며 "너무너무 고맙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일과 3일 원필 공연을 보러 온 영케이, 성진, 도운. 데이식스 공식 트위터"저의 굳어있던 몸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고, "마치 먼지로 뒤덮여 있던, 무슨 상자 안에 들어있던 애 같은데 후후 불어가지고 '너 다시 움직여라' 해 준" 퍼포먼스팀과, 무대를 같이 꾸민 댄서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원필은 "잘 준비하려 했는데 그래도 좋아해 주신 거 같아서, 제가 안무 연습실에서 흘렸던 땀방울의 보상을 받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객석에 있던 성진과 도운을 향해 "정말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다. 데이식스!"라며 "거의 전우다, 전우. 우리는 가족이자 전우 같은 느낌이 있다"라고 원필은 말했다. 원필은 "저들이 없으면 제가 없다, 정말.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진이 형이랑 도운이랑 브라(영케이의 영어 이름 '브라이언' 별칭) 형이랑 같이 좋은 음악 들려드릴 수 있게 저희가 열심히 또 해 보겠다"라고 약속했다. 영케이는 이틀째인 지난 2일 공연을 찾았다.
'행운을 빌어 줘'와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을 마지막으로, 총 24곡 무대가 펼쳐진 2시간 30분가량의 공연은 막을 내렸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 동안 열린 '언필터드'는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