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측으로부터 한일 해저터널 건설 사업 추진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서울 서초구 정교유착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본)가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불기소 처분한 결정을 두고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2차 종합 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 역시 특검보의 유튜브 출연과 이해충돌 문제 등이 불거지며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두 수사 조직은 결국 고발까지 당하며 되레 수사 대상에 오른 상황이다. 민감한 주요 사건을 맡고 있는 만큼, 수사 과정 전반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금 4천만원 명품시계 2개"→"3천만 원 미만"…절묘한 공소시효
"2017~2021년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 평화서밋 행사를 앞두고 현 정부의 장관급 네 분에게 어프로치(접근)했다. (특검에) 국회의원 리스트도 말씀드렸다."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지난해 12월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상판사) 심리로 열린 업무상 횡령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받으며 이 같이 밝혔다. 민중기 특검팀이 같은 해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도 정식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게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특검팀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지만 '편파 수사', '직무 유기'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민 특검은 수사 무마 의혹 등으로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9일 경찰로 이첩됐다. 앞서 윤 전 본부장은 특검에
"전재수 전 장관이 2018년쯤 천정궁을 방문해 한학자 총재를 만났고 자신으로부터 현금 4천만원과 명품 시계 2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 전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12일 법정에서 관련 진술을 부인했고, 경찰에서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선을 그으며 다소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결국 윤 전 본부장은 3차 경찰 조사에서 금품 전달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은 공소시효 등을 감안한 신속한 수사를 강조했지만 국회 전재수 의원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늑장'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 사이 의원실 내부에서 문서 파쇄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진상 규명 여론이 높아지자 통일교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할 합수본이 지난 1월 6일 출범했다. 김태훈 합수본부장(대전고검장)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실체를 규명하겠다"며 "국민들이 원하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3개월이 흐른 이달 10일 합수본은 전 의원에 대해 '공소권없음'과 '혐의없음' 판단을 내리고 불기소 처분했다.
판단 근거는 "수수 정황은 있으나,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것이다. 합수본은 통일교 측이 전 의원에게 명품시계 등 금품을 제공한 시점과 장소를 '2018년 8월 21일, 천정궁'으로 특정했다. 정원주 통일교 총재 비서실장이 785만 원 상당의 까르띠에 시계 1점을 구입했고, 2019년 7월쯤 전 의원의 지인이 해당 시계의 수리를 맡긴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시계를 포함해 제공된 금품이 3천만 원 이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봤다. 대가성이 없이도 처벌하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이미 지난 상태다. 직무 대가성을 동반한 뇌물죄의 경우 수뢰액이 3천만 원을 넘으면 공소시효가 10년이 되지만, 3천만 원 미만이면 7년이 적용된다.
합수본은 "김건희 특검 수사 과정에서 전 의원에게 시계와 함께 현금이 제공됐다고 진술했던 윤영호 전 본부장은 전달된 금품의 내용을 직접 목격하지 못했고, 달리 금액을 특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절묘한 수사 결과'라는 의구심 섞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애초 특검에서부터 수사 무마 논란이 있었던 만큼 합수본 수사는 더욱 철저해야 했다"며 "수수 정황이 확인됐고 공소시효까지 걸리는 사안이라면 좀 더 적극적 수사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합수본은 통일교 측이 전 의원의 책 500권을 1천만 원에 구입해 편법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구입 사실은 인정되지만, 청탁했다고 볼 구체적 사정은 없다며 무혐의로 판단했다. 다만 증거 인멸 의혹을 받는 전 의원의 보좌진 4명에 대해선 혐의가 확인됐다고 보고 불구속 기소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전 의원의 지위를 볼 때 청탁이 명시적이지 않더라도 뇌물 혐의를 고려하면 '묵시적 청탁'이 있었는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었다"며 "특히 증거인멸 행위와 전 의원 간의 연관성을 제대로 규명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합수본은 전 의원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혀 '몸통은 놔두고 꼬리만 자른 격'이라는 일부 비판도 제기됐다. 수사 결과 역시 민주당의 6·3 지방선거 부산시장 후보로 전 의원이 선출된 다음 날 내놓아 시기적으로도 논란이 일었다. 합수본은 "선거 일정을 고려해서 (발표)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결국 김태훈 합수본부장과 사건 처분 책임자들은 법왜곡 및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지난 12일 경찰에 고발 당했다. "금액을 특정할 수 없다", "3천만 원 이상이라 확정하기 어렵다" 등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은 법왜곡죄 등에 해당된다는 게 고발 취지다.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 김지미 특검보가 30일 과천 특검사무실에서 수사 관련 사항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특검보 유튜브 출연, 수사 착수…대북송금 수사 공정성 논란도
논란에 휩싸인 행보로 수사 대상에 오른 건 종합 특검팀도 마찬가지다.
특검팀의 김지미 특검보는 지난 9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업로드되는 '정준희의 논'에 출연해 특검팀 인력 구성과 주요 수사 대상 의혹,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설명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주요 피의자에 대한 출석 조사 가능성 등을 묻는 질문엔 "곧 원하는 (출석) 장면을 보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중립성과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권 특검과 김 특검보는 결국 직권남용, 피의사실 공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 당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종합특검이 맡고 있는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 기소 의혹' 수사의 경우에는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사건을 맡은 권영빈 특검보가 과거 대북송금 사건 핵심 관련자들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을 변호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일각에선 방 전 회장의 진술이 바뀌게 되는 과정에 권 특검보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종합특검은 "방 전 부회장은 권 특검보가 소속된 법무법인을 방문해 상담한 후 권 특검보를 선임했다"며 "권 특검보가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방 전 부회장과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의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식지 않자 결국 특검팀은 사건 담당을 김치헌 특검보로 변경했다. 특검팀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특검은 살아 있는 권력까지 성역 없이 수사하기 위해 도입된 예외적 제도인데, 특검이나 특별 수사를 위한 합수본이나 살아 있는 권력 쪽에 선다는 시선이 점차 커지는 것 같다"며 "신뢰성과 공정성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