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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하청 '직고용'…노봉법 시대, 모범인가 꼼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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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업지원 하청 7천 명 직접 고용…원·하청 관계 재편 신호탄
'자회사 고용' 대신 본사 편입…불법파견 소송 종결 여부 주목
노동계 "별도 직군은 차별 고착"…부제소 합의 압박 우려 반발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제공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제철소 생산 현장의 조업 지원 협력사 직원 7천여 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전격 결정하면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대의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하도급 구조를 개선할 신호탄이라는 기대 이면에 '꼼수' 직고용이라는 비판도 노동계 안팎에서 나온다.

9일 포스코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포스코는 전날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직고용 관련 세부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직고용 대상은 전날 기준 재직자 중 철강 생산 공정에서 조업과 직접 연관된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현장 직원들이다.

회사는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조업 시너지'를 뜻하는 S직군을 새롭게 신설하고, 직고용을 희망하는 협력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향후 2년 이내에 순차적인 채용 절차를 밟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직급은 개인별 업무 경력 산정 결과에 따라 부여되며, 기존 생산기술직군(E) 등과는 직군 간 임금 차이가 발생하지만 '차이는 있으나 차별은 없다'는 대원칙 아래 S직군만의 직무 특성과 가치를 반영한 처우가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규모 직고용 결정의 기저에는 누적된 대법원 판결과 노란봉투법 시행이라는 시대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22년 대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확정판결을 받은 이후, 5천여 명으로 추산되는 하청 노동자들의 줄소송에 직면해 막대한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여기에 하청 노동자의 노동 조건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진짜 사장'에게 책임을 묻는 노란봉투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원청의 사회적 책임은 더욱 무거워졌다.

포스코 제공포스코 제공
실제로 전날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하청 노조 간 교섭 단위를 분리하며, 포스코를 하청 노동자들의 산업안전 의제에 대한 '실질적 사용자'로 공식 인정했다.

위험한 설비를 통제할 권한은 원청이 쥐고 있으면서 사고의 책임과 위험만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낡은 시스템이 법과 제도에 의해 철저히 부정당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포스코의 선제적 행보가 향후 산업계에 유의미한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시민단체 '손잡고'의 윤지선 활동가는 이번 결정에 대해 "과거 현대제철이나 공공기관 등이 불법파견을 회피하기 위해 썼던 꼼수인 '자회사 방식'이 아니라 본사 테두리 안으로 편입시키는 직접고용 구조를 택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훌륭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윤 활동가는 실효성 측면에서 포스코의 자발적 결단이 갖는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노란봉투법 시행령 안에 원청을 강제로 교섭 테이블에 앉힐 수 있는 제도적 강제 장치가 여전히 미비한 상태"라고 지적하며, "사법부 판결이 나와도 십수 년간 소송전으로 버티는 기업이 태반인 현실에서, 사회적 갈등 비용을 최소화하고 스스로 불법 상태를 종식하려 대기업이 나선 것은 박수받을 만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기존 하청 노동자들이 겪던 심각한 산업재해 위험 등 철강 산업 특유의 안전 문제를 고려할 때, 향후 실질적인 실행 과정에서 차별 없는 온전한 직고용이 이루어진다면 더욱 완벽한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동계 안팎에서는 이번 결정이 눈앞의 법적 리스크를 털어내기 위한 사측의 교묘한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례적인 대규모 직고용 선언 이면에 또 다른 구조적 차별과 책임 회피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전날 성명을 내고 사측이 불법파견 소송 당사자인 노동조합을 철저히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직고용 방안을 발표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노동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신설되는 S직군이 품고 있는 차별의 구조화다. 금속노조는 정규직과 분리된 새로운 직군을 만드는 직접고용은 또 다른 착취일 뿐이라며, 임금과 승진 등에서 구조적 차별을 유지하는 것은 불법을 합법으로 위장하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이다.
 
아울러 1만 5천여 명으로 추산되는 전체 하청 업체 중 1차 협력업체 소속 7천여 명만 선별적으로 흡수해, 간접고용의 최하층에 있는 2·3차 하청 및 용역 노동자들을 배제한 채 다단계 착취 구조를 방치했다는 점도 한계로 꼽았다.

나아가 회사가 직고용 전환의 전제 조건으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취하 및 체불 임금 포기를 종용할 것이라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확정판결을 받을 경우 사측은 해당 노동자들에게 과거 정규직으로서 받았어야 할 임금 차액을 지급하고, 그간의 근속연수를 온전히 인정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진다.

그러나 회사가 직고용을 무기로 향후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강요한다면, 수십 년간 고열의 철강 공정 앞에서 헌신한 고령의 하청 노동자들조차 하루아침에 근속이 초기화된 신입사원으로 전락해 정당한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
 
결국 포스코의 7천 명 직고용 선언은 하도급 구조를 허무는 거대한 신호탄이라는 긍정적 전망과, 누적된 소송 리스크를 단번에 덜어내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라는 짙은 그림자를 동시에 드리우고 있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의 오민규 연구실장은 포스코의 이번 조치가 지닌 맹점과 관련해 사측이 직고용 전환 과정에서 과거의 권리 포기를 압박할 수 있음을 짚으며 "사측이 통상적으로 부제소 합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이어 "부제소 합의를 전제로 직고용이 이뤄질 경우 그동안의 근속연수가 일체 인정되지 않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야 하는 현실"이라며 "이렇게 되면 고령 노동자들의 경우 전환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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