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화면 캡처직장인 A : 직장은 좋은데, 동료 때문에 출근이 싫어집니다. 이 회사 계속 다녀도 괜찮을까요?
소통왕 말자 할매 : 나는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어. 어디든 간에 사람 때문에 상처받았다고 내가 그 자리를 안 피했으면 좋겠어. 넓게 보면 정말 그 사람이 나한테 월급 주는 게 아니잖아? 그 사람도 나와 똑같은 사장에게 돈을 받는 입장이야. 내가 내 자리에서 일을 열심히 하고 있고 월급이 줄지 않고 있다면, 그 자리는 내가 지켜야 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고민. 직장은 좋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나를 괴롭히는 동료나 상사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 어떡해야 할까.
지난달 30일 '직장인 특집'으로 꾸려진 KBS2 '말자쇼'에서 '소통왕 말자 할매'로 활약 중인 코미디언 김영희는 "그 사람이 나한테 월급 주는 게 아니잖아"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게 회사를 떠나지 말라고 강조했다.
2023년 17개 광역시도 직장갑질 보고서 캡처 직장 내 괴롭힘 유형 중 가장 많은 건 '폭언'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17개 광역시도 직장갑질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 5월까지 3년 5개월간 전체 광역자치단체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총 557건으로 조사됐다. 연도별 신고 건수는 2020년 128건에서 2022년 178건으로 1.4배 증가했다.
욕설, 폭언은 물론 폭행 행위까지 직장 내 괴롭힘 유형도 다양하다. 17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지난 3년 5개월간 접수된 괴롭힘 신고(565건)를 유형별로 보면 △폭언 231건(40.9%) △기타 131건(23.1%) △따돌림・험담 65건(11.4%) △강요 37건(6.5%) △부당인사 34건(6.0%) 순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소개한다.
직원들 앞에서 "패딩은 세탁해서 입고는 다니냐" "옷에서 냄새가 난다" 등 모욕적인 발언을 하거나 옷과 가방 등을 지적하며 "3천 원 주고 산 거냐" 등 모욕감을 준 발언은 직장 내 괴롭힘이다.
술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반복해 말한 것, 회사 행사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장기자랑 준비를 강요한 것, 동료 간 따돌림, 상사의 지시로 흰머리를 뽑거나 라면을 끓인 것 등 모두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정했다.
실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대화방 및 업무용 무전기를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저능아 XX야' '이 쓰레기들 진짜' '일처리 개XX 진짜' 등의 욕설 및 폭언을 한 서울 유명 치과병원은 특별근로감독을 받았다.
방송 화면 캡처 10명 중 7명은 참거나 모르는 척 하거나
스웨덴 임상심리학자인 하인츠 레이만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집단 폭력' 또는 '심리적 테러'라고 했다. 한 명 또는 다수의 사람이 한 명의 개인에게 체계적인 방식으로 가하는 적대적이고 비윤리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결국 피해자에게 큰 정신적·심신적·사회적 불행을 가져다준다고 분석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23년 6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 종사자 중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을 때 '회사 또는 노동조합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8%에 불과했다. 반면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는 응답이 10명 중 7명으로 나타났다.
557건의 신고 중 사건 종결된 524건 중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 건은 167건(31.9%), 불인정된 건은 39.1%(205건)로 인정률보다 불인정률이 더 높았다. 신고하기 어렵거나 신고해도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직장 내 괴롭힘을 겪는 직장인 대부분은 참거나 회사를 떠난다.
방송 화면 캡처예방과 신고 등 노동자 위한 장치 중요
소통왕 말자 할매는 "그 사람(가해자)이 나한테 월급 주는 게 아니"라며 "그 자리(직장)는 내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어떻게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피해자는 1차적으로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근무 중인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직접 방문하거나 팩스로도 피해 사실을 제출할 수 있다. 또한 노동포털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신고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내 규범을 마련하고 예방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한국디지털정책학회가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이 이직 의도에 미치는 영향'(2021)에서 연구진은 "직장 내 괴롭힘은 정서적 고갈을 증가시켜 종사자의 이직 의도를 증가시킨다"며 "기업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하는 직원들을 위해 비밀 보장, 근무의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기업 내 특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성을 통하여 이직 의도를 감소시킬 수 있는 심리적인 근육을 다질 수 있도록 기업이나 동료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면서 "이로써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경험하게 되어도 조직 내 공정성으로 이직 의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직장갑질119가 제작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서 모범양식. 직장갑질119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