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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차갑지요? 나갑시다. 따뜻한 데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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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3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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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 믿음, 최고의 유산 9


김주용 목사 제공김주용 목사 제공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이 반갑다. 영화관을 찾는 낭만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왕과 사는 남자'는 수많은 관객이 한 공간에서 웃고 울며 함께 영화를 보는 아날로그 감성을 되살리고 있다. 신분을 뛰어넘는 감동의 이야기와 함께, 부모 세대(엄흥도)와 자녀 세대(단종) 사이에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도 특별하다. 영화에서 단종이 유배를 가면서, "나는 이제 어디로 갑니까?"라고 말한다. 그때 눈물을 글썽이는 단종의 모습은 한국교회를 향해 자녀 세대가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라고 묻고 있는 것과 겹쳐 보인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주일학교 현장은 마치 단종이 홀로 남겨졌던 영월의 청령포와 닮아 있다. 권력 싸움에 어린 단종을 피해자로 만들던 역사는 현재 한국교회의 기성 세대가 서로의 자리와 이권을 두고 싸울 때 자녀 세대가 겪었던 상처와 아픔에 연결된다. 폐위되어 유배를 떠날 때 의지할만한 어른이 하나 없었던 단종의 모습은 기댈 만한 영적 멘토 한 분을 찾기 힘든 자녀 세대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부모의 계급과 부를 세습하는 한국사회의 새로운 신분제도는 일부 교회의 세속화된 부자세습과 승자독식의 교회 대형화를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렇게 시대에 역행하는 교회 안에 실망을 했던 젊은 세대는 자신의 자녀 세대와 함께 교회를 바라보며 단종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부교역자에게 욕설을 해도 원로목사가 될 수 있는 집단이 교회이고, 설교 못 하게 하면 자살하겠다고 하는 천박한 말을 내뱉는 목사가 그래도 한국교회의 설교 원탑이라면서, 그의 설교 유튜브에는 불나방처럼 사람들이 몰려드는 비상식이 통하는 곳, 바로 그곳이 우리 자녀들이 유배지처럼 다니는 한국교회이다.
 
이런 실망과 아픔 속에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주는 다음세대를 향한 한국교회의 대안은 작은 소망을 품게 한다. 먼저, 새 시대가 아니라 옳은 시대를 전해주어야 한다. 단종의 폐위는 곧 새로운 시대를 열 세조 왕의 등극을 의미했다. 그러나 단종이 죽은 후 242년이 지나고 왕으로 복위된 역사는 새로운 시대가 모두 선하고 옳은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조금 덜 새로울지라도, 여전히 아날로그 같을지라도, 교회가 다음세대에게 옳고 바름을 신앙으로 가르치고 전할 수 있다면, 반드시 자녀세대는 AI가 아니라 교회에서 정의와 진리를 기대하게 될 것이다.

또한 어린 세대를 위해 목숨을 걸 아비와 같은 한 사람이 필요하다. 왕궁에서 쫓겨나 외진 청령포에서 어른들의 다툼 속에 깊은 상처를 받아 곡기를 끊고 죽기를 바랬던 단종의 마음을 유일하게 품어 주던 사람이 엄흥도였다. 그는 단종 왕에게 높임말을 썼지만 그의 말투에는 모두 아버지와 같은 따뜻함과 애정이 담겨 있었다. 이처럼 단종을 아들처럼 품었던 천민 엄흥도는 세조와 한명회의 세력에 의해 죽어 강물에 버려진 단종을 서슬 퍼런 칼날 앞에서도 수습하고 장례를 치렀다. 그 순간만큼은 왕이 아니라 아들로 여기며 단종을 안고, "차갑지요? 나갑시다. 따뜻한 데로 갑시다"라고 말하며 아들을 먼저 세상을 떠나 보낸 아버지처럼 한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생명을 걸고 자녀세대를 위해 기꺼이 강물에 뛰어들 단 한 사람의 어른이 있다면 우리 시대의 교회는 소망이 있지 않겠는가? 한국교회의 미래는 그런 아비의 뜨거운 심장에서 시작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역사 속 정통성을 지켜내는 교회를 물려주어야 한다. 단종이 폐위되었지만 끝내 복위된 이유는 그가 조선왕조의 정통이었기 때문이다. 교회는 유유히 흐르는 교회의 가치와 정신을 지켜낼 때, 끝내 다시 돌아올 다음 세대에게 뿌리를 전해줄 수 있다. 지금은 그들이 식상하게 생각하고 고루하게 느낄지는 모르지만, 끝내 그들은 뿌리와 역사를 찾으러 교회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지켜내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교회 안에서 단 한 사람의 어른이라도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단 한 아비라도 갈라치기와 혐오, 증오 대신에 화해와 긍휼, 사랑의 삶을 보여준다면, 다음세대는 결코 교회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김주용 목사(연동교회,  CBS 자문위원)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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