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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전쟁통에 후순위로 밀렸다고? 더 큰 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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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늎스연합늎스
"아마도 전쟁 이슈 때문에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일단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닐까요. 지금 청와대가 그것까지 신경쓸 겨를이 있을까 싶어요"

한 금융그룹 관계자의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금융그룹들이 최근에는 아리송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2월까지만 해도 속도를 내던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 잠시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나은 걸까, 아니면 매를 뒤로 물리려는 것일까.

시간을 거슬러 지난해 12월 19일로 돌아가보자. 이 대통령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국민들에게 생중계되는 자리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질문하는 모습.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질문하는 모습. 연합뉴스
"똑같은 집단이 '이너서클'을 만들어서 돌아가면서 계속 해 먹더라. 돌아가면서 계속 회장 했다가, 은행장 했다가, 왔다갔다 하며 10년, 20년씩 해먹는 모양이다"
"가만 놔두니까 '부패한 이너서클'이 자기들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면서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


듣기만해도 섬뜩한 이 대통령의 질타에 금융그룹들은 얼어붙었다. 당국은 곧바로 움직였다. 금융위원회는 권대영 부위원장을 주재로 지배구조 선진화 TF를 열었고, 금융감독원도 전 지주사를 상대로 '지배구조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특별 지시를 받아 발빠르게 움직이던 당국이 돌연 움직임을 멈췄다. 지난 12일 발표가 예정됐던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이 당일 취소된 것이다. 정부 중요 발표가 급작스럽게 취소된 것은 흔치 않은 풍경이다. 그립감이 강한 이번 정부에서 대통령 관심 사안에 대한 발표가 당일 연기된 데에는 분명 속내가 있을 것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설부터 청와대가 강하게 반려했다는 설들까지, 여러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당국과 정치권의 전반적인 기류를 살펴보면 중동전쟁을 이유로 '매를 물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류는 감지된다. 하나마나한 발표를 하느니 연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윗선의 결단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매를 맞은 후에 주주총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했던 금융그룹들은 복잡한 셈법 속에서 주총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주총 기간에 금융그룹들의 자정 노력은 크게 눈에 띄진 않는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회장들의 연임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23일 임종룡 회장의 연임을 확정지었고, 신한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도 오는 26일 주총을 열고 진옥동 회장과 빈대인 회장의 연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밖에 금융위가 원칙으로 제시한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 △성과보수 운영의 합리성 제고 등의 노력도 주총에서 뚜렷하게 포착되지 않는다. 당국으로서는 매를 물릴 이유가 딱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공시된 금융지주 수장들의 수 십억대 고액 연봉과 성과급은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배주주인 조정호 회장은 지난해 39억9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6.1%나 더 받았다. 금융지주 회장 중에 가장 큰 액수다. 회장들의 깜깜이 보수는 임원 보수 지급에 대해 주주 통제를 받는 '세이 온 페이(Say on Pay)' 대책에 힘을 싣게 한다.

역시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는 옛말이 맞는 걸까. 발표가 한차례 연기되고 주총이 그럭저럭 마무리되며 당국의 스탠스에 더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당국의 매는 종이 호랑이에 그칠것인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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