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종민 기자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미임명 의혹 재판에서 한 전 총리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의 헌법재판관 후보 보고 직후 '이완규·함상훈' 후보를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하라고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3일 헌법재판관 미임명(직무유기)과 졸속 지명(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의혹으로 기소된 한 전 총리 등의 4차 공판을 열고 방기선 전 국무조정실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방 전 실장은 이날 신문에서 헌법재판관 지명 전날인 4월 7일, 총리실에서 한 전 총리와 김 전 수석이 헌법재판관 후보군을 논의하는 자리에 함께 있었으며 김 전 수석이 후보자들을 설명하는 과정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특검이 "경위를 설명해 달라"고 하자 방 전 실장은 "김 전 수석이 후보자들을 정리해 보고했고 그중 이런 사람들이 적합할 것 같다는 취지로 설명했다"며 "총리께서는 개인적인 부분은 잘 모르니 그간 평판을 봤을 때 이 정도가 좋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씀한 것 정도 기억난다"고 답했다.
(왼쪽부터)이완규·함상훈. 연합뉴스특검이 "결국 이완규, 함상훈으로 결정된 것이 맞느냐"고 묻자 방 전 실장은 "네"라고 말했다.
후보자 결정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도 증언했다. 특검이 '한 전 총리가 두 사람으로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느냐'고 묻자 방 전 실장은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후보 추천 방식과 관련해 한 전 총리와 김 전 수석의 기존 진술에 일부 차이가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특검이 "한 전 총리는 김 전 수석이 한 장짜리 종이에 후보 리스트를 만들어와 보고했다고 했고, 김 전 수석은 구두로 이름을 말했다고 진술했는데 누구 말이 맞느냐"고 묻자 방 전 실장은 "김주현 수석이 뭔가 들고 있었던 것 같지만 그 종이를 총리에게 보여준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방 전 실장은 다른 후보군에 대해서는 "다른 법조인들은 낯선 분들이라 기억나지 않지만 한 명은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인물이 후보 명단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법정에서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자택에서 압수된 업무수첩 내용도 지난 공판기일에 이어 특검 측에 의해 다시 제시됐다. 수첩에는 '헌정질서 문란', '정상화 필요', '고뇌 끝 설득' 등 2024년 12월 4일 당정대 회의에서 논의된 것으로 보이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날 특검 측은 방 전 실장에게 수첩을 제시하며 관련 발언을 기억하느냐고 물었고 방 전 실장은 "유사 내용이라 기억한다"고 답했다.
한 전 종리 측은 '박성재 업무수첩'에 대해 "메모 작성자가 박성재임을 단정할 수 없다", "작성 시점도 2~3일 지나 작성했을 수 있다"며 증거가치를 문제 삼았다.
한편 방 전 실장은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4일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대 회동과 관련해선 "당시 회의 분위기는 당(국민의힘)에서는 '우리 다 죽는다'는 분위기였다"며 "계엄을 왜 했는지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이해되게 설명하고 변명해야되지 않겠냐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