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선수들이 10일 기업은행과 홈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는 모습. KOVO 4시즌 연속 포스트 시즌(PS) 진출을 확정한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 외국인 주포의 부상과 들쭉날쭉한 경기력에도 난적 IBK기업은행을 잡아내며 플레이오프(PO) 직행 가능성을 키웠다.
흥국생명은 10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IBK기업은행과 홈 경기에서 풀 세트 끝에 재역전승했다. 세트 스코어 3-2(25-20 23-25 25-16 25-19 15-12)로 2시간 12분의 접전을 마무리했다.
승점 2을 보탠 흥국생명은 승점 57(19승 16패)이 됐다. 승점 51의 4위 GS칼텍스(17승 16패), 5위 기업은행(16승 18패)과 격차를 벌려 3위 가능성을 높였다.
흥국생명은 정규 리그 최종전을 져도 최소 4위로 준PO 진출권을 확보했다. GS칼텍스가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겨 승점 60으로 3위가 돼도 흥국생명과 승점 3 이내라 준PO가 성사된다. 기업은행은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도 흥국생명에 앞설 수 없다.
3위로 PO에 직행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흥국생명으로선 최종전을 이기고 GS칼텍스, 기업은행의 남은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이날 흥국생명은 세트마다 희비가 갈렸다. 1세트에는 외인 주포 레베카가 63%가 넘는 공격 성공률로 7점을 올리는 등 호조를 보였다. 이나연 대신 선발 세터로 나선 박혜진과 좋은 호흡을 보였다.
하지만 2세트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업은행이 거세게 반격한 가운데 레베카는 191cm의 상대 빅토리아의 블로킹에 힘겨워했다. 빅토리아가 이번에는 7점을 올린 가운데 기업은행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가 오른 기업은행은 3세트에만 14점을 퍼부은 빅토리아를 앞세워 전세를 뒤집었다.
흥국생명은 4세트 변화를 줬다. 다리 근육 경련을 보인 레베카를 과감하게 뺐고, 세터도 이나연으로 교체했다. 4세트 이나연은 상대 허를 찌르는 2단 공격을 잇따라 선보였고, 막판 정윤주의 강서브가 터졌다. 최은지가 다이렉트 킬로 마무리하는 환상적인 플레이로 승부를 재원점으로 돌렸다.
이나연은 5세트 13-11 승부처에서 상대 육서영의 강타를 받아 넘기는 동물적인 수비를 펼쳤다. 그대로 네트를 넘어간 공이 기업은행 코트 안쪽에 떨어지는 행운까지 따르면서 흥국생명이 승기를 잡았다.
요시하라 감독의 작전 지시 모습. 한국배구연맹 승리 후 흥국생명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은 "좋았다 나빴다 하는 상황이 이어지는데 조금 안정됐으면 좋겠다"면서 "업다운이 심했지만 이겨서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봄 배구 진출은 좋지만 아직 1경기가 남았으니 더 좋은 배구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5일 현대건설과 원정에서도 이겼지만 기복이 심했다. 비록 3-2로 이겼지만 1세트 14점, 3세트 10점에 그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요시하라 감독은 "업다운이 심한 이유에 대해 나도 진짜 묻고 싶다"고 만감이 교차하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업다운이 심한 팀이라서 다 같이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은 '배구 여제' 김연경이 은퇴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요시하라 감독이 새롭게 부임해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과 세대 교체라는 과제를 동시에 이뤄내야 할 판이다. 올 시즌 2011-12시즌 기업은행에서 데뷔해 GS칼텍스, 현대건설, 실업팀 포항시체육회 등에서 뛴 이나연을 영입한 것도 경험을 선수단에 더하기 위해서였다.
흥국생명 최은지(오른쪽)가 10일 기업은행 블로커들을 상대로 스파이크를 날리는 모습. 한국배구연맹 이런 기복과 외인 주포 공백에도 역전승을 이룬 점은 고무적이다. 이날 토종 주포 최은지는 40%의 나쁘지 않은 공격 성공률로 피치와 같은 팀 최다 17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레베카가 공격 성공률 35.9%, 14점에 머문 가운데 주표 역할을 해냈다.
경기 후 최은지는 "레베카가 코트에 있든 없든 대비를 해왔기에 호흡에 대한 부분은 문제가 없었다"면서 "블로킹 높이는 달라지지만 국내 선수들이 들어왔을 때 수비에서 자리를 잘 잡고 이동하는 부분에서 레베카가 없으면 없는 대로 하자 얘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너무 부담을 가지면 플레이에 힘이 들어갈 것 같아 즐기자는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막상 재미있을 수가 없더라"면서 "매경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고, 끈질기게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승인을 짚었다.
이날 10점을 올린 정윤주도 김연경 은퇴 뒤 "공격력도 중요하지만 감독님께서 이제부터 리시브도 해야 한다고 하셨다"며 올 시즌 달라진 환경을 언급했다. 이어 "리시브도 버티자고 생각했고, 안 되더라도 하이볼을 때리자 생각했다"면서 "공격은 괜찮았는데 리시브와 수비가 부족했지만 앞으로 보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