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사법독립 헌정수호를 위한 대국민 호소 국민대장정 규탄대회' 출정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이 '장외투쟁'을 선언했지만, 집회 신고를 못해 인도를 따라 걷는 '침묵 행진'으로 마무리했다.
대국민 여론전이 주된 목적인 장외투쟁에서 구호도, 차도 행진도 없었던 이례적인 상황에 대해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급히 결정된 일정이어서 신고를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도부가 대여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꺼낸 두 번째 장외 카드였지만, 큰 동력을 얻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회 신고 못 해 靑까지 '침묵' 행진
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국민의힘이 국민 여론전을 하겠다며 벌인 장외투쟁이 침묵 속에 진행된 이유는 집회 신고를 못해서였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행진에 앞서 출정식까지 열며 "이재명 정권은 장기독재의 꿈을 버리고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사법파괴 3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곳곳에서 "장동혁" 구호도 터져 나왔다.
하지만 국회를 벗어나자 '침묵 집회'로 바뀌었다. 경찰에 집회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오늘 집회 신고가 되지 않아서 구호를 하거나, 또 피켓도 못 들고 있다"며 "여기서부터 장동혁 대표와 국회의원들만 청와대까지 침묵 행진을 하도록 하겠다"고 안내했다.
장외투쟁 실무를 맡은 당 사무처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어제(2일) 결정돼 신청은 못했다"며 "인도로 걸어가는 것은 법 위반 없이 가능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장외투쟁의 구체 일정이 하루 만에 확정되면서 집회 신고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지도부를 포함한 의원 80여 명은 구호 제창 없이 인도를 따라 걸었고, 도중에는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했다. 선두에 선 장 대표 등 지도부는 '삼권분립 파괴, 당장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만 들었다.
당 일부에선 전략적 고려도 한 결과라는 주장도 나온다. 차도를 점거한 대규모 집회로 확대될 경우 '윤 어게인' 구호가 전면에 부각될 가능성을 지도부가 의식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차도를 막고 대규모 행진을 하면 '윤어게인 행진'이라는 얘기와 '도심 불편'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날 현장에서는 '윤 어게인' 구호와 태극기·성조기가 뒤섞였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지선 승리 방법은 오직 윤어게인", "윤어게인 버리면 지선 다 패한다"고 외치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지도부와 당 관계자는 우파 유튜버 등에 동행 자제를 요청했지만 상당수 강성 지지자들이 청와대까지 따라붙었다. 구호와 피켓은 자제했지만, 시각적으로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당협위원장, 강성 지지층이 하나의 행렬을 이룬 모습이었다.
현장 시민들도 '시큰둥'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사법독립 헌정수호를 위한 대국민 호소 국민대장정 규탄대회' 출정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시민들의 반응도 무심했다.
여론전 성격이 강한 '장외 투쟁'이 침묵 속에 진행된 데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윤 어게인' 세력이 함께하면서 애초 당이 내건 '사법파괴 3법 규탄'이라는 취지가 얼마나 전달됐는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의도공원에서 만난 30대 오모씨는 '사법파괴 3법 규탄, 헌정수호 취지가 느껴지느냐'는 질문에 "전혀"라고 답했다. 함께 있던 60대 조모씨도 "그냥 대한민국에 불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불만 표출하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포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70대 황모씨는 "무슨 집회인지 잘 모르겠다"며 "하나 바라는 건 서로 하나 돼서 안전한 나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포구의 한 40대 직장인은 "어느 정당을 따르는 건 개인의 자유이지만, 다수결에 불복해 저렇게 집회하는 건 별로 좋아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침묵 행진이 2시간 40여 분 만인 오후 4시 50분쯤 청와대 사랑채 앞에 도착했다. 일부 의원들이 이미 자리를 떠 60명가량만 남은 상태였다.
장동혁 지도부의 두 번째 장외투쟁은 이례적으로 '침묵' 속에 마무리됐다. 국민의힘이 향후 '사법 3법' 관련 대규모 집회 형태의 장외 투쟁을 이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장외 여론전은) 수위를 점점 높여갈 일밖에 없는데, 지방선거 90일 전부터 집회가 제한돼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며 "도보 투쟁 같은 방식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