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보드를 든 박정환 9단(사진 오른쪽)과 시상자 신한은행 정상혁 은행장. 한국기원 제공한국 바둑 랭킹 2위인 박정환(33) 9단이 4억 원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는 27일 세계 최고의 상금이 걸린 '기선(棋仙)전'의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박정환에게 이날 우승은 각별하다. 5년 만의 메이저 타이틀 획득이다. 통산 6번째 메이저 세계 대회 우승이다. 특히 세계 1인자 신진서(25) 9단을 이기고 결승에 진출한 왕싱하오(22) 9단과의 대결에서 쟁취한 우승이기에 의미를 더한다.
그는 2013년 1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무려 59개월 연속 한국 랭킹 1위를 수성한 바 있다. 다만 2020년 1월 이후 신진서에 밀려 6년 넘게 2인자에 머무르고 있다. 이번 대회 우승이 간절했던 이유다.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결국 신진서가 왕싱하오에게 막혀 오르지 못한 결승 무대를 정복했다. 차후 랭킹 1위로의 복귀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박정환은 '세계기선전' 시상식에서 전 세계를 매료시킨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떠올리게 하는 두루마기, 숭례문과 신한은행 로고가 순은으로 세공된 갓을 착용하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기원 제공박정환은 또 지난 2011년 8월 만 18세에 '후지쓰배'에서 처음으로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한 이후 14년 6개월 만에 '기선전' 우승 타이틀을 보탰다. 이로써 조훈현 9단을 제치고 메이저 세계대회 최장 기간 우승 기록을 경신했다. 이 부문 종전 기록(13년 4개월)을 보유했던 조훈현은 1989년 9월 '응씨배'에서 우승한 후 2003년 1월 '삼성화재배' 정상을 밟았다.
그는 이날(27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특설 대국장에서 열린 제1회 신한은행 세계기선전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중국 랭킹 3위 왕싱하오(22) 9단을 상대로 23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2-1로 우승을 확정했다. 상대의 실수를 파고들어 역공을 가한 것이 승리 요인으로 분석된다.
박정환은 이번 대회에서 쉬하오홍(중화타이베이), 양카이원(중국), 이치리키 료(일본), 당이페이(중국) 등의 세계 일류 기사들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열세 전망에도 왕싱하오까지 제압하며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기염을 토했다. 왕싱하오와의 상대 전적은 3승 3패로 균형을 이루게 됐다.
우승 후 검토실을 찾은 박정환 9단(사진 왼쪽)에게 축하의 포옹을 한 한국기원 정태순 이사장. 한국기원 제공우승 확정 후 박정환은 "상대가 흔들리는 것 같아 기회를 잡았고, 이후 잘 풀리면서 승기를 잡았다"고 승리 요인을 분석했다. 이어 "올해 가장 큰 목표인 기선전의 우승을 달성해 기쁘다"며 "상금 4억 원 보다 초대 기선에 오른 명예가 더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우승을 계기로 계속 좋은 성적이 이어갈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랭킹 1위 복귀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시상식에서 전 세계를 매료시킨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떠올리게 하는 두루마기, 숭례문과 신한은행 로고가 순은으로 세공된 갓을 착용하고 등장했다. 기선전은 1년 주기로 열리는 세계 대회 중 최고 상금(우승 4억 원·준우승 1억 원)을 자랑한다.
박정환 9단 vs 왕싱하오 9단. 사진은 대국 후 복기 장면. 한국기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