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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위법 판결에도…韓 기업 관세 환급은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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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에 시간·비용 천문학적…美 행정부 눈치도 부담

美 관세 환급 대상 韓 기업 약 6천개
환급 규모 약 5조 원 추산…절차는 '험로'
CIT 소송 시 시간·비용 부담 막대
"블랙리스트 올라 수출 불이익 받을까 우려"
통상 협상 중 정부도 전면 대응 부담…"안내에 집중"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경제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경제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근거였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활용을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납부한 관세의 환급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환급을 위한 법적 명분은 확보됐지만 복잡한 절차와 비용 부담,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 가능성 등으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韓 6천개 업체 관세 환급 대상…약 5조원 규모 추산

25일 관세청과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에 따라 관세 환급 대상이 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약 6천 곳으로 추산된다. 당국에 따르면 IEEPA를 근거로 부과된 상호관세는 원칙적으로 환급 대상에 해당한다. 품목 관세 대상인 철강·알루미늄·구리 파생 제품이라 하더라도, 해당 원재료가 포함되지 않은 비(非)함량 가치에 대해서는 관세 환급이 가능하다.

미국 현지 언론은 글로벌 기업들의 관세 환급 요구액이 약 1700억 달러(약 2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가운데 한국 기업의 환급 대상 금액은 약 35억 달러(약 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제품에 대해 지난해 4월부터 10%의 상호관세를, 같은 해 8월부터는 15%를 부과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환급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물류·운송 기업 페덱스는 연방국제무역법원(CIT)에 IEEPA를 근거로 부과된 관세 전액을 환급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미 대기업 가운데 연방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환급 소송을 낸 것은 페덱스가 처음이다.

앞서 연방대법원은 상호관세 부과의 적법성 여부만 판단했을 뿐, 환급 문제는 다루지 않고 하급심에 맡겼다. 환급 문제는 국제무역법원에서 심리될 예정으로, 향후 다수의 기업이 소송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23일(현지시간) 상호관세 전액 환급을 요구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중소기업 환급 절차 '험로'…정부도 전면 나서기 부담

그러나 한국 기업이 실제 환급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한국 수출자가 미국 수입자 대신 관세를 부담하는 '관세지급인도조건(DDP)'을 활용한 경우에 한해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에 환급을 신청할 수 있다. 한국 수출자나 현지 법인·자회사가 통관 신고서상의 '수입신고자(IOR)'로 등록돼 있어야 환급 신청이 가능하다.

페덱스처럼 CIT에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환급 금액보다 소송 비용이 더 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미국에 현지 법인이 있거나 소송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중견·중소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환급을 신청하더라도 미 행정부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24일(현지시간) 상호관세를 대체할 '글로벌 관세' 10%를 발효했으며, 조만간 15%까지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무효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기조인 만큼, 환급 절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아가 무역법 301조(불공정 무역행위)나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 위협)를 활용한 추가 조치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환급 대상 기업 관계자는 통화에서 "환급 절차 진행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괜히 블랙리스트에 올라 향후 수출에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업계에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미 양국이 상호관세 합의 후속 조치로 대미 투자 프로젝트 협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상호관세 효력을 인정한다는 전제로 협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환급 절차를 적극 지원할 경우 통상 마찰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관세 환급은 개별 기업이 신청하는 절차로 정부가 직접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관련 정보를 신속히 공유하고 가이드라인을 안내하는 방향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 측은 "관세 환급 절차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판결로 환급 가능성이 열린 만큼 후속 절차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CBP의 일반적인 환급 기준과 절차를 참고해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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