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재판부가 내란 혐의 성립을 설명하며 로마 시대부터 중세, 영국 왕정사 등을 두루 언급했다.
재판부는 또 윤 전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는 비유를 들며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배척했다.
윤 전 대통령 등의 내란 우두머리 1심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19일 선고 공판에서 "대통령도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를 저지를 수 있다"며 형법 제91조 제2호 '국헌문란 목적' 정의의 역사를 짚었다.
지 부장판사는 "로마 시대에는 국가의 기본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내란죄로 처벌했다"며 "황제 시대에 이르러서는 국가와 황제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나타나 황제에 대한 반역 행위까지 내란죄로 처벌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중세 시대에도 이러한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 죽은 개인에 대한 배신행위 등을 반역자로 처벌하게 됐다"며 "점차 왕이나 군주 자체는 반역죄·내란죄를 저지를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퍼졌다"고 덧붙였다.
지 부장판사는 이러한 역사적 인식이 17세기 영국의 찰스 1세 사건을 계기로 바뀌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찰스 1세는 의회와 세금 징수 문제 등으로 갈등을 벌이다 의회가 시정 요구 결의문을 내자 군대를 이끌고 의사당에 난입해 의회를 해산시킨 바 있다.
이후 벌어진 내전 끝에 찰스 1세는 반역 혐의로 특별재판부에 회부됐고 결국 사형을 선고받았다.
지 부장판사는 "이 판결을 살펴보면 왕이 국가에 대해 반역을 했다는 점을 명백히 인정했다"며 "이후 왕이라 하더라도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의회를 공격하면 주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반역죄가 성립한다는 개념이 확산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례들을 언급한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참고할 판례나 사례가 많지 않은 내란죄 특성을 감안해 역사적 연원을 짚으면서 '대통령 내란죄 성립'이 가능하다는 점을 논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 부장판사는 또 윤 전 대통령 측이 야당의 줄탄핵·예산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계엄이었기 때문에 국헌문란 목적이 아니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가 위기 상황으로 판단하고 바로잡고 싶어 했던 것은 그 정당성에 관한 판단을 별론(별도 논의)으로 하더라도 동기나 이유, 명분에 불과할 뿐"이라며 "이를 군을 국회에 보내는 등의 목적으로 볼 순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는 비유를 들었다.
국가 위기 상황 타개,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내걸었지만 결국 명분에 불과하며 그 행위는 부정하기에 죄가 성립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