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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왕이 아니다"…트럼프의 진심을 알아줄 때[워싱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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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1년 막 지난 현재, 곳곳서 리더십 파열음
오는 11월 중간선거 패배시, 사실상 레임덕
'공화당 텃밭' 텍사스주 상원선거 '충격적 패배'
美하원 '캐나다 관세 반대' 결의안…공화 이탈

연합뉴스연합뉴스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 지 이제 막 1년을 넘겼지만, 난공불락 같아 보였던 그의 리더십도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면서 오는 11월 예정된 중간선거에도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현재 40%를 밑도는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역시 이런 분위기에 힘을 더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위기를 타개하는 '트럼프 방식'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낮은 지지율과 관련해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보다는 "가짜 여론조사와 조작된 여론조사는 범죄로 다뤄야한다"고 윽박지르는 스타일이다. 
 
최근 갤럽은 88년만에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도 발표를 중단하기로 했다. 갤럽은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대통령의 압박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갤럽의 마지막 대통령 지지율이 36%였다는 소문도 있다. 
 
이같은 지지율은 이른바 '트럼프 충성표'만 가지고는 중간선거를 이길 수 없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연방 하원 전체(435석)와 상원 1/3이 새로 뽑힌다. 선거 결과 현재 양원 모두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의 위치가 흔들릴 경우 대통령이 추진하는 법안과 예산이 곧바로 제동이 걸리게 된다. 
 
예산안 뿐만 아니라 행정부 정책에 대한 의회 차원의 조사·청문회 등이 강화되면서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테일러 레메트 텍사스주 주상원의원. 홈페이지 캡처테일러 레메트 텍사스주 주상원의원. 홈페이지 캡처지난달 31일 치러진 텍사스주 상원 제9선거구 결선 투표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무려 17%포인트 넘게 트럼프에 표를 몰아준 이곳에서 이번에 주 상원으로 새로 뽑힌 인물은 민주당 후보였다.
 
공화당 텃밭에서 혈혈단신으로 나섰던 민주당 테일러 레메트 후보가 공화당 후보를 14%포인트 차이로 따돌리며 압승을 거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를 전폭 지원했지만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언론들은 "정치적 대지진으로 공화당이 패닉에 빠졌다"고 진단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역 이슈일 뿐"이라는 식으로 치부했다. 너무나 트럼프다운 행동이었지만 '무책임하다'는 꼬리표가 남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전부터 관세와 강경 이민 정책이라는 2개의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며 지지층을 결집시켰다. 집권 후에도 일방적인 '상호 관세' 부과와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실적을 앞세워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 두곳에서도 예전같지 않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미 의회는 지난 3일, 오는 9월말까지인 2026 회계연도 예산안을 극적으로 승인했지만 국토안보부 예산 처리는 이뤄지지 못해 일부 기능이 셧다운 됐다. 
 
이민단속 요원들의 총격으로 미국인 2명이 사망한 사건이 벌어지자 야당인 민주당이 ICE에 대한 개혁을 조건으로 ICE를 관할하는 국토안보부 예산 처리를 미뤘기 때문이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민주당이 제기하는 이민 단속·책임성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내부 분열상을 드러냈다. 
 
연합뉴스연합뉴스트럼프 대통령의 철옹성 같던 '관세 정책'도 흔들리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11일에는 미 연방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부과한 관세에 반대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탈표가 6명이나 나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하원에서 해당 결의안에 대한 투표가 진행될 때 "관세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 누구라도 다음 선거 때 심각한 후과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발길을 돌리지는 못한 것이다. 
 
일부러 얘기하지 않아도 기강이 서 있어야 '살아있는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무시무시한 경고를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현재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을 상대로 부과한 '상호관세'의 적법성 등을 심리하고 있는데, 결과에 따라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격탄이 될 수도 있다.
 
대법원 결론은 오는 6월 전에 나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만약 대법원이 대통령의 경제 비상권한에 의거한 관세 부과에 제동을 걸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덧씌워진 '강력한 무역 리더' 이미지가 허물어지면서 급속히 의회 중심으로 권력의 추가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미 연방대법원. 연합뉴스미 연방대법원. 연합뉴스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대법원을 향해 '애국적인 판단'을 압박하고 있지만, 지난해 11월 열린 구두변론에서 대법관들은 대통령의 '관세 권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결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르면 1월에라도 나올 줄 알았던 대법원의 선고가 늦어지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협정에 합의한 상대국들이 대법원 결론을 지켜보느라 대미 투자 등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내놓기도 했다. 
 
한마디로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주변 사람들이 괜히 나를 못살게 군다'고 하소연하는 격이다. 
 
그런데 과연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지는 모르겠다. 이는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이나 할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노킹스 시위'가 한창일 때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향해 "나는 왕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자신이 왕처럼 권력을 독점한 적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모든 행위가 선출직 대통령으로서의 법적 권한 안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어쩌면 작금의 사태에 대한 정답을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트럼프 대통령이 누차 "나는 왕이 아니다"라는 말했는데, 우리가 진심을 몰라줬던게 아닐까.
 
삼척동자도 알고 있듯 공화국이 생겨난 이유는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건 위험하다"는 인식이 바탕이 됐다.
 
3권 분립으로 대법원의 결론을 대통령이 강제할 수 없고, 행정부도 다수당 중심의 의회 통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던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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