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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들어주세요" 청와대 분수광장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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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랑채·분수광장에 모인 목소리
정규직 전환, 일자리 사수 등 이유 다양
"정규직 되도록 李 정부가 도와주길"
"李 청와대 이전으로 인해 실직해"
"회사가 살아서 정년까지 일하기를"
집회신고 24년 3건→ 25년 120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봉황분수대 분수공장에 1인 시위자들이 서 있다. 송선교 기자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봉황분수대 분수공장에 1인 시위자들이 서 있다. 송선교 기자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쪽 돌담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 목적지에 다다르기 한참 전부터 희미하게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싸워서 바꿔, 차별 없는 세상 위해" 노랫말이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하자 저 멀리에는 봉황 동상이 있는 분수광장과 청와대 사랑채가 겹쳐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 앞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멈춰달라', '해결하라', '내 집 내놔라' 등 저마다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바람과 요구를 담은 팻말 등을 들고 서 있었다. '단식 농성'이 적힌 조끼를 입고 이불 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흐린 하늘 아래 한기가 돌고 찬 바람이 거세게 부는 궂은 날씨에도, 이곳에 나온 사람들의 자세와 표정은 흐트러짐 없었다.
 

"비정규직 전화상담 최대 3분?…다시 보람 느끼고 싶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동측 건너편에서 공공운수노동조합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가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송선교 기자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동측 건너편에서 공공운수노동조합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가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송선교 기자
청와대 사랑채 건너편에서 3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던 김금영(36)씨는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 노동자다. 그의 옆에는 서너 병의 물과 천일염이 놓여 있었다. 그가 먹고 있는 식단의 전부다. 그는 "6년째 합의되지 않고 있는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기 위해 나왔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원 1600여명은 모두 민간 용역 업체 소속 비정규직이다. 공단과 2021년 정규직 전환 합의를 이뤘지만 공단 측이 불합리한 조건들을 내걸었다고 한다. 수습기간 3개월을 적용하고 쌓인 연차·휴가를 초기화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외국인 직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추가됐다. 김씨는 "정규직 전환은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환경들을 해소해 더 좋은 일자리로 만드는 것"이라며 "되레 후퇴한 환경을 만들려는 모습에 투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청와대 앞에서 단식까지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과거 일가족 모두가 암이나 난치병을 앓으며 생활고에 시달리던 한 남성의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30분 넘게 상담하며 가족 모두가 제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드렸다"며 "그때만큼 큰 보람을 느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 용역 업체 소속인 현재 최대 상담 시간은 '3분'이라고 한다. 다시 용역 계약을 따내야 하는 업체가 상담 실적을 늘리기 위해 3분 안에 전화를 끊도록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는 "고작 3분 안에 제도적 해결책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센터에는 경력 단절 여성이 많다. 연로하고 쇠약한 분이 대부분"이라며 "싸움은 6년 넘게 이어지는데 누군가는 행동해야 했다. 한 살이라도 젊은 내가 나선 이유"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콜센터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킨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예정이다.
 

청와대 지키던 방호직, 현 정부 결정에 직장 잃었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공공운수노동조합 서울지부 청와대분회장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송선교 기자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공공운수노동조합 서울지부 청와대분회장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송선교 기자
공공운수노동조합 서울지부 청와대분회장 이우석(38)씨는 '관광지' 청와대를 지키던 방호 요원이었다. 2022년 5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청와대재단 산하 용역 업체 직원으로 일했지만 현 정부가 대통령실을 용산에서 청와대로 옮기면서 일자리를 잃게 됐다. 이씨처럼 지난해 12월 계약이 만료된 직원은 240여명에 이른다.

이씨는 "한 사람(이 대통령)이 내린 (집무실 이전) 결정으로 이렇게 소중한 직장을 직원 모두가 잃어야 한다는 것이 불합리하다"라고 주장했다. 올해는 꼭 아이를 갖겠다던 아내와의 약속도 없던 일이 됐다. "아내는 농성을 멈추고 다른 일을 구하라고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라며 "국가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계속 내고 싶고 포기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나를 여기로 이끈 것 같다"라며 "가시밭길이라도 잘 되기 위해서는 걸어갈 것이다. 점(點)과 같은 목소리가 선(線)이 될 수 있다. 긍정의 힘을 믿는다"라고 말했다.
 

가족도 반대하지만…"누군가는 목소리 내야"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동측 건너편에서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가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송선교 기자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동측 건너편에서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가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송선교 기자
"우리가 바라는 건 딱 하나. 회사가 살아서, 여기서 정년까지 일하는 겁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이곳에서 매일 밤을 보낸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대구경북본부장 신경자씨는 닷새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파산할 경우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신씨는 "골든타임이 얼마 안 남았다"고 말했다. 법정관리 기한인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는 오는 3월 3일까지 경영 상태를 정상화할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법원이 홈플러스에 파산을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 간절한 마음에 일주일 넘게 곡기를 끊은 동료도 있다고 한다.
 
신씨는 MBK가 제출한 회생 계획에 대해 "겉으로는 회생이라고 하지만 뜯어보면 청산 계획"이라며 "주요 점포를 팔아 우리에게 월급을 준다는데 이건 회생이 아니라 망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노조가 회생계획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MBK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고 직원들은 이미 1월 급여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한다. 임금 체불을 노조 탓으로 돌리기는 일부 직원도 있다며 그는 고개를 떨궜다.

가족들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신씨는 최근 집회에 오는 길에 넘어져 다리를 다쳤다. "아이들도 가지 말라고 말린다. 흔들릴 때도 있지만 누군가는 (농성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과 소금마저 끊는 '아사 단식'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원하는 답을 줄 때까지 단식농성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靑 집회 3건→120건 급증…분수광장 집회 곧 금지

이처럼 청와대 앞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 대통령이 청와대로 집무실을 옮기면서다. 현 정부에 바라는 것들을 말하기 위한 장소로 집무실인 청와대 앞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청와대 앞 집회는 이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과 동시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청와대 사랑채 인근 집회신고 건수는 2021년 46건, 2022년 75건, 2023년 9건, 2024년 3건, 2025년 124건, 2026년(2월 12일 기준) 137건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2022년 이후 사랑채 인근 집회는 한 자릿수로 줄었다가, 집무실이 다시 청와대로 옮겨진 2025년부터 124건으로 급증한 것이다. 2026년의 경우 2월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2월 12일 기준으로 벌써 지난해 총 집회 수를 뛰어넘었다.
 
한편 분수광장 집회는 조만간 금지된다. 지난달 1월 29일 청와대 앞 100m 이내 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집회시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청와대 담장에서 약 100m 떨어진 사랑채 앞에서는 집회가 가능하지만, 분수광장은 100m 이내라 불가능하다. 분수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안전하게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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