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바움가트너. 미국 스노보드 대표팀 인스타그램"(나이 때문에) 메달을 따고도 언더독이예요."
세부 종목의 차이는 있겠지만, 올림픽 스노보드는 젊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 출전하는 최가온의 경우 2008년생이다. 그런 스노보드에 44세 아저씨가 있어 눈길을 끈다. 스노보드 남자 크로스에 출전하는 닉 바움가트너(미국)가 그 주인공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혼성 단체전 금메달을 딸 때 나이는 40세. 올림픽 스노보드 역대 최고령 출전 및 금메달 기록을 싹 갈아 치운 바움가트너는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어느덧 5번째 동계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NBC에서 바움가트너의 나이를 "고대(ancient)"라고 표현할 정도.
그럴 수밖에 없다. 미국 대표팀 동료 올리 마틴과 알레산드로 바르비에리는 17세다. 이미 대학을 졸업한 바움가트너의 아들보다 어리다. 바움가트너가 미국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된 21년 전 둘은 태어나지도 않았다. 미국 스노보드 대표 중 바움가트너 다음 베테랑도 14살 차이다.
바움가트너는 "아이들을 상대로 경쟁하는 종목이다. 스노보드는 젊음이 지배하는 스포츠다. 그런 스포츠에 나와 같은 원로가 있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면서 "나는 이 판에서 21년을 뛰었다. 그런데 메달을 따고도 여전히 언더독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나를 배제한다. 괜찮다. 나를 얕잡아 보면서 안 된다고 말하지만,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닉 바움가트너. 미국 스노보드 대표팀 인스타그램
바움가트너는 대학 시절 풋볼(미식축구)을 포기하고 스노보드 선수가 됐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NBC에 따르면 훈련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여름마다 콘크리트 회사에서 일했다. 훈련장은 집에서 약 145㎞ 거리. 훈련을 한 뒤 차량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메달과 인연이 없던 바움가트너는 4년 전 혼성 단체전 금메달로 한을 풀었다. 덕분에 스폰서도 붙었었고, 책 출간 등으로 재정적 여유도 생겼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는 집 앞에 스노보드 크로스 코스를 직접 조성해 훈련하기도 했다.
바움가트너는 "나를 이길 재능을 가졌던 선수들을 많이 봤다. 내가 질 수밖에 없는 선수들이다. 그런데 나를 못 이겼다. 내가 더 많은 시간을 버텼기 때문"이라면서 "금메달을 딸 것 같던 선수들이 실제 금메달까지 6년 걸리는 경우도 봤다. 그 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늘 말한다. 버티고, 계속하면 결국 온다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