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연합뉴스"아빠, 김하성이 빙판 길에 넘어져서 부상을 당했대요."
스포츠뉴스를 보던 아이가 쪼로록 달려왔다. 꽤 당황스럽다는 표정. "빙판 길에 넘어질 수도 있지"라고 넘기려고 했다. 누구나 빙판 길에 넘어진 경험이 한 번은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아이는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넘어져서 부상을 당해 5월이 돼야 경기에 뛸 수 있대요"라고 추가 설명까지 했다.
아이는 이내 "그러면 김하성처럼 경기장 밖에서 다쳐서 못 뛰게 된 선수들도 있었나요?"라고 물었다.
규칙에 관한 질문이 아니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만 너무 광범위한 질문이었다. 선수들이 매번 선수단 버스만 타고 이동하지는 않는다. 계단에서 넘어지기도 하고, 교통사고도 당한다. 김하성의 사례처럼 이동 과정에서의 사고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다.
그래서 범위를 조금만 좁혀달라고 부탁했다. 아이는 "음, 집에서 쉬거나, 아니면 놀다가 다친 경우가 있을까요?"라고 범위를 살짝 좁혀줬다. 몇 가지 사례가 머릿속을 스쳤다. 이왕이면 아이가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제대로 '썰'을 풀어주고 싶었다. "잠깐 기다려"라고 양해를 구한 뒤 검색 타임에 들어갔다.
"먼저 우리나라 선수부터 알려줄게."
사실 가장 먼저 떠올랐던 이름은 박용택이었다. 2002년 신인왕 경쟁을 하던 박용택은 욕실 세면대를 잡고 팔굽혀펴기를 하다가 다쳤다. 세면대가 무너지면서 오른손 엄지 부상을 당했다. 약 3주 결장. 아이는 "진짜 집에서 다쳤네"라고 웃었다.
"요리하다가 다친 선수들도 있어"라고 말하자,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는 2024년 12월 크리스마스를 맞아 집에서 요리를 하다가 손바닥에 상처를 입었다. 라비올리 반죽을 와인잔으로 밀다가 잔이 깨지면서 와인잔 파편에 손바닥에 박혔다. 셰플러는 수술을 받은 뒤 2025년 5번째 대회를 통해 복귀했다. 셰플러는 이후 마스터스 만찬 메뉴(전년도 챔피언이 준비하는)에 라비올리를 포함시키며 웃기도 했다.
스키를 타다가 다친 마누엘 노이어. 마누엘 노이어 SNS한참을 웃던 아이는 "그러면 다른 운동을 하다가 다친 선수도 있어요?"라고 살짝 방향을 틀었다. "생각보다 많아"라고 답한 뒤 설명을 이어갔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이었던 바이에른 뮌헨 마누엘 노이어는 그라운드가 아닌 설원에서 다리가 부러졌다. 독일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조기 탈락하면서 예상치 못한 휴가가 생겼다. 노이어는 휴가 기간 스키를 타다가 다리가 골절되면서 헬기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결과는 시즌 아웃. 복귀까지 1년 가까이 걸리는 큰 부상이었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감독 애런 분은 선수 시절이었던 2004년 1월 야구가 아닌 농구를 하다가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 당시 뉴욕 양키스는 계약 사항 위반으로 분을 방출했다. 계약에는 오프시즌 농구, 스키, 서핑 등 위험 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 골프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도 축구를 하다가 다리를 다친 경력이 있다.
"애완동물 때문에 다친 선수들도 있는 걸"이라고 말하자, "설마"라고 말하는 아이의 눈이 더 커졌다.
NBA 덴버 너기츠에서 뛰는 애런 고든은 2023년 12월 애완견에 얼굴과 오른손을 물려 21바늘을 꿰맸다.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이었던 투수 데릭 홀랜드도 2014년 애완견이 갑자기 덮치는 바람에 넘어져 무릎 부상을 당했다. 이현호의 경우 2012년 두산 2군 훈련장에서 개를 쓰다듬다 허벅지를 물려 재활조로 편성되기도 했다.
이밖에 메이저리그 조엘 주마야는 '기타 히어로'라는 비디오 게임에 몰입한 탓에 손목 부상을 당했다. 헤수스 루자르도는 선발 등판을 하루 앞두고 비디오 게임을 하다가 책상에 부딪혀 손가락을 다쳤다. 루자르도는 손가락 통증에도 마운드에 올라 패전투수가 됐다. 게임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스포츠에 별 관심이 없던 또 다른 아이까지 곁에 찰싹 달라붙었다.
지동원의 부상 장면. 스카이스포츠 중계 화면 캡처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 하지만 아이들은 재미있다는 듯 "조금 더"를 외치는 눈빛이었다. 잘 시간도 다가오고, 마침표를 찍어야 할 시점이었다. "그럼 세리머니하다가 다친 선수들 이야기해줄게"라면서 살짝 화제를 전환했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지켜봤던 세대라면 대부분 아는 사례다. 2001년 8월 골을 넣고 덤블링 세리머니를 하다가 인대가 끊어진 고종수다. 당시 안정환, 이동국과 함께 주가를 높이던 고종수는 부상 탓에 한일 월드컵에 나서지 못했다.
2010년에는 박주영도 골 세리머니를 하다가 다쳤다. 박주영의 기도 세리머니 과정에서 동료들이 박주영을 감쌌는데, 문제는 박주영의 무릎에 무게가 실렸다는 것. 박주영은 3개월 재활을 했다. 지동원도 2018년 골을 넣고 점프한 뒤 착지하다가 무릎이 꺾였다.
세리머니 부상 이야기에 뭔가 교훈(?)을 얻은 표정의 아이들은 방으로 들어가면서 "아빠도 밖에서 빙판 길 조심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사례만 추가하려고 한다. 아이에게는 알려주지 않은 이야기다.
메이저리그의 레전드 중 한 명이었던 제프 켄트의 사례다. 켄트는 2002년 자신의 트럭을 세차하다가 손목을 다쳤다. 여기까지는 황당 부상 그 자체.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구단에 세차 과정에서의 부상이라고 보고했지만, 이후 켄트의 오토바이 사고 기사가 나왔다. 오토바이를 타면 안 된다는 계약 조항 때문에 구단에 거짓 보고를 했던 것. 아직은 어른들의 세계를 알려주고 싶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