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송호재 기자해양수산부가 올해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시작으로 국정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예산안은 이미 편성된 대규모 항만 건설 사업비를 끼워 넣는 등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당장 9월로 계획한 시범운항 예산조차 외교 문제 등으로 직접 편성하지 못하고 있어 국정과제를 내실 있게 추진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해양수산부가 올해 북극항로 개척과 관련해 편성한 예산은 5499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1041억 원 늘어난 수준으로, 정부의 국정과제인 만큼 천문학적인 예산을 편성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예산안을 살펴보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메가포트 개발'로 전체의 84%인 4622억 원에 달한다. 확인 결과 이는 국가적 항만 개발 사업인 진해신항 개발에 들어가는 올해 예산일 뿐, 북극항로 개척을 위해 새로 확보한 돈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진해신항은 2045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는 대규모 SOC 사업으로, 전체 예산이 15조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4347억 원을 투입해 공사를 진행했다.
부산항 북항 1~2단계 재개발과 관련한 예산 26억 원도 북극항로 예산으로 편성했다. 북항재개발 사업 역시 2008년 착공한 대표적 항만 재개발 사업으로, 올해 북극항로 사업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이처럼 기존에 진행하던 항만 인프라 개발 예산을 제외하고 쇄빙선 건조와 지원, 친환경 선박 개발 등을 위한 연구 개발 비용 등 직접적인 항로 개척에 편성한 돈은 850억 원으로 전체의 15%에 불과하다. 해수부가 지난해부터 계획을 언급하며 줄곧 "북극항로와 '관련한' 예산"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북극항해. 극지연구소 제공당장 9월로 다가온 북극항로 시범 운항 관련 예산도 전혀 편성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러시아 영해를 지나는 항로 운항에 국가 예산을 직접 투입하는 것은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추진 중인 북극항로는 대부분이 러시아 영해에 포함된 '북동항로'로, 사업 구상 초기부터 외교적 변수에 대한 우려가 나온 바 있다.
해수부는 직접 비용 편성 대신 선사 등 민간 차원의 기금으로 시범 운항에 나서고, 보험료를 일부 지원하거나 향후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비용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운 업계가 설립한 공익재단 '바다의품'은 이에 발맞춰 시범 운항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50억 원 규모의 북극항로 개척기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북극항로 시범운항과 향후 상업 운항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거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선사는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차례 시범 운항으로는 경제성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운항 보험료 등 일부 운항비를 직접 부담해야 하고, 극지 운항에 따른 위험과 기술 확보 비용 역시 당장은 선사가 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대외 여건이 불확실해 국가 예산을 직접 지원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선사에 대한 인센티브 등 간접 지원과 민간 주도로 지원할 수 있는 재원 등도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충분한 예산이 반영되도록 재정 당국과 이야기 중이다. 정책 금융과 곧 출범할 민간 협의체 등을 통해 선사와 화주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