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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가 모두 관여" 진술·증거 넘쳤는데…경찰 '봐주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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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의원실 근무 A씨, 지난해 11월 경찰 참고인 조사
'차남 부정편입학 및 취업 관여' 시간순으로 상세 진술
'공천헌금 수수' 탄원서·아내 업추비 유용 카드 내역도 함께 제출
뉴스타파, 지난해 9월부터 수차례 관련 내용 상세 보도
그래도 경찰은 두 달 전 관련 자료 확보하고도 강제수사 등 안 해
최근에서야 서울청 이송·수사 속도…부실수사·늦장이송 비판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윤창원 기자
경찰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에 대한 각종 사건들을 한데 모아 수사하는 등 수사력을 모아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관련 사건을 2년 전 정식 수사도 진행하지 않은 채 종결한 데다, 최근 불거진 의혹들과 관련한 자료도 이미 두 달 전 대다수 확보한 상태였다. 부실 수사와 늑장 이송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입학에 전력 90% 쏟아라" 등 구체적 진술


6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A씨 진술서 등에 따르면, 김병기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A씨는 지난해 11월 9일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김 의원이 차남의 숭실대 편입학과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취업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A씨는 김 의원 곁에서 일하면서 차남의 편입학과 취업 과정 등을 직접 목격하거나 관련된 일에 동원된 인물이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진술서에서 A씨는 "김병기는 차남의 취업부터 계약학과 진학에 모두 관여했다"며 관련 경과를 시간순으로 상세히 적었다.

진술서를 보면, 김 의원의 관련 지시는 2021년 말부터 시작됐다. A씨는 "김병기는 보좌진들에게 '토익 점수를 제출하지 않아도 입학할 수 있는 편입처를 찾으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정상적인 편입 절차를 따르라고 수차례 조언했으나 김 의원이 거부했고, 결국 토익 없이 입학이 가능한 숭실대 계약학과로 방향이 정해졌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김 의원이 직접 숭실대에 방문했다는 진술도 포함됐다. A씨는 "2021년 말 김병기가 수행비서 및 보좌진들과 동행해 숭실대학교에 방문했다"며 "동행한 보좌진이 '김 의원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숭실대학교 총장에게 편입 이야기를 꺼냈다'고 말했다"고 했다.

김 의원이 계약학과 편입 요건을 채우기 위해 한 중소기업 J사에 아들 취업을 청탁했다는 진술도 나온다. A씨는 "김병기가 "취업은 내가 알아서 하고 있으니 그런 것은 걱정 말고 입학시키는 데 전력의 90%를 쏟아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구체적으로 "김병기가 한 중소기업 J사 회장과 '월급은 최저임금만 주셔도 괜찮다. 제가 은혜를 갚겠다. 대학 편입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통화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또 "2023년 1월 11일 관련 서류를 전달하기 위해 김병기가 J사 회장과 관계자를 직접 만나는 등 관련 과정을 모두 주도했다"고도 했다. 차남 김모씨는 실제로 2022년 봄쯤 J사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학까지 김 의원의 관여와 지시는 이어졌다는 내용도 있다. A씨는 "2022년 봄쯤 김병기의 지시로 이지희 구의원과 숭실대학교를 방문해 당시 대외협력처장을 만나고, 계약학과 조교에게 입학 브로셔 등을 전달받았다"고 했다. 또 "편입 면접 전날 김병기가 전화로 '면접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느냐'고 물었는데, 예측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답하자 김병기가 '이XX, 자기 일 아니라고 쉽게 얘기하네? 끊어 이XX아"라며 욕설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김병기, 차남 이력서 들고 다녔다"

윤창원 기자윤창원 기자
J사 취업 이후 근태 역시 형식적이었다는 진술도 있다. A씨는 "(차남이) 통상적인 근무 시간에 의원실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고, 여의도에 있는 한 헬스장에 다니기도 했다"고 했다. 보좌진들이 이를 문제 삼자, "김병기와 아내 이모씨는 '재택근무를 하는 것처럼 보이면 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상의했다"는 내용도 있다. 동시에 "김병기는 그 기간 동안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J사를 위한 질의를 하고, 용역 관련 민원을 해결해주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차남의 빗썸 취업 역시 청탁 정황이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김 의원이 22대 총선 당선 후 정무위원회에 배정되자, 가상자산 회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정무위 배정 이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두나무와 빗썸 대외협력업무를 하는 직원들을 의원실로 부르라고 했다"고 했다. 또, "가상자산 업계에 유리한 질의서를 쓰라고 수차례 지시했다"며 "실제로 전체회의에서 해당 질의를 했고 언론에 실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이 빗썸 임원진과 직접 만나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도 진술서에 담겼다. A씨는 "2024년 11월 13일 저녁 마포의 한 식당에서 김병기가 빗썸 대표와 임원진 등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며 "당시 김병기는 차남의 이력서를 들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원인 아버지가 아들의 이력서를 들고다니거나 관련 기업에 보내는 행위는 그 자체로 청탁이자 압력이며, 업무방해 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만남 이후 김 의원이 빗썸 경쟁사인 두나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며 "김 의원이 '두나무의 독과점을 지적하는 질의를 준비해라, 문을 닫도록 해야한다' 등 납득하기 어려운 주문을 하기도 했다"는 진술도 했다. A씨는 이에 대해 "국회의원 지위를 사적으로 남용한 것으로 한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이같이 구체적인 과정이 담긴 진술서가 제출됐지만 경찰은 약 두 달간 단 한번도 강제수사 등을 진행하지 않았다. 심지어 관련 의혹은 참고인 조사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9월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김 의원의 차남 편입학 과정에 보좌진과 구의원이 동원됐고, 김 의원이 빗썸에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잇따라 보도한 바 있다.

공천헌금 증거도, 카드내역도 이미 다 제출됐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김 의원 공천헌금 의혹도 이미 구체적인 내용이 두 달 전 확보된 상태였다. A씨가 김 의원의 차남 편입학 및 취업에 부당하게 개입한 의혹에 관해 진술하면서 공천헌금과 관련한 참고자료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고자료는 전 동작구의원 2명이 직접 작성한 탄원서다. 해당 탄원서는 전직 구의원 B씨와 C씨가 지난 2023년 12월 당시 민주당 당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진정이다. B씨와 C씨 모두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김 의원의 아내 이씨로부터 정치자금 지원을 요구받아 현금 각 1천만 원, 2천만 원을 전달했고, 이후 돌려받았다는 내용이 탄원서에 담겼다.

또, 김 의원의 배우자 이모씨 지난 2022년 7~8월에 조진희 당시 동작구의회 부의장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내용도 탄원서에 나온다.

C씨는 "7~8월 카드 사용처는 사모님 거주지, 국회 및 지역사무실이 있는 여의도, 대방동 중심인 반면, 8월 이후 사용처는 구청 주변, 조진희 부의장의 지역구인 상도2·4동, 과거 지역구인 신대방동 등"이라고 했다. 이어 "카드사용자가 누구인지는 사모님과 조 부의장의 통신사 휴대폰 위치 확인만으로도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2022년 7~11월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용내역도 함께 진술서에 첨부됐다.

사실 김 의원 공천헌금 의혹은 이미 2024년 초 구체적으로 불거진 바 있다. 2024년 2월 23일 당시 민주당을 탈당한 판사 출신 이수진 전 의원(서울 동작을)은 CBS노컷뉴스 유튜브 '지지율대책회의' 인터뷰에서 "동작에서 컷오프된 분들이 저를 찾아와서 억울함을 하소연했다"며 "동작갑 국회의원(김병기) 측에 돈을 줬다가 6개월인가 후에 돌려받았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최근에서야 김 의원에 대한 각종 의혹 및 고발 사건을 공공범죄수사대로 모아 수사를 개시했다. 지난 2일 공천헌금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접수되자 언론 공지를 통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날에는 해당 진술을 한 당사자인 A씨와 또다른 김 의원 전 보좌진 등 2명에 대해 10시간가량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또, 지난 4일 김 의원이 경찰 고위 간부 출신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을 통해 아내의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유용 사건 수사 무마를 청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고발장을 접수했다. (참고기사 :[단독]경찰, '김병기, 국힘 의원에 사건 청탁' 정황 진술 확보, [단독]"김병기 심복이 해결 도와"…수사정보 사전 유출 정황도)

그러나 김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이미 구체적으로 보도되거나 참고인 진술로 그 정황 등이 상당수 파악된 상황이었는데, 마치 최근에서야 인지된 것처럼 수사를 부랴부랴 진행하는 모양새에 비판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경찰이 그간 강제수사를 하지 않은 것은 피의자들에게 시간만 벌어준 꼴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 건에 대해 경찰이 즉각적인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레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넘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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