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대피 훈련. 연합뉴스고용보험을 통해 육아휴직 수당을 받는 학교안전공제회 직원들이 공제회 기금으로 별도의 육아휴직수당을 지급받는 등 학교안전공제회의 기금 운용의 문제점이 제기된 가운데, 서울과 경기 등 일부 교육청에선 실제 공제회 기금에서 육아휴직수당이 지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지급이 이뤄지지 않은 다른 교육청도 육아휴직 대상자가 없어서 지급이 안됐을 뿐, 규정엔 육아휴직수당이 명시돼 있어 '수당 이중수령'을 막기 위해 각 시도 교육청 전수조사 및 규정 개정이 필요한 실정이다.
서울·경기·제주·전북 등 4곳 기금서 육휴 수당 지출…200여 건 보상 가능 액수
24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지난 2015년부터 2024년까지 공제회 기금에서 육아휴직수당이 지급된 공제회는 서울교육청 학교안전공제회, 경기도교육청 학교안전공제회,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학교안전공제회,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학교안전공제회 등 4곳으로 파악됐다.
고용보험에 따른 육아휴직 수당을 받는 직원에게 기금에서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은 이중수령에도 해당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적어지는 사고 건당 보상 액수와 감소하는 기금 잔액과 에 비춰볼 때도 불필요한 지출이다.
구체적인 지급 내역을 확인해보면, 서울교육청 안전공제회는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총 1억 9천 339만 원의 육아휴직수당을 지급했다. 지난 2020년부터 5년간 사고 1건당 평균 보상 금액이 가장 높았던 2020년 76만 8천 원을 기준으로 할 때, 약 250건의 사고에 보상액을 지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경기도 학교안전공제회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약 4164만 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2024년 기준 경기도 학교안전공제회의 사고 1건당 보상 금액이 36만 7천 원인 것에 비교할 때, 약 113건의 보상을 더 할 수 있는 액수다.
제주도 학교안전공제회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총 4480만 원을 수당으로 지급했다. 2024년 기준 21만 9천 원에 달하는 1건당 평균 보상금액과 비교하면 약 204건의 사고에 보상액을 지급할 수 있다.
2020~2024년 17개 시도교육청 학교안전공제회 공제급여 보상현황. 2024년 학교안전사고 분석통계 제공이같이 육아휴직 수당으로 각 공제회가 지출하는 비용은 보상 건수는 증가하는 반면, 사고 1건당 평균 보상 금액은 감소하는 실정에 비춰볼 때 불필요한 지출이다.
교육부의 <2024년 학교안전사고 분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학교안전공제회에 보상이 청구된 사고 건수는 13만 2405건으로 집계됐다. 사고 건수 증가와 더불어 보상 금액도 증가해 2020년 약 270억 원에서 576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사고 발생 건수 증가율을 금액 증가율이 따라가지 못해 사고 1건 당 보상액수는 2020년 63만 4천 원에서 2024년 43만 5천 원으로 줄어들었다.
전북 등 일부 공제회에선 기금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
전북학교안전공제회는 지난 2021년 6월 공제회 규정을 근거로 육아휴직수당을 요청한 직원 A씨에게 1년간 1200만 원을 지급했다. 사고 1건당 평균 보상 액수가 41만 6천 원이었던 2021년을 기준으로 약 28건의 사고에 보상을 해줄 수 있는 기금이다.
반면 최근 3년간 전북 학교안전공제회의 기금 잔액은 223년 65억 2천만 원, 2024년 57억 2천만 원으로 기록됐다. 2025년 10월 31일 기준 60억 원으로 집계됐지만, 남은 2개월 간 추가 지출을 고려하면 지난해보다 잔액은 더 감소할 수 있다.
전북학교안전공제회 기금수입 및 지출 잔액 현황. 그래픽=김현주 뉴미디어 크리에이터10개 안전공제회 규정에 남아있는 육휴수당…전수조사·환수조치 필요해
전북교육청 학교안전공제회는 육아수당 이중지급' 사례가 나오자, 내부적으로 논란이 됐고, 결국 지난 2021년 11월 육아휴직 수당 규정 일체를 삭제했다.
전북과 서울 등 실제로 육아휴직 수당이 이중으로 지급된 공제회는 4곳이지만, 다른 교육청도 규정에 '육아휴직수당'이 명시돼 있지만 대상자가 없어 지급이 안 된 것이기에, 기금이 엉뚱한 곳에 쓰일 여지는 상존한다.
이는 학교 안전사고에 대한 공적 보상을 맡기 위해 설립한 학교안전공제회 운영 규정에도 어긋난 지출일 뿐더러, 근로자 신분으로 고용보험에 따른 육아휴직수당을 지급받는 공제회 직원들이 수당을 이중으로 수령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고용보험을 통해 전국 17개 시도 학교안전공제회 중 서울과 경기를 포함한 10개의 시도교육청 안전공제회 규정엔 육아휴직 수당에 대한 규정이 명시돼 있다.
공제회 규정에 따라 수당을 요청하면 고용보험에 근거한 육아휴직 수당을 받으면서, 학교안전공제회 내 기금으로 추가 육아휴직 수당을 챙길 수 있다.
수당 관련 문제가 발생한 전북을 포함해 나머지 5곳은 규정 내 육아휴직 수당 규정을 삭제했지만, 전남과 강원은 "영업비밀"을 들어 규정을 감췄다.
전국 학교안전공제회 육아휴직 수당 지급 규정 유무. 그래픽=김현주 뉴미디어크리에이터학교안전공제회의 육아휴직수당이 이중지급될 여지가 확인된 만큼, 시도교육청 전수조사와 공제회 제규정, 환수조치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는 "어떤 형태로든지 육아휴직수당을 두 군데서 받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공제회에 보험료를 납부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중수급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시도교육청 안전공제회 규정등을 검토하고 개정하는 작업을 통해 이중 수급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