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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의 산불로 타버린 경북…멀고도 험한 피해 회복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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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다사다난했던 2025년 을사년도 저물어가고 있다. 대구 CBS는 올 한 해를 되돌아보는 연말 보도기획을 마련했다. 23일 두 번째 순서로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낸 경북 산불의 피해 회복 과정과 과제를 정리해봤다.

[연말기획 ②] 정신적 트라우마 여전
주택·산림 복구, 갈 길 멀어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낸 경북 산불 피해 현장. 정진원 기자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낸 경북 산불 피해 현장. 정진원 기자
27명 사망. 피해 면적 9만 9289ha. 피해액 1조 505억원. 복구비 1조 8310억원. 주택 3819채 소실.

지난 3월 의성에서 타오른 불씨는 안동, 청송, 영양, 영덕으로 번지며 역대 최악의 피해를 냈다.

지난 8개월간 2만여명에 달하는 경북도민이 산불 트라우마로 인해 심리 상담을 받았고 그 중 326명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전문기관으로 연계됐다.

경북 산불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던 의성의 한 마을 주민은 "정신적 트라우마가 몇 달 만에 회복되겠냐. 불이라면 이제 몸서리친다"고 말했다.

경북 영양군 속보면 화재 현장. 독자 제공경북 영양군 속보면 화재 현장. 독자 제공
대형 산불 이후 지자체와 지역 사회가 회복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지만 아직까지 화마의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23일 경상북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폐허가 된 집을 다시 짓고 입주까지 완료한 비율은 1%에 불과했다.

실제로 아직 4349명의 이재민이 2623개의 임시조립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임시조립주택에 거주하다가 퇴거한 가구는 112세대에 불과하다.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 주민대책위 김수일 사무국장은 "현재 복구가 완료된 주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주민들 대부분이 80대, 90대 어르신들이어서 남은 생이 길지 않은데 거액을 들여 집을 다시 짓는 것에도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임시주택 환경이 쾌적한 편이긴 하지만 평생의 터전이었던 집과 비교하면 좁고 답답하며, 위치도 기존 거주지와 다르다보니 여러모로 불편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폭우, 폭설, 무더위 등 자연재해가 다가오는 시기마다 이재민들은 마음을 졸여야 한다.

김 국장은 또 "특별법이 마련되기는 했지만 체감이 많이 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피해 지역 주민들도 실제로 복구 비용을 전액 다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고, 특히 농기계 등 생업과 관련해서는 감가상각 적용 등의 이유로 피해액에 비해 보상이 현저히 적다며 산불특별법 곳곳에 사각지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북 산불. 연합뉴스경북 산불. 연합뉴스
화마의 땔감으로 새까맣게 타버린 산림도 문제다.

이번 산불은 산맥을 타고 5개 지역으로 광범위하게 번진 탓에 피해 나무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식생이 파괴됐고 산사태 위험이 매우 커졌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경북도는 올해 가장 긴급하게 산사태 예방 사업을 실시했다. 238개소 응급 복구를 완료했고 사방댐 62개소 마련, 산지사방, 계류보전 등의 복구 작업을 벌였다. 내년에도 총 12억여원을 들여 항구복구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위험목 제거와 나무를 새로 심는 조림까지 마무리 하려면 수 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산불 피해 지역은 일부 국유림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사유림인데, 위험목 제거 사업의 경우 이제야 동의율이 약 80%에 도달했다. 현재 진도율은 44.4%다.

조림의 경우 피해 조사를 통해 나무를 심을 필요가 있는지, 자연복원이 가능할지 판단해야 하고 산주 동의뿐 아니라 주민 의견, 수종 선정, 벌채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진행이 더욱 더딜 수밖에 없다. 아직 연차별 계획도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내년에 321억 2300만원을 들여 처음으로 조림 사업이 시작된다. 5년간 총 3330만 4천의 나무를 조림할 계획이다.

경상북도 제공경상북도 제공
성묘객이 무심코 던진 불씨에, 농민이 습관적으로 태운 영농 소작물이 화가 되어 번진 경북 산불. 시작은 사소했지만 결과는 참담했고 피해 회복은 아주 더디다.

산불 대응 체계 역시 점차 개선되고는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올해 경상북도가 2대 더 추가 도입하겠다던 산불 진화용 대형 헬기는 내년도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다.

산불 진화차와 중형펌프차 도입도 점진적으로 진행 중이고, 야간 진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야간대응팀 편성은 계속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추운 겨울의 한복판이자 한 해의 끝. 경북 주민들은 다가올 새해의 봄이 반가우면서도 또다시 불씨가 마을을 집어삼키지는 않을까 심장이 벌렁거린다고 입을 모았다.

재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 유포나 피해자에 대한 비난을 삼가주세요. 재난을 겪은 뒤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는 경우 ☎02-2204-0001(국가트라우마센터) 또는 1577-0199(정신건강위기 상담전화)로 연락하시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이 기사는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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