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신한 SOL뱅크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3루수 부문을 수상한 송성문. 연합뉴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 리그(MLB)로 진출한 송성문(29·키움). AP 통신은 22일(한국 시각) 송성문이 샌디에이고와 4년 총액 1500만 달러(약 222억 원)에 계약했다고 전했다. 구단의 공식 발표만 남은 상황이다.
KBO 리그에서 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미국으로 진출한 10번째 사례다. 앞서 최향남(은퇴), 류현진(한화), 김광현(SSG), 고우석 등이 포스팅을 통해 미국 무대를 밟았다.
특히 키움에서만 6번째 미국 진출이다. 2015년 강정호(피츠버그·이하 당시 입단 구단), 2016년 박병호(미네소타), 2021년 김하성(샌디에이고), 2024년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올해 김혜성(LA 다저스)가 포스팅을 통해 MLB 무대에 섰다.
키움에서 유독 MLB 진출 선수가 많은 이유는 구단과 선수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선수는 미국 진출로 꿈을 이루는 동시에 큰 돈을 받을 수 있다. 키움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이적료를 받는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키움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선수를 MLB로 보내면 막대한 이적료를 받아 구단 운영에 쓸 수 있다. 강정호는 500만2015 달러, 미네소타는 박병호에게 1285만 달러의 이적료를 키움에 안겼다.
메이저 리그 피츠버그 시절 강정호. 노컷뉴스
포스팅 시스템 규정이 개정된 이후에도 키움의 빅 리거 배출은 이어졌다. 김하성은 4년 총액 2800만 달러로 구단에 552만5000달러의 이적료를 안겼다.
이정후는 역대 KBO 리그 포스팅 최고액인 6년 1억3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다만 이정후는 기간을 채우지 않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옵트 아웃이 있어 이에 따라 이적료가 달라진다. 이럴 경우 4년 총액 7200만 달러 계약으로 이적료는 1267만5000 달러가 되고, 계약 기간을 채우면 1882만5000 달러가 된다.
김혜성 역시 3+2년 계약을 했고, 이적료는 250만 달러에서 최대 465만 달러다. 송성문도 계약 연장 여부 조항과 신인왕, MVP 등 수상에 따른 보너스도 있어 최대 이적료는 530만 달러다.
키움이 받을 수 있는 이적료를 최대로 산정했을 경우 합산액은 5215만2015달러(약 770억 원)다. 올해 키움의 상위 40명 연봉은 44억 원이 채 되지 못했다. 송성문의 최대 이적료 78억 원보다 적었다.
한국야구위원회 올해 키움은 47승 93패 4무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승률 4할을 밑돌았다. 김하성에 김혜성, 이정후까지 주축 선수들이 빠진 공백은 컸다. 여기에 올해 3루수 골든 글러브를 차지한 송성문까지 빠지면 타선의 힘이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키움은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MLB로 보낼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물론 유망주들을 발굴해 키워내는 작업은 긍정적인 면이 있다. 키움이라는 구단 네이밍에도 부합한다.
송성문도 2015년 2차 5라운드 49순위로 입단한 선수였다. 젊은 선수들에게 MLB 진출이라는 큰 동기를 부여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팀의 주축들을 계속 팔아 치워 구단을 운영한다면 팬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 상위권 도약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키움은 박병호, 강정호의 전성기 시절인 2014년과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이 모두 뛴 2019년 한국 시리즈(KS)에 진출했지만 이들이 떠난 뒤에는 하위권으로 처졌다. 최근 3년 동안은 모두 최하위였다. 성적보다 생존이 중요한 'MLB 사관학교' 키움의 그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