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부산항 신선대부두. 연합뉸스미·중 갈등 장기화와 고율 관세 기조 속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중국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동남아·인도·멕시코 등으로 물류 거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공급망 변화에 맞춰 해외 물류 인프라 확보를 지원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의원회의실에서 '2026 물류 시장 전망 세미나'를 열고, 미·중 디커플링과 글로벌 공급망 변화가 물류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물류 전문가들은 미국이 반도체·인공지능(AI)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 전략을 강화하면서, 기존 미·중 양강 중심이던 글로벌 물류 구조가 동남아와 인도, 멕시코 등으로 빠르게 분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최대 수출 시장이던 미국 비중이 축소되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인도 등으로 생산기지와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미국 역시 공급망 안정성을 이유로 수입선을 멕시코와 한국·일본·대만 등 동북아 국가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2015년 18.0%에서 2024년 14.7%로 3.3%포인트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동남아와 인도 비중은 각각 12.2%에서 16.4%, 2.6%에서 3.4%로 늘었다. 미국의 대중 수입 비중도 21.8%에서 13.8%로 감소했고, 멕시코는 미국의 최대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급망 재편은 항만·공항·철도·도로를 연결하는 물류 네트워크 전반의 구조 변화를 동반한다"며 "우리 기업들이 주요 거점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물류비를 낮추고 복잡해진 국제 물류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물류 시장이 AI·반도체·제약 등 고부가가치 화물 증가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성장에 힘입어 전반적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업종별로는 항공 물류가 AI 서버와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등 고부가 화물 증가로 비교적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해운은 선복 과잉 영향으로 저운임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육상 물류와 물류창고, 풀필먼트 서비스 역시 이커머스 확대에 힘입어 완만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이희원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구조적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물류 거점 다변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정부가 해외 물류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금융·세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