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인근 A빌딩 9층 쿠팡 사무실. 외부 간판은 물론 내부 층별 안내에도 사명은 없었다. 전민 인턴기자쿠팡이 잠실 본사와 별도로 강남역 인근 건물에 대관 조직을 은밀히 운영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쿠팡 박대준 대표 등 핵심 대관 인력들이 근무하는 곳임에도,
외부 간판은 물론 내부 층별 안내에도 사명은 표기하지 않은 채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었다.
그간 쿠팡은 국회 보좌진을 비롯해 검찰, 법원,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등 정·재계 출신 인사들을 대관으로 집중적으로 채용해 로비를 해왔는데,
강남의 비밀 사무실이 대관 인력들의 거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쿠팡의 전방위적 로비가 "공정한 경쟁를 훼손할 수 있다"며 조사를 지시했다.
대표·부사장 등 고위 대관 인력 총집결
1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남역 인근 A빌딩 9층에는 쿠팡 박대준 대표를 비롯해 정부·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조용우 정부·국회 담당 부사장, 민병기 대외협력총괄 부사장 등 고위 대관 인력들이 '사회공헌위원회'라는 명칭 아래 근무하고 있다.
쿠팡 개인정보 침해와 관련해 오는 17일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이들 모두 해당 강남 사무실에 개별 사무공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관 출신인 박대준 대표 역시 강남 사무실을 자주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의 사회공헌위원회는 명목상 사회공헌 조직이지만, 내부에서는 사실상 대정부 대관 조직으로 분류된다. 대통령실, 공정거래위원회, 언론 등을 대응하는 40여명의 인력들 대부분이 이곳으로 배치돼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CBS 취재결과
A빌딩 9층 사무실 입구에는 쿠팡과 관련된 표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외부 간판은 물론 건물 내부 층별 안내에도 '쿠팡'이라는 글자는 없었다. 입주 당시부터 외부 노출을 최소화해 달라는 쿠팡 측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쿠팡 내부 시스템에서도 해당 강남 사무실은 검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직원들조차 해당 사무실의 존재를 알기 어려운 구조였다.
수사 피하기 위한 꼼수?…커지는 업계 의심
쿠팡 사무실 내부에 불이 켜져있다. 전민 인턴기자정치권과 업계 관계자들은 쿠팡의 강남 사무실 운영 방식 자체가 수사·감사·내부 감찰의 눈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한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이 정도로 사무실의 존재를 숨긴다는 것은 회사 내부는 물론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시키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일 서울경찰청이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쿠팡 본사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나,
강남 사무실은 수사 대상지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은 해당 강남 사무실에 지난 6월 입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파악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시작 시점 역시 6월 24일 전후로 추정된다.
여기에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 수사 과정에서 쿠팡 측이 검찰 지휘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 역시 6월부터 본격화했다. 이후 7월에 사실상의 대관 조직인 사회공헌위원회가 출범했다.
물밑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본격화하고, 동시에 쿠팡의 수사 외압 의혹이 이슈화 되는 시기에 쿠팡이 별도 사무실을 확보하고 고위 대관 조직을 집중 배치했다는 점에서, 이를 둘러싼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도 공식 대응 "공정 경쟁 질서 훼손 우려"
대통령실은 쿠팡의 전방위적인 대관 인력 운영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섰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쿠팡이 검찰·공정위·노동부 등 부처 출신 전관들을 집중 채용해왔다는 지적을 언급하며
"공정한 경쟁 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기업 사례를 폭넓게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강 실장이 직접 지시를 내린 배경에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처리 과정에서
쿠팡이 대관 인력을 대거 동원해 사태 축소와 책임 회피를 하려 한 것 아니냐는 대통령실의 인식이 깔려있다.특히 이번 사고를 둘러싼 의혹이 단순 보안 사고를 넘어 대관 조직의 구성·역할·영향력과 맞물려 증폭되면서, 정부가 쿠팡의 사고 대응뿐 아니라 정관계 로비까지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