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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대표 "내란재판부 신중해야"…법조계 잇따라 '위헌'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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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법관 이어 판사회의도 "신중 검토" 지적
변협·민변도 잇단 반대 성명
재판지연·위헌 논란에 '尹 면죄부' 우려도

8일 경기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김예영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8일 경기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김예영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 주도로 추진되는 내란전담특별재판부 설치법안에 대해 법원장급 고위법관들에 이어 각급 법원 대표 판사들도 위헌성을 지적하는 입장을 냈다. 급물살을 타고 있는 여당발(發) 사법개혁에 우려하는 사법부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사 단체와 진보 성향으로 평가되는 시민단체들까지도 여당에 대한 비판 성명이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내란 일당을 제대로 처벌하기는커녕 재판 지연과 위헌 논란으로 사법적 평가 자체를 망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법관들이 모이는 법관대표회의는 전날 6시간가량의 정기회의를 거쳐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혔다. 전국 법관대표 126명 중 재석 79명, 찬성 50명으로 가결된 입장이다.
   
법관대표들은 "비상계엄과 관련된 재판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지대한 관심과 우려에 대해 엄중히 인식한다"면서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과 법왜곡죄 도입에 대해 "위헌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므로 신중한 논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사법부 불신에서 법안 논의가 비롯된 점을 고려할 때 법안의 위헌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럼에도 법안 자체가 내포한 위헌성과 재판 독립성 침해에 대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수 판사들이 동의한 셈이다.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로 윤 전 대통령 재판 지연 가능성이 있고, 위헌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은 이르면 내년 2월 선고를 앞두고 있지만, 내란전담재판부로 인해 재판부가 바뀌면 갱신 절차부터 새로 시작해 재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위헌 논란으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이나 헌법소원이 신청된다면 관련 재판이 정지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외부 인사가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에 관여한다는 점도 삼권분립이나 사법부 독립 측면에서 문제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에 따르면 헌법재판소 사무처장과 법무부장관, 각급 법원 판사회의 추천 인사가 내란재판부 판사 및 영장 전담법관을 추천하도록 했다.

형사재판을 주로 맡아온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어려운 위헌적 논란을 차치하고, 결국 실익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재판은 길게는 수년간 지연될 테고 내란전담재판부의 결론에 윤 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은 절대 승복하지 않고 '서부지법 폭동'은 옳았다고 할 것이다. 이게 어떻게 내란 청산이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아울러 법관대표들은 사법제도 개선과 관련해서 "국민의 권리 구제를 증진하고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 그리고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들의 의견이 논의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전국법원장회의 정기회의에서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 등을 두고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향후 법안의 위헌성으로 인해 재판 지연 등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여당의 사법개혁 속도전에 법관들이 공식 대응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대법원은 이날부터 11일까지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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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역시 우려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이날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 원칙의 준수를 촉구한다'는 제목으로 비판 성명을 냈다. 변협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 법안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며 신중한 검토를 촉구한다"며 "특정 사건이나 특정 집단을 염두에 둔 입법은 그 자체로 법치주의의 핵심 요청인 법 앞의 평등 원칙에 위배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쟁점이 사법부로 넘어간 이상, 그 이후의 판단은 사법부의 고유 권한에 맡겨야 한다"며 "특정 시점과 사안에 따라 입법부가 재판부 구성이나 법관·검사의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입법을 반복한다면, 입법권의 헌법적 한계에 관한 의문을 야기할 수 있고 국민 역시 그 입법 취지의 순수성에 공감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변협은 내란전담재판부 강행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변협은 "위헌 논란이 지속될 경우 위헌법률심판 제청이나 헌법소원 등으로 인해 오히려 관련 재판의 장기 지연이라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유사한 형태의 입법이 반복된다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하고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보 성향의 법률가들이 모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도 성명을 내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조금이라도 시빗거리가 제공되지 않도록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세밀하고 정교하게 제정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한 요구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법원 스스로 초래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충분히 숙고되거나 정제되지 않은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의도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민변은 판사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에서 법무부 장관과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에게 추천권을 부여한 것이 독립성과 중립성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점을 짚었다. 내란죄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을 연장하는 개정 방향도 "이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구속기간이 지난 시점에 불필요한 법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을 통과시키려다 일단 보류했다. 다만 위헌 논란이 집중된 부분에 대한 검토와 보완을 거쳐 연내 처리하겠다는 방침은 아직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지도부는 대법원이 진행하는 공청회에서 제기된 내용도 참고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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