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법원이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구속 심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추 전 원내대표가 내란 범행을 사전에 모의한 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느냐'고 조은석 특별검사팀에 질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법원은 이들이 공모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추 전 원내대표의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내란 범행은 은밀하게 계획된다는 점에서 법원의 질문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특검은 공모 여부가 혐의 성립에 필요한 요건이 아니라고 보고 추 전 원내대표를 내란죄로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윤석열-추경호 '사전 모의' 본 사람 있나" 물은 영장판사
조은석 특검. 연합뉴스
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일 추 전 원내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내란특검 측에 "윤 전 대통령과 추 전 원내대표가 사전에 모의한 것을 본 사람이나 목격자 증언이 있는가"라는 취지로 물었다.
이외에도 '사전 모의가 없었다면 2분가량의 통화로 내란 범행에 대한 공모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나왔다고 한다. 이 부장판사는 추 전 원내대표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성립하려면 내란 우두머리격인 윤 전 대통령과의 '공모'가 입증돼야 한다는 전제를 세운 것이다.
하지만 통상 내란 범행은 극소수 인물들에 의해 비밀리에 계획된다는 점에서 이 부장판사 질문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은 최측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나 소수의 군 지휘관과 비상계엄을 논의했다. 각 지휘관은 자신의 부하들에게 계엄 선포 전까지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라'고 말했을 뿐, 계엄을 암시조차 하지 않았다. 전두환 신군부 세력도 군대 내 사조직인 '하나회' 내부에서 12·12 군사 반란을 은밀하게 계획했다.
내란죄 구성 요건에 '공모' 없어…특검, 추경호 '인식·행위'에 집중
특검은 법리적인 측면에서도 이 부장판사의 질문이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내란죄를 규정한 형법 제87조는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우두머리, 중요임무 종사자, 부화수행자 등 세 가지로 구분해 처벌한다.
즉, 내란을 주도한 우두머리가 중요임무 종사자나 부화수행자와 공모해야 한다는 구성 요건은 없다. 이들이 공모하지 않아도 각각의 행위자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갖고 폭동에 관여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검은 추 전 원내대표의 당시 상황 인식이나 행위만으로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성립되며, 윤 전 대통령과의 공모 여부는 필수 조건이 아니라는 데 무게를 두고 공소장을 작성 중이다.
특검은 추 전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으로 군이 진입하려는 상황을 목격했으므로 그가 비상계엄에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음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한 인식이 있었음에도 추 전 원내대표는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국회의원이었지만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의원총회 장소를 당사로 공지해 다른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방해함으로써 국헌문란의 폭동이 유지될 수 있도록 기여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해당한다는 게 특검 견해다.
尹, 홍장원과는 추경호보다 더 짧은 1분24초 통화…"공모 가능"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연합뉴스아울러 특검은 2분간의 통화로도 지시에 따라 임무 수행이 이뤄진 순차적 공모가 충분히 입증된다고 보는 중이다.
윤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과 공모해 주요 인사를 체포하려 했다는 범행은 2분보다 짧은 통화로 입증됐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윤 전 대통령과 1분24초 동안 통화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홍 전 차장에게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 "방첩사를 지원하라"는 추상적인 말만 했다. 홍 전 차장은 이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통화를 통해 윤 전 대통령 지시가 주요 인사 체포라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추 전 원내대표 역시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원론적인 메시지만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기 전 홍철호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연이어 통화했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은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이후인 오후 11시40분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로 이동 중인 헬기가 어디쯤 가고 있느냐"고 물었다. 약 40분 뒤에는 "국회 내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들어가서 다 끄집어 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전후 상황을 고려하면 윤 전 대통령이 추 전 원내대표에게 한 "오래 안 갈 것이니 걱정하지 마라"는 말로도 둘의 공모 관계가 입증된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으로선 지금 군대가 들어가서 국회를 곧 장악할 것이니 그 전에 계엄이 해제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30초로도 충분하다"며 "급박한 상황에서 길게 통화할 이유가 있나. 2분이라면 모의가 가능하고 공모 여부는 입증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검, 오늘 추경호 기소할 듯…직권남용 추가 검토
연합뉴스이 밖에 특검은 추 전 원내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 통화에서 어떠한 반대 의사도 내비치지 않은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추 전 원내대표는 특검 조사나 구속 심사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 반대 의견을 전하거나 즉각적인 해제를 요청했다'는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추 전 원내대표 본인도 본회의장으로 가지 않고 원내대표실에 머무르며 표결에 불참했다. 특검은 추 전 원내대표가 윤 전 대통령의 협조 요청을 그대로 수용했음을 시사하는 정황으로 본다.
특검은 이날 추 전 원내대표를 재판에 넘길 예정인 가운데, 막바지 법리 검토를 이어가는 중이다.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는 제외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공소장에 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대표 등의 조사 비협조로 인해 직권남용 피해자 특정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표결권 행사를 방해받은 의원들을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혐의 적용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