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4차, 낮에 쏠 수 있었다?…궤도역학이 답한다[코스모스토리]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지난달 27일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모습. 연합뉴스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지난달 27일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모습. 연합뉴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지난달 27일 진행된 누리호 4차 발사.
천지를 흔드는 굉음과 함께 어둠을 밝히며 날아오르는 누리호의 모습을 바라본 시민들은 발사 미션 성공을 기원하며 한 마음으로 응원했습니다.
성공적인 단분리와 목표 고도인 600km 이상에 도달해 차세대중형위성 3호(CAS500-3, 이하 차중 3호)와 12개의 큐브위성이 성공적으로 사출이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를 바라본 모두가 성공의 기쁨에 환호했습니다.
이번 발사로 우리나라는 정부주도의 발사체 운용에서 민간주도로 이양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또한 우주 공간 정확한 위치에 대한 화물 수송능력도 입증했습니다.
하지만 누리호의 화려한 성공 이면에는 몇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누리호 4차 발사 새벽 아닌 정오에 발사할 수도 있었다?

누리호의 발사시간은 최초 27일 0시 55분에서 1시 13분으로 미뤄져 발사됐습니다. 첫 새벽 발사라서 발사 운용 인원을 비롯한 관계자가 철야 작업을 진행했고 낮 시간대가 아닌 새벽에는 대기의 변화 온도 및 여러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발생할 리스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새벽 발사 강행을 진행한 점에서 일각에서는 낮 시간대 발사 할 수 있지 않았냐는 의혹이 제기 됐습니다.
한 유튜버의 영상에서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정오/자정 태양동기궤도를 설명하면서 누리호 4차 발사시간이 정오와 자정에 발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장면. 유튜브 영상 캡처한 유튜버의 영상에서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정오/자정 태양동기궤도를 설명하면서 누리호 4차 발사시간이 정오와 자정에 발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장면. 유튜브 영상 캡처
일부 유튜버는 정오/자정 태양동기궤도(Sun-synchronous orbit, SSO)에 발사한 누리호의 궤도를 가리키며 '새벽 시간대가 아닌 반대로 정오 부근에 발사 할 수 있었지만 이때는 다른 위성과의 전파 간섭 때문에 새벽에 발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정오와 자정부근에 발사해 태양동기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누리호와 차중 3호의 미션을 놓고 본다면 매우 중대한 점을 놓치고 있습니다.
태양동기궤도가 '정오/자정 궤도'라는 표현을 쓰다 보니 '정오(자정)에 발사해야 정오(자정) 궤도로 가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생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궤도역학에서 '정오'라는 말은 발사 시각을 뜻하지 않습니다.
태양동기궤도는 '위성이 지구를 도는 동안, 매일 같은 태양시(정오 또는 자정)에 같은 위도를 통과한다'는 특성을 가진 궤도입니다. 즉, 위성이 적도를 통과할 때 시간이 항상 정오쯤이 되도록 궤도면의 방향을 맞춰 놓은 것입니다. 이 '정오 통과'는 위성의 궤도가 결정하는 것이지, 발사 시각이 정오라는 뜻이 전혀 아닙니다.
계절별 태양동기궤도를 설명하는 이미지. NASA계절별 태양동기궤도를 설명하는 이미지. NASA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발사 시각과 목표 궤도는 서로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위성이 어떤 '시각'에 어떤 지점을 지나게 만들려면, 지구와 태양의 위치, 지구 자전 속도, 궤도 기울기 같은 요소들을 조합해 '궤도면(orbital plane)'이라는 거대한 평면을 미리 우주 공간에 세팅해야 합니다.
그러면 지구가 하루에 한 바퀴 자전하면서, 발사장(나로우주센터)이 이 궤도면 바로 아래를 통과하는 순간이 하루에 딱 한 번 생기는데, 이때가 바로 해당 궤도로 쏘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창이 됩니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 우주항공청 제공차세대중형위성 3호. 우주항공청 제공
차중 3호가 요구한 궤도는 '정오 12시 30분~50분'쯤에 적도를 통과하는 태양동기궤도였습니다. 문제는 이 궤도면과 나로우주센터가 정확히 겹치는 시각이 현재 새벽 1시 무렵에만 존재했다는 점입니다. 즉 새벽이 아니면 목표 궤도 자체로 들어갈 수 없는 구조입니다. 정오에 발사한다고 해서 정오 궤도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정오에 발사하면 아예 다른 방향의 궤도에 올라가게 됩니다.
따라서 '정오에는 다른 위성과 통신이 많아서 새벽에 발사했다'는 설명은 발사 시각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 '궤도면 정렬'이라는 물리 법칙에 위배되는 주장입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심우주네트워크(Deep Space Network, DSN)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위성 교신은 사전 예약된 스케줄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이는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도 마찬가지로, 특정 시간대가 '통신이 붐빈다'고 해서 발사 시각을 바꿀 정도의 제약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오로라는 낮에도 관측할 수 있다?

지상에서 관측한 오로라. 스마트이미지 제공지상에서 관측한 오로라. 스마트이미지 제공
궤도면 정렬과 더불어, 탑재체의 임무 특성도 발사 시간을 결정하는 요소입니다.
4차 발사에 탑재된 13기의 위성 중 가장 중요한 주 탑재체인 차중 3호는 오로라·대기광·자기장·플라즈마 등 매우 희미한 빛을 관측하는 과학 임무가 부여됐습니다. 특히 차중 3호에는 우주용 광시야 대기광 관측카메라 로키츠(ROKITS), 전리권 이상 현상 감시 장비(Ionospheric Anomaly Monitoring by Magnetometer And Plasma-probe, IAMMAP), 바이오 3D 프린팅 장비(Bio-Cabinet) 등 3가지 장비가 설치됐는데요. 이 중 발사 시간과 관련이 있는 장비는 '우주용 광시야 대기광 관측카메라 로키츠(ROKITS)'에 있습니다.
우주용 광시야 대기광 관측카메라 로키츠(ROKITS). 총 3개의 가시광 파장 렌즈로 관측할 수 있습니다. 양쪽에 녹색과 적색의 필터가 설치돼 있습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우주용 광시야 대기광 관측카메라 로키츠(ROKITS). 총 3개의 가시광 파장 렌즈로 관측할 수 있습니다. 양쪽에 녹색과 적색의 필터가 설치돼 있습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장비를 개발한 한국천문연구원은 오로라가 주로 고위도 지역에서 발생하지만 태양 폭발 등 지자기 폭풍이 일어나면 오로라의 밝기와 발생 범위가 증가하고 평소에는 오로라를 보기 어려운 중위도 지역에서도 관측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고위도에서 적도 방향으로 오로라가 확장되는 모습을 관측한다고 전했습니다. 오로라의 발생 범위는 태양과 자기권에서 지구 대기로 들어오는 에너지를 추정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로라와 새벽시간 발사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미국의 옐로나이프, 노르웨이, 핀란드 지역 등 오로라를 관측하기 좋은 지역으로 알려진 곳에서 하늘에 커튼이 쳐지는 역동적인 오로라를 보기 위해선 밤 시간대를 기다립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빛을 보기 위해선 간섭하는 빛이 적을 때 잘 인식할 수 있습니다. 강한 태양빛이 있을 때는 약한 빛을 관측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우리가 오로라를 밤에 보는 이유입니다.  
천문연에서 제공한 '누리호 4차 발사 차중 3호 위성 탑재체 로키츠 참고자료'에 따르면 로키츠는 557.7nm(초록색), 630.0nm(붉은색), 가시광선 전파장(486.1~656.3nm) 등으로 고해상도 오로라 관측을 진행합니다. 즉 가시광선 기반의 관측은 주간이 아닌 자정 근방의 태양동기궤도에서 관측하는 것이 필수 요소가 됩니다. 만약 정오 시간에 관측한다면 오로라가 아닌 일반적인 지구권의 모습만 출력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로라는 야간 관측만 진행되고 있을까요? 실제로 궤도상에서 주간 오로라를 연구하고 있는 위성이 존재합니다.
미국 DSMP 위성. USAF, ESA미국 DSMP 위성. USAF, ESA
미국 국방성의 DMSP 위성군은 약 고도 830km의 태양동기궤도-근극궤도에서 주간 오로라(Dayside Aurora)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로키츠에서는 불가능한 주간 오로라 관측을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그 비결은 관측 파장에 있었습니다. 이 위성군은 태양광 산란이 낮은 UV 파장대만 선택해 관측합니다. 즉 자외선 파장대로 관측하고 정오 근방 극관 및 극 전리권 오로라를 성공적으로 관측 했습니다.
NASA의 폴라(POLAR) 위성도 극지방 오로라를 주간과 야간 모두 촬영한 주 사례가 됩니다. 폴라 위성은 '주간 조도(Full Sunlight)'에서 전지구 오로라 관측 이미지를 촬영한 바 있습니다. 유럽우주국(ESA)에서도 주간 오로라 관련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자기장·전리권 밀도 관측 위성 'SWARM'은 일부 관측에서 자외선·산란광 기반 오로라 관련 전리권 발광 신호를 분석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주간에 오로라 관련 연구를 진행한 인공위성들의 공통점은 모두 자외선 기반의 연구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가시광선 기반 오로라 관측을 주간에 관측한 위성은 아직 없습니다.

지상국 교신 성공과 함께 미션 스타트

누리호 4차 발사에 탑재된 차세대중형위성3호와 12기의 큐브위성들. 항우연 SNS 캡처누리호 4차 발사에 탑재된 차세대중형위성3호와 12기의 큐브위성들. 항우연 SNS 캡처
지난달 27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종합관제실에서 연구진들이 차세대중형위성 3호 위성 관제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 항우연 제공지난달 27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종합관제실에서 연구진들이 차세대중형위성 3호 위성 관제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 항우연 제공
정리하면, 누리호 4차 발사가 새벽에 이뤄진 것은 '통신 혼잡'이나 '운용상 편의' 때문이 아닙니다. 차중 3호의 과학임무에 필요한 정오/자정 태양동기궤도에 진입하려면, 나로우주센터가 해당 궤도면 아래를 통과하는 새벽 1시 무렵이 유일한 발사 시간창이었습니다. 여기에 가시광선 기반 오로라 관측이라는 임무 특성까지 더해져, 야간 궤도 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었습니다.
차중 3호는 발사 약 한 시간 뒤 남극세종기지와 첫 교신에 성공했습니다. 함께 올라간 큐브위성 12기 중 9기도 지상국과 연결을 마쳤습니다. 누리호는 2026~2027년 5·6차 발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도의 민간 전환과 연간 다회 발사 체제 구축이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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