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조선 산업의 중심지인 경남 거제시, 하지만 지역경제는 어렵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양대 조선소가 수주 호황을 만끽하며 흑자 기조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지역 경제는 활력을 잃고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딜레마'에 직면한 것이다.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거제시는 민생 회복과 기업-지역 상생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최근 CBS <부울경투데이>에 출연한 변광용 거제시장은 취임 후의 성과와 함께 난항을 겪고 있는 상생 발전 기금 제안의 배경, 그리고 동남권 중심도시를 향한 거제시의 미래 비전을 상세히 밝혔다.
CBS부울경투데이에 출연한 변광용 시장민생 경제 활력 회복과 핵심 국책사업 가시화
변광용 시장은 지난 4월 3일 재보궐 선거를 통해 취임한 이후, 얼어붙은 지역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선업 불황기를 거치며 피폐해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개월 난항 끝에 결실 맺은 '민생 회복 지원금'
우선 시민에게 약속했던 민생 회복 지원금이 7개월간의 우여곡절 끝에 시의회를 통과했다. 변 시장은 "재정 투자는 어려운 민생과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는 시 정부의 당연한 역할"이라며 네 번의 시도 끝에 예산안을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전 시민에게 10만 원, 취약계층에는 20만 원씩 지급되는 지원금은 거제 내에서만 소비할 수 있게 설계되어 지역 경기 진작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부 내륙 철도 착공식 유치 총력전과 고속국도 사업 가시화거제로 이어지는 고속국도 예비 타당성 조사 통과 역시 큰 성과로 꼽힌다. 이에 더해, 변 시장은 내년 1월 또는 2월로 예상되는 남부 내륙 철도 사업 착공식을 거제에서 유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착공식 유치를 두고 김천시와 거제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 변 시장은 "거제는 남부 내륙 철도의 시점이자 종착지로서 상징성이 가장 크고,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핵심 키워드의 최종 핵심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 직후인 4월 3일부터 대통령실, 국토교통부 등에 거제 개최의 당위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으며, "반드시 거제에서 남부 내륙 철도의 신호를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조선업 딜레마 해소 위한 '상생 발전 기금' 제안
변 시장은 현재 거제가 겪는 어려움의 원인을 '조선업 딜레마'로 규정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양대 조선소가 '마스가 프로젝트'와 한미 조선 협력 등으로 장기호황을 예고하며 1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전망하는 등 역대급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역 경제는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여전히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상황에 대해, "기업이 성장하면 그 기업이 투자하고 있는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 순리이지만, 현재 거제에서는 이 '순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 라고 진단했다. 청년 인구 유출, 아파트 가격 하락, 중소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자칫 지역의 생존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까지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국인 이탈 및 채용 구조 변화가 문제
변 시장은 이러한 딜레마의 원인을 '채용 구조의 급격한 변화'에서 찾았다. 과거 조선업 성장의 기반은 내국인 채용이었으며, 이들이 거주하며 아파트를 매입하고 차를 사는 등 지역 내 소비를 통해 동반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 위주의 채용이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필수 인력을 채우고 있음에도, 이들의 소비 패턴이 내국인과 달라 아파트 매입이나 장기 정착형 소비가 일어나지 않으면서 지역 상권과 부동산 시장에 활력이 돌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 시장은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외국인 노동자 위주의 채용은 문제"라며, 외국인 쿼터제 확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조선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내국인 채용을 과감하게 확대해야 하며, 이를 위해 쿼터제 축소와 같은 정책적 요구를 중앙 정부와 기업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과 기업이 각각 100억원씩, '지역 상생 발전 기금' 제안'조선업 딜레마'를 해소하고 기업과 지역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모델을 만들기 위해 변 시장은 양대 조선소에 '지역 상생 발전 기금' 조성을 제안했다. 핵심은 "거제시 100억 원, 양대 조선소 각각 100억 원씩을 매년 출연하여 공동 재원을 만들자"는 것이다. 기금은 △내국인 채용 인센티브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 △조선 배우 도시 개발 등에 사용된다.
그는 상생 기금 제안에 대해 '시장이 기업을 압박한다는 식의 오해가 쌓여 안타깝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 시스템을 약속했다. "이 기금은 시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며, 노사민정 및 시민 대표 등 객관적이고 공적인 제3자 운영 주체를 구성할 것이며, 이 운영 주체들이 사용처와 프로그램 개발 등을 투명하게 결정하고, 외부 감사 제도를 도입하여 기금의 사용처를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변 시장은 이 상생 기금이 단순한 지역 차원의 노력을 넘어 정부 지원을 끌어내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야심 찬 구상도 공개했다. 거제시와 양대 조선소가 상생 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할 경우, 중앙정부에 해당 기업에 세제 혜택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이 모델이 지방 소멸 및 국가 균형 발전 문제를 해소하는 전국적인 정책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역설했다. 현재까지 양대 조선소 측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변 시장은 조만간 양대 조선소 사장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 제도의 유리함과 절박성을 설득하고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다.
한화오션 손배소 취하 '노사 상생의 긍정적 신호탄'변 시장은 최근 한화오션이 불법 파업 관련 47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손배소)을 취하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한화오션이 노사 간의 상생을 통해 생산 현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의지를 통 크게 표현한 것"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한화오션의 이번 결단이 노사 간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 아주 긍정적인 기능을 할 것이며, 이는 결국 조선 산업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손배소 취하 결정이 향후 생산 현장에서의 '파업 양산'이나 '무책임한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노동자와 노동조합도 다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노동자와 경영자 모두 생산 안정과 생산성, 그리고 조선 산업의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 위주의 채용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변 시장은 교육, 훈련, 채용을 함께 묶는 '패키지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거제시가 예산을 투입하고 지역 대학 등 교육기관과 연계하여 용접, 도장, 배관, 전기 등 조선소에서 필요한 맞춤형 교육 훈련을 실시한 뒤,이 과정을 마친 젊은 인재들을 양대 조선소가 직접 채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변 시장은 "기업 입장에서 필요한 교육을 학교 단계부터 시키고, 훈련받은 인재가 바로 현장에 투입되므로 생산성 향상에 아주 큰 이익이 될 수 있는 방안"이라며, 내국인 채용 확대를 위한 실질적 해법임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입장을 고려하며 지속적으로 이 프로그램의 도입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교통과 관광콘텐츠 획기적으로 개선해 미래 성장 동력 만들 것
한편 변 시장은 '동남권 중추 도시 거제'라는 비전을 완성하기 위한 핵심 동력으로, 접근성 개선과 관광 콘텐츠 다각화를 제시했다.
남부 내륙 철도-가덕도 신공항 연결 'U자형 철도망' 구상남부 내륙 철도의 조기 착공에 더해 거제와 가덕도 신공항을 연결하는 'U자형' 고속철도망을 제5차 국가 철도망 계획(2026~2035년)에 반드시 반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철도망은 양 기둥은 있지만 밑으로 연결하는 축이 빠져있다"며, 거제-가덕도 신공항 연결을 통해 전국 철도망이 완전한 순환형인 'U자' 형태로 완성되어야 국가 경쟁력과 효율성이 배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가덕도 신공항 개항에 따른 물류 및 인적 흐름을 철도망으로 해소하고, 동남권 및 서부 경남 전체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 'U자형 철도망'이 완성되면 거제는 공항, 남부 내륙 철도, 고속도로 등 모든 교통망이 거쳐 가는 교통 요충지로 거듭나게 된다. 변 시장은 "한반도 제일 남쪽 섬 도시가 아니라, 교통과 물류, 관광, 산업이 흘러 달리고 집중되는 명실상부한 동남권의 중심 도시로 부상할 수 있는 객관적 토대가 마련된다"며, 이것이 곧 자신이 내건 '동남권 중추 도시 거제' 비전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한-아세안 국가 정원' 예타 면제 추진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에서 탈락했던 '한-아세안 국가 정원 조성 사업'에 대해서는 예타 면제 사업으로 전략을 수정하여 재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변 시장은 이 사업이 '국가 정상 간의 약속'이며, 국제 교류 협력 차원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약속이라고 주장했다.
"국가 정상 간의 약속에 예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이 사업이 충분한 예타 면제의 근거가 되는 사업임을 산림청 및 경상남도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용역비를 확보하여 예타 면제 당위성과 사업 효과를 명확히 정리하고, 정부 주도의 국가 사업으로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 '대한민국이 아세안 정상들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신뢰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7,200억 규모 대형 숙박 시설 투자 유치 성과, 관광 콘텐츠 다각화관광 도시 도약을 위한 구체적인 민간 투자 유치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7,200억 원 규모의 '거제 소동 휴양 콘도미니엄 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에 선정되어 2029년 준공을 목표로 올해 착공을 앞두고 있다. 경남도, 거제시, 기업이 투자자로 참여하는 이 사업은 200명 이상의 지역 고용 효과와 함께 부족했던 쾌적한 숙박 시설을 확충하는 데 기여할 예정이다.
또한, 네이버 클라우드가 투자하는 장목 기업 혁신파크에도 AI 기반 도시 조성 외에 예술, 문화, 관광 테마가 포함되어 있어 새로운 관광 콘텐츠 창출이 기대된다.
변 시장은 관광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하드웨어 시설 위주보다는 작지만 구석구석의 특성을 잘 살린 소프트웨어적인 콘텐츠와 테마"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심도, 칠천도 등 특색 있는 섬들을 활용한 관광 자원화 △대한민국 유일의 테마인 흥남 철수 기념공원 준공 △일상 속에서 예술을 즐기는 뮤지엄 아트 등 다각화된 콘텐츠 개발을 통해 '아기자기한 거제만의 매력'을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축제 역시 난립보다는 거제의 특성을 살린 축제에 집중 투자하여, 시민뿐만 아니라 외부 관광객들이 거제를 찾고, 소비하고, 체류하게 만드는 관광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
변광용 시장은 "지금 거제는 한미 조선 협력, 남부 내륙 철도, 가덕도 신공항, 네이버 클라우드 투자, 7,200억 규모의 콘도 건립 등 다양한 기회가 일어나고 있는 기회의 땅"이라며, "기업과 지역 사회가 함께 상생하는 틀을 만들고, 이 모든 사업을 잘 추진하여 명실상부한 동남권 중추 도시 거제를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섭외, 구성 : 이상현 기자
녹취, 정리 : 김강민 PD
영상편집 : 국재일 아나운서
부울경투데이 (월-금 17:00-17:30, 부산 102.9/ 울산 100.3 / 경남 106.9MH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