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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홍장원 CCTV'는 정치관여…특검, 원세훈 판례서 답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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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교육감 당적 없어, 비판글도 정치활동 아냐" 주장
법원 "교육감 선거 보수·진보 대립…사실상 정치인" 판단
조태용 "CCTV는 국힘 아닌 국회에 제공" 주장
특검 "선별적 제공에 尹·국힘 활용…실질적 정치활동"

불법계엄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 등을 받는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불법계엄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 등을 받는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내란특검이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을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과정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판례를 적극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전 원장은 이른바 '홍장원 CCTV'는 국민의힘만이 아닌 국회에 제공한 것이어서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인데, 과거 원 전 원장도 유사한 취지의 주장을 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3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내란특검은 조 전 원장의 국정원법 제11조(정치 관여 금지) 위반 혐의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2013년 원 전 원장이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사건의 1심 판결 내용을 정리해 법원에 제출했다.
   
특검은 조 전 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과 구속적부심사 당시 의견서에 해당 판례의 취지를 자세히 담았고, 지난 28일 공소제기와 함께 다시 한 번 법원에 넘겼다.
   
특검은 조 전 원장이 국민의힘 측 요구에 따라 12·3 비상계엄 당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동선이 담긴 국정원 CCTV를 제공한 점을 정치관여 행위로 판단했다. 그러나 조 전 원장은 해당 CCTV는 국민의힘에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당시 국회 내란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제공한 것이므로 특정 정치단체나 정치인을 위한 일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해당 주장을 깨기 위해 특검은 원 전 원장의 정치관여 사건 1심 판결문을 꺼내들었다.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심리전단을 동원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나 여당에 대한 찬양·지지의견을 유포하고, 야당이나 야권 성향 정치인에 대해선 비방·반대의견을 유포한 혐의(국정원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문제가 된 심리전단 활동들에 대해 원 전 원장은 다양한 논거를 들어 정치관여 행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특히 교육감에 관한 게시글에 대해선 '교육감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교육자에 해당할 뿐 정치인으로 볼 수 없어 해당 글을 작성·게시한 행위 역시 정치관여 행위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원 전 원장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정치관여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교육감이 당적의 보유가 금지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교육감 직선제를 도입한 이래 … 현실적으로 우리의 교육감 선거에서는 보수와 진보 성향의 각 후보자가 교육정책 등에서 극명히 대립하는 양상을 보여왔고, 그 교육 정책은 여당 또는 야당의 정책기조와 궤를 같이 하고 있었다"며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교육감은 … 정치인의 지위도 가지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문제의 게시글 내용이 대부분 진보성향의 교육감이나 같은 성향을 가진 정당 또는 정치인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포함한 점을 보아도, 국정원법상 금지된 정치활동 관여 행위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후 2심이 원 전 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해 이어진 파기환송심에서는 "이미 여당과 야당 사이에 의견 대립이 있었던 정책 등에 관해 게시글 등을 작성하는 것이 정치관여에 해당함은 당연하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게시글 등 작성 당시까지 의견 대립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선제적으로 특정 정책 등을 홍보해 장래의 다양한 정치적 의사형성의 기회를 막았다면 이 또한 정치관여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도 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내란국조특위에 제출된 '홍장원 CCTV' 역시 표면적으로는 당적이 없는 교육감처럼 정치활동과 무관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조 전 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한 본인의 동선이 담긴 CCTV는 제출하지 않고, 국민의힘 요구에 따라 홍 전 차장 모습이 담긴 CCTV만 선별적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특검은 홍 전 차장의 진술 신빙성을 두고 윤 전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은 비판, 민주당 등은 지지하는 방향으로 극명히 대립하던 상황에서, 조 전 원장이 홍 전 차장의 CCTV만 제공한 것은 중립적인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논리를 구성했다. 홍 전 차장의 진술이 거짓이라는 여론을 조성할 의도였으며, 이를 통해 윤 전 대통령 등을 위한 정치활동에 관여했다는 판단이다.
   
실제 결과를 놓고 봐도,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홍 전 차장이 2차 증언에 나서기 직전 CCTV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은 홍 전 차장의 기존 진술과 영상 속 동선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진술 신빙성을 공격했다. 윤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도 탄핵심판에서 이를 빌미 삼아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조 운영' 등 홍 전 차장의 나머지 진술도 거짓말로 몰아갔다.
   
법원은 특검의 논리를 받아들여 조 전 원장을 구속하고, 그가 청구한 구속적부심에서도 구속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지난 28일 조 전 원장 기소 후 브리핑에서 "(조 전 원장은) 자신의 직속 부하를 거짓말쟁이로 취급하면서 국정원장의 지위를 특정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에 활용했다"며 "국정원장의 정치 관여로 우리사회 갈등은 증폭되고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다"고 엄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특검은 조 전 원장에게 역대 국정원장 중 처음으로 국회 보고의무를 미이행한 직무유기 혐의도 적용한 만큼, 법리적 공백이 없도록 공소유지 과정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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