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안 속도에 푸틴은 '신뢰'…젤렌스키는 '혹독한 겨울'

트럼프 "합의 시한 오는 27일"
젤렌스키 "매우 어려운 선택에 직면"
푸틴 "평화적 해결 기반으로 이용될 것"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협상안의 합의 시한으로 오는 27일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는 최종시한(deadline)을 많이 정해왔고, 일이 잘 풀리면 최종시한을 연장하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목요일(11월27일)이 적절한 시점이라고 우리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가자지구 전쟁 등 8개의 전쟁을 자신이 끝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온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자신의 외교적 성과가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가자지구 전쟁 휴전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했던 협상 모델을 본떠 우크라 종전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28개항 평화계획 초안에는 전투 중단, 전후 재건을 위한 국제 자금 조달, 트럼프가 의장으로 이끄는 평화위원회 설치 등 가자지구 휴전 협상안과 유사한 내용들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CNN이 확보한 초안에는 우크라이나 루한스크·도네츠크 지역과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러시아가 합병을 주장하는 남부 헤르손, 자포리자 지역도 현재 전선에 따라 사실상 러시아의 지배를 인정한다는 내용 또한 담겼다.

이밖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차단, 우크라이나 군 규모 제한, 미국의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등도 포함됐다.

이번 초안에 담긴 내용 중 상당수는 과거 우크라이나가 협상 과정에서 이미 거부했던 것으로, 특히 영토 부분은 우크라이나로선 러시아에 양보하는 내용으로 보일 수 있다.

다만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평화계획 세부 내용에 대해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고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텔레그램 영상 메시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이날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 성명에서 "지금 우크라이나에 가해지는 압박은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매우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수 있다"며 "존엄성을 잃거나 핵심 동맹국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거나 (미국의 새 종전안의) 어려운 조항 28개를 받아들이거나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국가적 이익은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며 "우리는 미국 및 모든 파트너와 차분히 협력하고 주요 파트너와 함께 건설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의회는 단결 속에 일해야 하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정부는 효율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며 "오늘날 우크라이나의 적이 누구인지 잊지 말고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이같은 발언은 최근 최측근이 연루된 에너지 기업 부패 사건으로 국내 정치권과 여론의 불만이 커진 상황을 잠재우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EPA/크렘린풀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이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스·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화상회의에서 "우리는 이 문서를 갖고 있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시한 평화 계획을 러시아와 미국 간 대화 채널을 통해 받았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나는 그것이 최종 평화적 해결의 기반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이 아직 이 계획에 대해 러시아와 직접 자세히 논의하지 않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이를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