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전국기초·광역의회의원협의회 간담회에서 정청래 대표와 참석자들이 '자치분권 실현! 지방의회법 제정'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이 당대표 선거와 지방선거 후보 공천 규칙을 바꾸는 당내 설문조사(투표)를 기존 관행과 달리 최근 입당한 당원까지 포함하기로 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의견을 폭넓게 구하려 했던 거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잡음은 쉬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청래 대표가 연임에 도전할 경우 공천룰 개정의 직접적 당사자가 된다는 점이 일각의 반발을 부른 배경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전국 기초·광역의원 협의회와의 간담회 중 전당대회와 지방선거 공천에 권리당원 표심을 강화할 방안을 언급하며 "당원 의사를 묻는 절차를 곧 시작한다"고 말했다.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역사적인 전(全) 당원 투표를 실시한다"고 말했던 데서 '전 당원투표'라는 표현을 제외한 것이다. 투표라는 말이 그 자체로 구속력을 갖는 것처럼 비치는 터라 이번엔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19~20일 설문조사를 통해 경선 규칙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에 관한 당원들의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당의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안내된 '웹 자보'에 따르면, 참여 대상은 '2025년 10월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 164.7만명'이라고 적시됐다.
개정안의 골자는 차기 지도부 선출시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제한한 규정을 삭제해 1:1 등가로 맞추겠다는 것이다. 현재 각급 상무위원이 정하는 기초·광역 비례대표의 순위를 권리당원 100%로 바꾸는 내용도 담겼다.
윤창원 기자그런데 이런 방침이 알려진 뒤 곧바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 당무에 관한 당원 투표의 기준은 대부분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권리당원이었는데 왜 이번엔 갑자기 한 달만 납부해도 참여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지도부 일원인 이언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당원 주권주의 원칙에는 전적으로 공감하고 찬성한다"면서도 "갑작스러운 기준 변경은 자칫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전날 오후 고위전략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회의 결과, 참여 범위를 바꾸기보다 추가 설명에 애를 쓰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애초 공지를 충실히 하지 못한 탓에 오해를 불렀다는 판단에서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규 개정을 위한 정식 의결 절차를 개시한 것이 아니라 참고용 의견조사"라며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하는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당원에 한정하지 않고 폭넓은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담당하는 조승래 사무총장은 "의결권이 부여되는 투표라면 당헌·당규에 나오는 권리행사 기준(6개월 전 입당, 12개월 내 6회 이상 당비 납부)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해서 투표했을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는 이 기준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경선룰 개정 움직임과 투표 대상 확대의 배경을 정 대표 연임 의사에 연결 지어 해석하기도 한다. 정 대표가 지난 8·2 전당대회에서 압승하면서도 대의원 투표는 열세였던 만큼 그 비중을 줄여놓고 싶었을 거라는 추측이다. 투표 대상에 정 대표 체제에서 가입한 당원을 포함하려고 기준을 바꾼 게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투표 참여율이 저조하거나 조직표의 작동으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해 대상을 넓힌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한 자치단체장 출마 희망자는 "당비 한 달 납부자에게 투표권을 주는 건 국민의힘, 윤석열의 초식이지 민주당에서 처음 보는 것"이라며 "정 대표가 차기 전당대회에 강력한 경쟁자가 올 것으로 예상해 무리하다가 스텝이 꼬였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런 반발의 목소리가 물밑에서 맴돌 뿐 가시화하지 않는다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사석에서 "표의 등가성을 맞추는 문제는 이재명 대표 시절부터 계속 이어져 왔던 흐름 아니냐"며 "최근 가입한 당원이라고 해서 정 대표에게 특별히 우호적일 거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