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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쿠팡기사 타인 ID로 8일연속 근무"…쿠팡 해명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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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유족, 업무카톡방 등 분석해 3차 자체 진상조사 결과 발표
근태기록에 타인 ID 기재…관리자가 "다른 ID 사용 없어?" 묻기도
쿠팡 "7일 연속 근무 불가" 주장 전면 반박…유족 "공식 사과해야"

고 오승용 씨가 속했던 쿠팡 대리점 관리인과 오승용씨의 대화 내용. 노조 제공고 오승용 씨가 속했던 쿠팡 대리점 관리인과 오승용 씨의 대화 내용. 노조 제공
제주에서 새벽배송을 하다 숨진 쿠팡 택배노동자 고(故) 오승용 씨가 대리점의 관리 하에 타인의 아이디를 사용해 8일 연속 야간 배송을 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그동안 쿠팡이 주장해온 '7일 연속 근무는 시스템상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전면 반박하는 것이다.
 

"타인 ID로 로그인해 8일 연속근무"

전국 1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와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 기획단'은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승용 씨 사망사고 3차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는 유족의 동의를 받아 대리점 관리자와 오 씨의 카카오톡 대화, 업무카톡방 근태기록 등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오 씨는 휴무로 표시된 동료 기사 '김○○'의 아이디로 업무를 수행했다. 특히 노조가 공개한 2025년 8월 7일자 근태기록에는 '김○○ 휴무'와 '오승용 209B'가 동시에 기재돼 있었는데, 오 씨는 그 주에 8일 연속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승용 씨와 동료기사의 대화 내용. 노조 제공오승용 씨와 동료기사의 대화 내용. 노조 제공
또 노조는 대리점 관리자가 '이번 달 다른 아이디 사용 없어?'라고 묻자, 오 씨가 '김○○ 7일 319건', '한 건 있습니다'라고 답한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노조는 "타인 ID를 활용한 연속 근무가 대리점 차원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졌고 쿠팡이 이를 모를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다른 관리자 또는 동료와 카카오톡 대화에도 '그때 아이디 다른 거 썼어요', '아이디하고 수량체크 잘해놔' 등 메시지가 오가기도 했다. 노조는 이를 "타인 ID를 활용한 배송이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물증"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쿠팡은 과로사 논란이 제기되자 '7일 연속 동일 아이디 로그인은 시스템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이번 내용은 그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다른 택배기사도 7일 이상 근무…과로방지 시스템 붕괴"

고 오승용씨가 주 8일 이상 근무한 정황(빨간색)이 담긴 근태이력. 노조 제공고 오승용씨가 주 8일 이상 근무한 정황(빨간색)이 담긴 근태이력. 노조 제공
노조는 "오 씨가 속한 대리점 업무카톡방을 전수 조사한 결과, 격주 5일제가 적용되지 않거나 7일을 넘겨 연속 근무한 기사들이 다수였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쿠팡의 최소한의 과로방지 시스템이 현장에서 완전히 붕괴됐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또 "오 씨가 근무했던 제주1캠프에서 분류작업(통소분)을 기사들에게 전가해왔다는 동료 노동자의 증언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택배사가 분류작업을 책임지기로 한 1·2차 사회적 합의와 국회 청문회 약속을 위반한 것이다.
 
오 씨 어머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들의 죽음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쿠팡의 구조적 과로 시스템 때문임이 드러났다"며 △유족에 대한 공식 사과 △타인 ID 사용·격주 5일제 근무 미이행 등 위반 사항 인정 △실질적 과로사 방지 대책 마련 △쿠팡의 사회적 합의 즉각 이행 및 노동자 휴식권 보장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등을 요구했다.
 
숨진 쿠팡 배송기사 장례식장. 이창준 기자숨진 쿠팡 배송기사 장례식장. 이창준 기자
노조는 "출근이 조금 더 늦은 점이 다를 뿐 전국의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들도 고인처럼 일하고 있다. 2023년 군포에서, 2024년 남양주와 동탄에서 그리고 올해 제주에서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가 사망했다"며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쿠팡에서의 과로사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자신들의 핵심 경쟁력인 새벽배송 시스템이 지속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진정성을 갖고 사회적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노조의 주장과 관련해 오 씨가 소속했던 대리점 관계자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오 씨의 안타까운 죽음은 CBS노컷뉴스 단독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그는 지난 10일 오전 2시 16분쯤 제주시 오라2동에서 1톤 탑차를 몰다 통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로 숨졌다. 당시 1차 배송을 마친 뒤 다시 물건을 싣기 위해 물류터미널로 돌아가는 길에 벌어진 사고다.

오 씨는 사고 전까지 하루 11시간 30분, 주 6일 고정 야간노동을 했다. 여기에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뒤 단 하루만 쉬고 다시 야간배송에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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