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최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Joint Fact Sheet)에 온라인 플랫폼 규제 관련 문구가 포함되면서, 국내에서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입법이 사실상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장의 입법 방향 변경은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18일 공정위에 따르면, 정부는 온플법 입법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에서 관련 문구가 포함되면서 온플법 입법에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전망에도, 공정위에서는 여전히 온플법 입법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14일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팩트시트를 통해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 있어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 문구가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국내 규제를 사실상 봉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온플법 제정이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공정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추진 과정에서 차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나가면 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팩트시트 자체가 독점규제법은 안 되고, 공정화법은 된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것은 아니다"라며 "말 그대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원칙 수준의 내용이며, FTA에도 존재하는 일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용에 차별적 요소가 없으면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온플법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시작된 입법 과제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독점과 불공정 거래를 사전에 규제하기 위해 기획됐다. 하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빅테크 기업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법안 논의가 지연돼 왔다. 특히 미국계 기업들이 "온플법은 자국 기업만을 표적으로 삼는다"며 통상 장벽으로 간주하고, 미 의회도 한국 정부에 계속 우려를 표명해 왔다.
이 같은 외교적 부담 속에 공정위는 일찌감치 입법 전략의 무게추를 '공정화법'으로 옮겨왔다. 온플법은 공정화법과 독점규제법으로 나뉜다. 공정화법은 계약서 발급 의무 등 플랫폼-입점업체 간의 거래관계를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시장지배력 남용을 직접 규제하는 독점규제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상 마찰 소지가 적다는 평가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존 방향에 큰 변화는 없다"며 "법안 추진 여부는 최종적으로 국회의 논의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온플법의 향방은 결국 국회 논의와 대통령실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온플법이 독점규제까지 나아가지 못했을 경우, 이에 대한 비판이 계속 제기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미국 기업까지 포함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한 디지털시장법(DMA)을 제정한 바 있다. EU의 제정 사례로 본다면 우리나라의 온플법은 미국의 압박에 못 이겨 뒤쳐진 모양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전날 기자회견을 갖고 "온라인 플랫폼법은 독점적 시장지위를 가진 플랫폼 기업의 독점과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법"이며 "특정 국가의 기업을 겨냥한 법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보는 것은 억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통상 협상 결과를 빌미로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을 무산시키려는 시도는 없어야 한다"이라며 온플법의 입법을 촉구했다. 특히 독점규제법의 입법에 소극적인 정부 태도에 대해 "구글, 쿠팡을 앞세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한 민생입법의 포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