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명록 작성 모습을 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한미 관세협상의 비준 여부를 둘러싸고 정치권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양해각서(MOU)를 비준하는 것은 대응력을 떨어뜨리는 자승자박이라 주장했고, 야당은 재정 부담이 큰 만큼 협상 내용의 투명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맞섰다.
여야는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 관세협상 비준 여부를 두고 부딪혔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야당 일부에서 (한미 관세협상의) 비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경제 협상의 자살골"이라며 "국회 비준 동의를 우리가 먼저 해버리면 추후 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 국익을 해치는 형태의 비준을 국회 차원에서 주장하는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및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한미 관세협상 양해각서(MOU)를 국회 비준 동의로 못 박아버리면 추후 협상에서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도 스스로 이를 차단하게 된다는 취지다.
민주당 최기상 의원도 "자승자박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먼저 운신의 폭을 좁히는 건 부적절하다"고 거들었다. 같은당 김태년 의원 역시 "비준 문제를 자꾸 얘기하는데 우리가 족쇄를 찰 필요가 있느냐"며 "비준을 해 놓으면 우리 (책임이) 무거워지는데 그럴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 완강하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소중한 국민 세금을 어떻게 쓸 건지 국민에게 물어봐야 한다"며 "그걸 물어보는 방법은 국회를 통해 묻는 방법밖에 없다"고 국회 비준 동의의 필요성을 내세웠다.
박 의원은 또 "MOU이기 때문에 비준을 안 해도 된다고 하는데 그럼 특별법은 구속력이 없는 것이냐"며 "협정이든 MOU든 조약이든 국가가 국민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는 협상에 국회가 비준 동의를 안 한 사례가 있는가. 심지어 남북합의 13건도 전부 다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현재 정부는 이번 한미 관세협상의 경우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 형식이라 별도의 국회 비준 동의 없이 특별법 제정으로 후속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도 "MOU 25조에 행정적 합의로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권리의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규정했다"며 "(국회 비준시) 미국은 나중에 어떤 의무도 지지 않는데 한국은 계속 의무를 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