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과 관련해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14일 공개된 한미 양국의 관세·안보 협상 결과물인 팩트시트에는 한미 원자력 협정 조정 및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한 양국의 합의가 명시됐다.
한국은 핵연료 주기를 완성하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연료봉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는 숙원을 풀 수 있는 첫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직접 한미 정상 합의사항을 담은 팩트시트를 발표한 자리에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며 "매우 의미 있는 진전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농축·재처리 현실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한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후속 협의가 만만치 않을 예정이다. 포괄적 권한 달성을 위해 협정 개정까지 담보해야 하는 등 과제도 남아있다.
이날 공개된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고 돼 있다.
외교부는 "우리의 농축·재처리에 대한 미측의 공개적인 협조·지지를 최초로 확보했다"고 설명자료를 통해 평가했다.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은 자체적으로 원자력발전 연료를 확보하고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는 의미다. 미국은 연료 재처리 부산물인 플루토늄이 핵무기 제작에 전용될 수 있다며 일본과 독일 등 소수 나라에만 이 권한을 부여해왔다.
2035년까지 적용되는 현행 원자력협력협정은 미국의 동의 하에 20％ 미만의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고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금지돼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농축·재처리는 개정이 필요하면 개정을 해야 하고,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면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향이 정해졌고 양측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후속 협의는 이를 어떻게 이행할지 쪽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많은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행 협정을 개정할지, 기존 협정의 틀 안에서 권한을 확보하는 방식을 취할지 고심하고 있다. 팩트시트에는 원자력 협정 개정 자체는 언급되지 않아, 일단 현행 협정 안에서 한국에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주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협정 개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향후 논의 방향에 대한 국민의힘 김건 의원 질의에 "저희는 개정을 염두에 두고 미측과 사안을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농축·재처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과 후속 협의해서 기존에 가진 협정을 조정해야 한다"며 "많은 조정이 필요할지 그 안에서 작은 조정할지는 앞으로 협의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협정에는 양자 차관급 상설 협의체인 고위급위원회를 통해 한국의 핵연료 주기 논의를 진행하도록 돼 있는데, 사실상 활발히 운영돼 오지 않았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고위급위원회가 활성화돼 관련 논의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우리 정부로서는 향후 미국 정부 내부의 기류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 내부의 원칙론을 고수하고 향후 세부 협의에서 우리의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가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위 실장은 팩트시트 도출 과정에서 농축·재처리 문제가 마지막까지 많이 논의됐다고 전했는데, 이는 미국으로서도 이를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우라늄 농축, 핵 재처리 문제, 핵잠 문제에 대해서 미국 정부 내에서 약간의 조정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