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지위 경쟁과 정치적 갈등이 격화된 시대, '진실'이 아닌 '거짓말'로 현실을 읽어내려는 젊은 정치학자의 문제제기가 책으로 나왔다. 정치학자 조무원의 두 번째 저서 '거짓말 게임'을 통해 트럼프의 발언부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서부지법 점거 사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까지 최근 한국·미국 정치의 장면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한다.
'거짓말 게임'은 정치적 언어와 행동을 "진실·거짓을 가르는 사실 검증의 대상"이 아니라 지위를 과시하고 관계를 정렬하려는 일종의 '연기(퍼포먼스)'로 읽어내는 틀을 제안한다.
저자는 트럼프의 즉흥적 발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자기 연출, SNS 기반의 취향 과시(이른바 '퍼포머티브 메일')에서 극장국가의 탄생을 본다. 또 2025년 대통령 탄핵 선고 장면을 "헌정 질서를 무대 위에서 가시화한 수행"으로 해석하며, 정치가 연극적 본성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민음사 제공 책은 루소·홉스·몽테스키외·마키아벨리 등 근대 정치철학에서부터 아렌트·기어츠·고프먼·베블런 등 현대 사상가의 논의를 폭넓게 끌어와, 불평등·인정투쟁·정체성 정치·음모론 등을 '과시와 가시성'이라는 키워드로 재해석한다. SNS의 알고리즘이 과시의 무대를 완전히 장악한 현실, 비교와 질투가 일상화된 온라인 문화, 공적 장면에서의 언어와 이미지 경쟁 등을 정치철학적 문제로 끌어올린다.
저자는 "진리를 절대화하는 정치는 갈등을 고착화한다"며, '거짓말 게임'은 모든 진술을 잠정적 상태로 재배치해 서로가 동등하게 만날 좁은 공간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는 진실 규명 자체를 포기하자는 뜻이 아니라, 과시와 인정욕망이 얽힌 현실의 구조를 통찰하고, 정치적 적대가 내전화되는 흐름을 중지시키기 위한 새로운 사유틀을 제시하려는 시도다.
조무원 지음 | 민음사 | 232쪽